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의 계절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7
로리 할스 앤더슨 지음, 김영선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책 제목만 본다면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마지막 책장까지 읽은 후엔 표지를 오랫동안 바라보는 것이 쉽지가 않다. '황열병'이라는 말은 질병공부를 할 때 들어본 말로 모기에 의해 발생한다는 정도의 지식만 있었는데 이렇게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온 병인줄 이 책을 읽은 후에야 알게 되어 부끄러웠다. 많은 사상자를 낸 이 병으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꿈조차 날아가 버린 희망없는 이들의 삶은 전쟁이었고 냉혹하기만 했다.

 

열네 살 소녀 매티, 엄마가 깨워야 늦장을 부리며 일어나곤 했던 그녀가 홀로 세상과 맞서며 '황열병'에 쓰러져가는 사람들을 돌보고 커피하우스를 일으켜 세운다. 한여름의 잿빛 도시 필라델피아에는 절망만이 가득한 것으로 보이나 이곳에서도 사랑과 꿈이 피어나고 서리가 내린 후 부터는 수척한 얼굴이지만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도 돌아온다. 돈 많은 사람들이야 한가롭게 여행이라도 다녀온 듯 시끌벅적하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지만 매티 못지 않게 나도 이런 사람들의 행동에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분명 "살아있었구나" 안도하며 서로 반가워 하는 이들과 다른 부류들이니까.   

 

엄마가 황열병으로 쓰러지고 할아버지와 매티는 다른 곳으로 떠난다. 하지만 운명은 매티를 찾아 떠난 엄마를 매티와 만나지 못하게 하고 할아버지마저 매티의 곁을 떠나게 한다. 이제 곁에 남은 사람은 커피하우스를 도와주던 일라이저 아줌마 뿐, 모두들 지쳐가지만 죽음과 싸우며 이 병이 사라지길 기다릴 뿐이다. 엄마는 어떻게 되었을까, 집을 떠난 후 소식을 알길이 없다. 매티는 엄마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한가닥 희망이라도 그 끈을 결코 놓지 않는다. 열네 살 어린 소녀가 겪기엔 너무도 잔인한 일들 뿐이지만 벌써 어른이 되어 버린 매티는 엄마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엄마 못지 않게 이 커피하우스를 잘 이끌어 간다.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버틸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 삶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살아가야 하는 것이 삶이지만 아무리 냉혹한 시련일지라도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 또한 삶일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힘든 과정을 겪은 자만이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 있듯 어리기만 하던 매티가 이렇게 한 사람의 몫을 거뜬히 해 내며 성장하는 것을 보며 희망을 느낀다. 찬 서리가 지나가고 또 무더운 여름이 와 황열병으로 사람들이 쓰러져도 또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용기를 지닌 매티는 삶의 어두운 면을 먼저 봐 버렸지만 자신의 삶의 냉혹한 사령관이 되어 분명 잘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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