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똑똑!
우테 크라우제 지음, 한희진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이 괴물 참 징그럽게도 생겼다. 좀 귀엽게 생겨도 좋으련만 이렇게 생겼으니 아이가 문을 열어주지 않지. 거기다 "나는 괴물이야"라고 하면 누가 문을 열어준다니? 나는 어릴 때 괴물보다는 귀신을 무서워했던 것 같다. 괴물이라는 개념은 알았을리 없고 흰 소복에 긴 머리를 풀어헤친 전설의 고향에서 막 뛰쳐나온 듯한 귀신을 참 무서워 했는데 그래도 이불 뒤집어 쓰고 무서운 것을 찾아 본 것을 보면 간이 어지간히도 크지 않았을까. 물론 호기심이 더 컸겠지만 말이다. 우리집에 괴물이 찾아온다면? 문을 열고 싶지만 열지 않고 무서워서 떨고 있지 않았을까. 하여튼 이 호기심이 늘 문제인데 괴물을 직접 보지 않고도 내 안의 상상력은 이 괴물을 정말 무섭게 그려내고 있었을게다.

 

사탕의 유혹에도 굴하지 않는 태오, 괴물의 더듬이인가 여기에 사탕이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니 조금 귀엽게 봐줄만 하다. 괴물의 말에 꼬박꼬박 대답을 하면서도 무서운 태오는 문 앞에 물건들을 쌓기 시작한다. 괴물이 태오를 만나는 장면은 태오의 상상력인 것일까. 혼자 집에 있는 아이의 무서움을 잘 표현해 내고 있는 것 같다. 태오가 괴물에게 잡아 먹히지 않을까 걱정인 독자들은 결말이 어떻게 날지 궁금해진다. 아, 이런 괴물이었어? 역시 상상력이란 무한하구나. 귀여운데, 이정도라면 나도 놀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귀여운 괴물이잖아. 한 마리 키워볼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엄마가 외출하고 난 후 찾아온 괴물, "똑, 똑 태오야 놀자, 문 열어 줘"라고 하면 무서워서 울고 말텐데 용감한 태오는 그래도 괴물과 맞선다. 비록 문을 막고 집 안으로 들이지 않을 뿐이지만 괴물에게 당당히 맞선다. 어른스러워 보인다고 할까. 괴물의 최후통첩 "창문으로 들어간다"는 말에 기겁을 하지만 짠, 하고 창문에 나타난 괴물은 아이의 상상력에 맞지 않게 참 깜찍하다. 왜 진작 문을 열어 함께 놀지 않았을까 후회가 될 정도로 말이다. 우리의 전래동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을 꾀어 내려는 호랑이보다는 덜 무섭다. 호랑이는 괴물로 표현하진 않지만 괴물보다 더 무섭다.  

 

자, 혼자 있는 집에 괴물이 찾아와 "문을 열어줘"라고 한다면 우리 아이는 어떻게 해야할까. 아이에게 이럴 땐 문을 열어주라고 하기도 그렇고, 어떤 이야기를 해 줘야 할까. 잠시 고민을 해보자. 엄마의 말을 잘 듣는 태오를 보면서 호기심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는 존재인 괴물을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알아보는 즐거움을 느끼며 나도 괴물이 무서운데, 하는 생각은 잠시 접어둬야겠다. 아이 앞에서 난 강해야 하니까. 함께 괴물을 물리쳐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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