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와 고양이는…
오시마 에이타로 지음, 김숙 옮김 / 북뱅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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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호랑이해다. 아마도 호랑이에 관한 것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되는데 우선 <호랑이와 고양이는...>의 책으로 호랑이의 기운을 듬뿍 받아 볼까 한다. 호랑이의 기운을 받는다고 쌀가마니를 번쩍 들어올릴 수 있는 괴력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만 새해이고, 처음 시작하는 마음이란 것이 늘 설레이는 것이므로 무언가 색다른, 아주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으니 이 기분으로 올 한해를 보낼 수 있다면 좋겠다.

 

자, 그럼 책속으로 들어가 볼까. 옛날 옛적에, 그러니까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있었을 법한 일인데(이 호랑이는 사냥을 못해서 굶어 죽을판이었으니 담배 피는 호사는 누려보지도 못했겠다) 덩치도 큰 호랑이 녀석이 사냥감을 능숙하게 잡아오는 고양이에게 몸을 굽힌 적이 있었으니 그때는 호랑이가 무서운 존재는 아니었겠다. 배가 고파 등가죽이 배에 늘러 붙을 지경에 이른 호랑이가 고양이에게 사냥을 가르쳐 달라 부탁하게 된다. 솔직히 나는 이때부터 호랑이의 마음이 결코 순수하진 않으리라 짐작했었다. 고양이도 눈치 채고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할텐데 걱정이 되더라.

 

지금은 호랑이를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다. 직접 볼 수 있다고 가까이나 갈 수 있겠나.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긴 하다. 올해는 특히나 백호랑이의 세상, 백호랑이라니 영물로 느껴진다. 감히 가까이에 갈 수 없는 위엄을 느낀다고나 할까. 하여튼 책속에 등장하는 이 호랑이는 백호도 아니고, 무엇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어 고양이에게 특별 과외를 받게 된다. 첫 번째 살금살금 먹잇감에게 다가가기. 이것이 처음부터 호랑이에겐 쉬운 일이 아니다. 몸이 무거워서 호랑이가 가까이 다가가기 전에 이미 먹잇감은 날아가 버리고 만다. 그러나 많은 노력끝에 성공하는 호랑이. 두 번째는 빨리 달리기. 이것도 못하다니 호랑이에게 대실망이다. 몸이 무거워서? 굶어서 힘이 없어서? 아니, 아니 내가 보기엔 운동에 소질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도 노력으로 성공해다니 참 대단하다. 하나를 가르치면 하나를 아는 녀석이다. 세 번째는 높은 데서 뛰어내리기. 착지할 때 허리의 유연함이 특히 요구된다. 단시간내에 모든 것을 해내는 호랑이이고 보니 사냥에 소질은 있는가 보다. 그나저나 뛰어내릴 때 엉덩이부터 바닥에 떨어졌는데 물리치료 안받아도 될란가 모르겠다.

 

이제 고양이에게 모든 것을 다 배운 호랑이가 제일 처음 한 것은 무엇일까. 뻣뻣하게 고개를 높이 들고 호랑이에게 이래라, 저래라 훈계를 한 고양이가 밉기도 했을 것이다. 배가 고파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기도 하겠고. 그렇지만 그러면 안되지. 이렇게 은혜를 모르는 녀석이다 보니 다른 호랑이에게 폐를 끼쳐 전래동화속에서 늘 골탕먹는 존재로 살아가지 않나. 그러나 꾀 많은 고양이도 만만한 존재는 아니어서 호랑이에게 당하지 않는다. 조금만 참았어도 호랑이는 새로운 기술을 하나 더 배울 수 있었을텐데 자신도 무척 안타까울 것이다.

 

지금 그 호랑이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서 죽었으려나. 그래도 이야기속에서는 영원히 살아가고 있을테니 숲을 누비며 사냥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녀석이 고양이 생각은 할까? 고양이와 호랑이가 결코 만날 수 없는 관계가 된 것은, 아마 이때부터일지도 모르겠다. 사냥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면 굶어 죽어 멸종 위기에 빠졌을 호랑이를 구출한 고양이여, 너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사람들의 손길에 익숙해져서 가르릉 거리며 따뜻한 집 안에서 살아가고 있지 않느냐. 호랑이 보다 더 멋지게 사냥하는 모습을 보여준 이 고양이를 누가 보신다면 나에게 알려달라. 기념으로 사진이라도 한 장 찍고 싶으니. 참 멋진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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