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가 온다! - 키득키득 아기웃음책
에밀 자둘 지음, 임희근 옮김 / 키득키득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길쭉한 보드책이 와서 놀랬다. 키득키득 아기 웃음책이라고 하는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한 장씩 조심스레 넘겨본다. 일단 집은 사슴집이다. 처음 사슴이 창밖을 내다 볼 때 의심했어야 하는데 아깝다. 늑대가 온다며 사슴집에 문을 열어달라며 뛰어오는 토끼, 돼지, 곰. 그런데 이들이 모두 친구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만나면 우리 악수하자 그런다. 아니 반가워서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전혀 모르는 낯선이를 받아들이는 사슴을 보면서 늑대가 오는 긴박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참 이것을 반전이라고 해야하나.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장면이니 반전이라고 해야겠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은 발설할 수가 없다. 왜냐구? 마지막 장면에서 웃음이 터져나오거든. 아하, 이런 거였구나. 호탕한 웃음이 터져 나오진 않았지만 아기라면 다르겠지? 왜 늑대가 쫓아오는지 호기심을 느낄테고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웃음이 날 것이다. 물론 늑대가 다른 동물들을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어야 웃음이 터질텐데 걱정이긴 하다.

 

사슴과 토끼가 어깨동무를 하고 창 밖을 쳐다본다. 현실에서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토끼, 곰 등이 늑대를 유인한 것일까. 잡아먹힐지도 모른다면 유인하지 못했을 것이다. 분명 이유가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복원칙에 의해 그려진 이 그림책이 정말 아기를 웃게 할까. 이 책이 아니라도 늘 방긋 웃음지을 것 같은 아기기에 제대로 이 책을 감상하며 그 의미를 알아차릴까 염려가 되지만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잘 꾸며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늑대가 쥐처럼 생겼다. 너무 선량하게 생겨서 그런가. 웃는 모습을 보니 영락없이 쥐 같아 보인다. 이렇게 모두 함께 웃으며 지낼 수 있는 공간은 책 세상 뿐일 것이다.

 

이빨을 드러내놓고 눈을 감은 늑대의 그림, 늑대가 쫓아온다면 얼른 문을 걸어 잠그고 숨어야지 다들 왜 저리 창밖을 바라본담? 유쾌하게 악수할 상황도 아닌데 말이다.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으니 곰을 마지막으로 늑대가 나타난다. 다른 동물들도 함께한다면 좋았을텐데,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봤는데 이렇게 모여 있는 동물들 중 늑대가 잡아먹는다면 어떤 동물을 먼저 잡아 먹었을까. 너무 악한 생각인가. 사람의 시선으로 보니 돼지가 맛있게 보인다. 솔직히 동물들이 늑대하고는 악수하지 않았잖아. 늑대가 어떻게 돌변할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것 아닌가.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큰 반전이 숨어 있었을 수도 있겠다. 아니, 늑대가 동물들을 잡아먹는 것은 반전이 아니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아기야! 늑대가 온다. 나 좀 숨겨줘. 어디에 숨을까. 아기 뒤에 숨어야 할까. 나는 아기를 지켜야 할테니 나를 희생해서 늑대를 몰아내야겠다. 하지만 늑대가 친구라면? 흠, 나는 못믿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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