반달아, 사랑해 - 엄마 반달곰의 사랑 이야기
유영석.한소리 지음, 김윤경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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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은 후 동물이든, 사람이든 이렇게 어린 생명을 보면 마음이 짠해진다. 지금의 행복이 깨어질까 두려워서일까. 타인의 행복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울까 겁이 난다. 아이를 낳고 생명의 소중함을, 사랑을, 행복을 알게 되고 마음만 점점 약해져 가는 모양이다. '엄마는 강하다'고 했는데.
 
반달이와 반달이의 엄마 이야기를 이렇게 책으로 처음 만났다. 두 식구에게 어떤 일이 생길까 첫 책장을 넘기기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야생의 상태에서 어린 반달곰은 물론이고 엄마 반달곰이 잘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렇게 불안한 것일까. 반달곰 가족의 실제 이야기를 동화로 엮어놨다는 글에서 이미 슬픔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엄마 반달곰과 반달이가 나누는 대화는 나와 아이가 나누는 대화와 다르지 않다. 우리 인간들이 반달곰들이 하는 대화를 완벽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몸짓만으로도 반달이에 대한 엄마 반달곰의 모정을 느낄 수 있다. 따뜻한 봄날 엄마 반달곰이 반달이를 깨운다. 엄마의 따뜻한 마음만큼이나 따스한 날씨라는 것을 나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온 세상이 화사하다. 반달이는 "안녕? 나는 반달이야"라고 나비에게 인사한다. 반달이는 빨리 자라고 싶은가 보다. 언제쯤이면 엄마처럼 손도 크고 반달무늬도 커질까. 이 세상의 어린 생명들은 이렇게 빨리 자라고 싶은가 보다.
 
멧돼지가 달려와 위협을 해도 재빠르게 나무를 잘 오르지도 못하는 반달이,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반달이에게 제발 엄마 반달곰을 빼앗아 가지 마라고 누군에게든 간절하게 부탁하고 싶다. 아직은 물놀이를 하며 장난을 치고 낙엽 속에 파묻혀 뒹굴뒹굴거리기를 좋아하는 장난꾸러기인데 홀로 세상을 살아가면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야 하잖아. 갑자기 가슴이 조여온다. 반달이의 눈을 바라보니 아이의 눈처럼 맑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파온다.
 
백 일을 자고 나면 또 봄이 올 것이다. 겨울 잠을 자기 위해 따뜻한 동굴로 온 반달이와 엄마 반달곰. 이들에게 따스한 봄이 찾아올까. 반달이에겐 엄마만 있으면 추운 겨울도 따뜻하게 느껴질텐데 엄마의 빈자리는 반달이에게 너무 큰 아픔을 준다. 하지만 반달이는 씩씩하게 잘 버텨낼 것이다. 반달이의 가슴에는 늘 엄마가 있으니까. 씩씩한 반달곰이니까. 밤 하늘의 달을 보며 엄마를 떠올리는 반달이를 보면서 나는 나의 아들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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