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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미용학교 - 잊을 수 없는 그들의 이름
데보라 로드리게즈 지음, 이선혜 옮김 / 길산 / 2007년 9월
평점 :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어떤 것으로든 그녀들의 삶을 온전하게 이해할 순 없을 것이다. 얼마전에 "연을 쫓는 아이"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조금의 정보를 얻었다고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아프가니스탄 여인들의 삶은 내가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다. 그런 일을 내가 겪는다면 당당히 맞서지 못하고 "죽고 싶다"는 생각만 하며 수동적으로 살았을 삶을, 그녀들은 희망을 가지며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 책의 저자 데보라는 안정된 삶과 부와 성공을 거머쥐고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음에도 늘 가진 것이 없는 자,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 왔다. 비록 구타를 일삼는 남편을 피해 이곳 아프가니스탄으로 날아오게 되지만 그녀는 이 곳이 자신이 있어야 할 곳임을 알게 된다.
데보라는 의사, 조산사 등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무리들 중에 '미용사'라는 직업이 이 곳 아프가니스탄에서 큰 환영을 받게 될줄은 몰랐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자유롭게 수다를 떨며 웃을 수 있는 공간인 미용실이 탈레반에 의해 모두 사라졌기에 데보라는 이 곳 안개와 먼지의 도시 카불에 미용학교를 설립할 결심을 하게 된다. 데보라를 찾아오는 수많은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을 통해, 불행과 절망을 희망과 웃음으로 이겨내는 그녀들의 삶이 궁금하다면 당장 이 책을 읽어보면 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이 힘들어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이야기는 분명 삶의 의욕을 불러 일으키는 희망을 주게 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인이 아닌 서양인의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는 데보라. 남편에게 구타당하고 집안에서 노예처럼 살아가는, 짧은 행복조차 그녀들에게 허락되지 않는 곳이지만 모두들 무조건 불행하진 않다. 우리네가 힘들게 살아가는 이유를 그들이 모르듯 그 곳에서도 열심히 살아내야 하는 그들의 삶이 있다. '카불 미용학교'에 입학 허가를 받고 싶은 사람들 중 사연 없는 이는 단 한명도 없다. 데보라가 많은 여성들 중에 몇 십명만 가려내어 이 학교에 받아들이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간다.
아프가니스탄에서 5년간 생활하며 데보라가 겪었던 일들이 이 책속에 담겨져 있다. 나는 좀 더 많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삶을 알아가길 바랬고 그녀들이 어떻게 지금의 삶을 당당하게 살아내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역시 아프가니스탄인이 아닌 타국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이 책 안에는 데보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카불 미용학교, 아프가니스탄의 문화, 아프가니스탄인 '샘'과 결혼한 이야기 등이 많이 다뤄져 있어 아쉬운 마음이 든다. 첫째 부인이 있는 '샘'과 결혼한 데보라를 어떻게 보면 좋을까. 몇 번의 결혼으로 지친 마음, 이제는 이 곳에서 작은 행복을 얻고 있는 데보라, 그녀도 이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로산나, 마리암, 미나 등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주어진 혜택에 불만만 품고 진정한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나에게 그녀들의 이야기들은 내 마음을 울린다. 누군가가 고통받고 죽어가는 땅, 사람들에게 위험한 곳이라고 알려진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으며 슬픈 숙명이지만 작은 행복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사람들을 감동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