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Thousand Splendid Suns (Paperback, International)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 Riverhead Books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하라미(후레자식)'라고 어머니인 나나에게 직접 듣고 자란 마리암. 아버지 잘릴에게 형제들과 함께 살고 싶다는 말을 당당하게 내뱉았던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나이 많은 라시드와 결혼을 하는 것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살고 싶어했던 마음이 어머니 나나를 죽음으로 몰아갔고 그녀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살지 못하고 그렇게 버려진채 먼 곳으로 가게 된 것이다. 여느 여인들이 사는 것처럼 아이를 낳고 키우며 남편과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마리암에겐 이것도 사치였나 보다. 몇번의 유산끝에 아이를 잃고 그녀에게 남은건 남편의 구타였으니까.

 

책장의 넘기다 보니 어느새 마리암의 이야기가 '라일라'로 옮겨간다. 그래서인지 마리암은 더이상 이 책의 주인공이 되지 않는 듯 하다. 그저 라일라의 이웃으로 잠깐 등장하는 것뿐 그렇게 잊혀지는가 했다. 내 머릿속에서 마리암의 이야기가 잊혀져갈즈음 전란의 포화속에서 꽃피는 타리크와 라일라의 사랑이야기가 내 가슴을 울리고 있었다. 다리 하나를 잃고 의족을 하고 있는 타리크이지만 라일라에겐 더 없이 멋진 남자일뿐 평생 함께 하고 싶은 상대다.

 

전란속에서 많은 것을 잃어버린다. 생명까지도. 그래서인지 지금 벌어진 모든 것은 전란의 영향으로 그리 되었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타리크가 전란을 피해 떠나고 라일라의 부모님이 죽은뒤 다친 그녀를 돌봐주고 아내로 맞이한 마리암의 남편 라시드를 비난하고 싶지만 그 상황에서 라일라가 거리로 나갔을때 과연 살아남을 수 있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타리크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해서 라일라가 라시드와 함께 살게 된 것은 너무 화가 난다. 뱃속에 있는 타리크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라일라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여자를 구타의 대상으로 여기는 라시드에게 라일라가 어찌 견뎌낼지 걱정이 되는 것이다. 역시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고 했는가. 더 큰 고통이 따르지만 라시드에게 간간이 대항하는 라일라의 모습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려는 몸부림을 넘어 타리크의 아이인 아지자를 지켜내려는 처절이 보여 마음이 아프다.

 

이렇게 함께 살게 된 마리암과 라일라. 남편 한명에 아내 둘인 상황은 마음 열기가 쉽지 않지만 남편에게 맞는 마리암을 막아주어 라일라에게 마음을 열고 천천히 서로가 의지하게 된다. 집에서 아이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행복을 느끼는 마리암, 구타하는 남편에게 대항하여 서로가 힘이 되어주는 두사람, 마리암 그녀 나름의 방식으로 라일라에게 도움을 주는 모습은 절망과 고통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어 그 희생에 가슴이 아프다. 라일라에겐 다시 돌아온 타리크가 있지만 마리암에겐 라일라와 그녀가 낳은 아이들이 전부였으니까. "괜찮다"고,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포화가 휩쓸고 지나가 죽음밖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작은 행복이 머물고 아직은 희망이 있기에 그 땅의 여인들이 이겨낼 수 있었을 것이다.

 

아침이면 늘 맞이하는 태양, 그 누군가에겐 암흑속에 떠오르는 찬란한 태양일 수 있음을 알아간다. 내일은 떠오르는 태양을 다르게 바라볼 것이다. 전란의 포화속에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고 죽지 않고 살기위해 힘겹게 살았을 아프가니스탄의 여인들을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하게 될테니까.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 떠오르면 그녀들에게도 작은, 아주 작은 행복이라도 쏟아질 것이다. 늘 태양은 떠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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