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는 이제 그만!
마누엘라 모나리 글, 비르지니 수마냑 그림, 한리나 옮김 / 은나팔(현암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얼마 있지 않아 아들 녀석이 이렇게 말하겠지 "엄마, 뽀뽀는 이제 그만~~~!"이라고. 육아서나 대중매체를 보면 뽀뽀를 하면 아이에게 충치균이나 각종 세균을 옮겨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이 중독성 깊은 뽀뽀를 대체 어떻게 멈출 수 있단 말인가. 갑자기 정신을 차려보면 아이에게 뽀뽀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뽀뽀반대협회'에서 사람들이 나와 아무리 뜯어 말려도 나도 책 속의 엄마처럼 이미 중독이 되어버려 끊기가 힘든 상태다. 아이가 "뽀뽀는 이제 그만할래요"라고 말한다면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뽀뽀는 어린 아이나 하는 것이에요. 뽀뽀는 하나 같이 별로예요. 축축하고 냄새나고 숨이 콕 막히는 뽀뽀는 이제 그만할래요. 귀엽다고 여러 번 하고 쪽! 쪽! 하는 소리가 나서 시끄러워요" 헥헥, 숨도 안쉬고 아이가 뽀뽀를 싫어하는 이유를 읽으려니 이렇게 이유가 많았나 깜짝 놀랐다. 어쩌면 이렇게 논리적으로 말할 수가 있을까. 섭섭하다는 생각보다 기특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겠다.  

 

정말 아이다운 생각이다. 턱수염이 따갑다며 뽀뽀가 싫다고 하는 아이, 간지럽다고 싫다고 하는 아이, 빨갛고 둥근 자국을 남겨서 싫은 이 뽀뽀를 아이들은 아주 어린 아이에게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몇 살까지 뽀뽀를 할 수 있다고 법으로 정해진 것도 없으니 아이가 "뽀뽀는 이제 그만~~!" 이라고 주장하면 금세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아이는 끊임없이 사랑을 확인 받고 싶어하면서도 어느새 이렇게 커버렸는지 "뽀뽀는 이제 그만~~!"이라고 외친다. 나는 그 때가 되면 섭섭할까? 속상할까?

 

지금도 양쪽 볼에 번갈아가며 뽀뽀를 하면 싫다고 얼굴을 돌려버리는 아들 녀석을 보며 아이에게 뽀뽀 말고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해 본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라는 말을 자주 해주고 꼬옥 자주 안아주기. 지금 당장 떠오르는 것은 이것 뿐이다. 하지만 이런 것도 싫다고 하면 어쩌지? 어느새 훌쩍 자라버린 아이를 보면서 세월 참 빠르다, 는 생각을 하게 되면 그 때 나는 많이 늙어있겠지? 아휴, 어쨌든 그러거나 말거나 예쁜데 어쩌라고 뽀뽀는 계속 해야지. 찡그리며 나를 밀어낼 아이의 얼굴이 눈 앞에 그려지지만 정신을 잃게 만들게 예쁜 아이를 보면 어느새 뽀뽀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니 이것은 병? 할 수 없다. 이렇게 살아갈 밖에. 사랑은 표현해야 하는 거야. 암, 그렇고 말고. 쾅쾅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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