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없었다, 당신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신은주.홍순애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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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달', '장송'으로 이어지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로맨틱 3부작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 '당신이, 없었다, 당신'으로 처음 만났는데 그의 작품세계는 너무나 난해하고 어려워서 쉽게 다가갈 수 없었으니 이 로맨틱 3부작을 먼저 읽었어야 했나 보다.

 

첫 번째 단편 "이윽고 광원이 없는 맑은 난반사의 표면에서..."부터 대체 무슨 내용인가 했다. 몸에서 모래가 떨어지다니,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인가. 종교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깊이 있는 내용은 이해하기가 힘들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에서 유일하게 그나마 조금 이해가 가능한 단편이었다는게 우습기도 하다.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행간의 숨은 뜻까지 알아낼 수 없어서 단순하게 글이 드러내는 것만 따라가다 보니 본문 하단에 짧막한 시구를 곁들여 소설 삽화 형식을 띤 32점의 그림 없는 삽화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역시 나의 독서의 깊이가 얕음을 한탄해야 할까.

 

몇 편의 긴 단편들 보다 '거울'에서 짧게 적혀있는 단 한문장이 기억속에 남는다. "내가 없는 동안에도, 내가 부재하는 방을 계속 열심히 비춰주고 있을까?". 수없이 많은 것이 쓰여진 글보다 이렇게 단 한줄만으로도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있다. 그래서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어느 단편 하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글들이 없었는데 특히 '페캉에서' 단편은 주인공 오노가 자신이 집필하고 있는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왜 그렇게 지루한지,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는 시간이 더디게 흘러갔다.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단편들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 가슴을 친다.

 

새롭게 다가온 단편 '여자의 방', 단어들이 흩어지고 문장들이 베어진 듯한 느낌이 드는 단편이었는데 내가 지금까지 읽어온 소설의 형식과 달라 낯설기만 했다. "당신이, 없었다, 당신" 책 제목을 읽어보면 먼 곳을 바라보게 하고 그리움이 묻어나기도 하는데 단어 하나 하나 음미하면서 읽다 보면 그 느낌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 참 아쉽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다른 소설들을 읽고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전혀 새로운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내가 이 책을 읽을 준비가 안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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