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야, 놀자!
제랄딘 콜레 지음, 김경태 옮김, 롤랑 가리그 그림 / 키득키득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보니 어린시절이 떠오른다. 학교에서 지우개 따먹기외에 별반 할 게 없었던 우리들은 옆에 앉은 짝지와 가위바위보를 한 뒤 책을 넘겨 본 후 그곳에 있는 사람수에 따라 한 장씩 책장을 넘겼던 놀이를 했었는데 그 땐 그것이 그렇게 재미있었다. 지금 하라고 하면 참으로 유치해서 뭘, 그런걸 하고 노냐, 라고 말하며 귀찮아 할텐데 지금 이 책속에 바닷가에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을 보니 갑자기 이 추억의 놀이가 하고 싶어졌다. 그림책이라 몇 장 되지 않아 어쩌면 한 판에 승부가 결정나고 날테지만 말이다.

 

선크림을 바른 것도 아닌데 어릴 때는 햇볕에 시커멓게 타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물놀이를 즐겼었다. 벌겋게 된 피부때문에 잠을 자지 못해도 "바다에 가자"고 하면 신이 나던 시절, 나에게도 분명 그런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가자고 하면 글쎄, 아마도 해가 지고 난 후 바닷가에 발이나 담글까 하는 생각만 할 것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열정이 식어가는 것, 이런 것이 아닐까.

 

자, 자 비록 그림책속이지만 시원한 바다에 풍덩 빠져보자.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를 찾는 즐거움이 있어 한 장 한 장 넘길때마다 아이들이 어디에 있나 두리번 거리게 된다. 아, 여기에 있구나. 준비운동은 하고 바다에 뛰어들어야지. 선크림을 바르는 아저씨, 이제 도착하여 자리를 잡는 가족도 보인다. 파도를 뛰어넘는 묘기를 부리는 그림은 과장된 느낌이 들지만 바다를 잘 표현해 놓았다. 높은 하늘에서 보니 바닷가에 있는 사람들이 조그맣게 보이고 저기 아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덕분에 나도 이 바닷가에 함께 있는 것 같다.

 

공부할 때는 시간이 더디게도 흘러가더니 놀 때는 왜이리 빨리 지나가는지 금세 해가 지고 만다. 사람들이 다 떠난 바닷가에는 인어가 한가롭게 즐기고 있고 아이들은 빨리 해가 뜨기를 간절히 바라며 발걸음을 돌린다. 모두가 가고 없는 적막한 곳이지만 여전히 파도는 밀려왔다 밀려간다. 낯선 사람들이 발자국을 남기며 해변을 돌아다녀도 바다는 늘 그자리에 있겠지. 이 두 아이가 자라 이 곳을 찾지 않아도 다른 아이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새로운 추억이 만들어질 것이다.

 

스폰지 양장으로 된 책은 처음 보았는데 참 푹신하다. 모서리 부분을 라운드 처리하여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해 놓아서 안심이 되고 아이가 바다에 가자, 고 계속 조르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물놀이를 신나게 표현해 놓았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본다면 많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사람들은 뭘 하고 있지? 이건 뭘까? 여기엔 아이들이 어디에 있을까? 등등 아이와 함께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