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생 모임
가쿠타 미쓰요 지음, 민경욱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나도 이 모임에 참여할 자격이 되는데 초등학교 시절 두번의 전학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신문의 한부분에 전학생 모임란이 있다고 해도 아마 참석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겠지. 그래 이런 소심함이 전학 두번을 하는 동안 나의 본래의 활달한 성격을 죽여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게 튀지도 않아야 하지만 입학하고 함께 하는 아이들의 보이지 않는 끈에 자연히 소극적으로 변해갔다. 뭐 그렇다고 가와하라 신조처럼 누굴 사귀는데 1년이 한계라는둥, 한 장소에 게속 있으면 불안하고 초조해진다는 증세는 전혀 없다. 단지 어느날 갑자기 툭 끊어져 나의 의견조차 물어보지 않고 내 인생은 다른 곳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고 그것이 내 추억을 날려버렸다. 난 오히려 이 전학생 모임을 통해 나와 같은 맘들을 먹고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은 궁금증이 일어난다. 가와하라를 이해해 보기 위해 전학생모임에 들어간 그녀와 다른 이유로 말이다.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여기 다 데려놓은 것일까. 핑크빛 사랑을 하는 커플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쓸쓸히 한쪽 마음을 도려낸 사람, 이제껏 내가 있었던 공간이었지만 어느날 낯설게 느껴지는 공간이 되어버려 생소한 공간에 부려진 몸이 처연하게 느껴진다. 인연이란 무엇이고 운명이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한 인연이란 것도 운명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한번의 우연으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면 쉽게 용납할 수가 있을 것인가. 반지를 가지고 청혼하기 위해 달려갔지만 그녀는 다른 남자와 함께 있고 나는 다른 이와 결혼을 하기 위해 하와이의 인적 드문 곳에 서 있다니 또한 처음 만나는 그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나는 이 곳 하와이에 왔다니 생일휴가를 떠나온 목적이란 이것이었던가. 정말 얽힌 인연의 실타래의 끝은 어디인가 묻고 싶어진다. 아마 그 끝을 찾는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불행하다고 생각하며 어둠의 긴 터널을 터벅터벅 걷고 있을때 분명 터널의 끝은 있을것이라고 자위하지만 솔직히 점점 더 나락으로 가라앉음을 느낀다. 인생은 그렇다고 생각하기엔 아직 살아갈날이 창창한 나이 그래도 내가 상상하는 세상은 꽃들이 만발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을 보면 삶의 원동력은 아직 있다고 위로받게 된다. 인생 한고비 한고비 넘어갈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면 좀 더 견디기 쉬울까. 어느날 문득 기억속에서 튕겨져 나온듯한 익숙한 거리를 만났을때 아름다운 풍경이 떠오른다면 좋겠다. 

일곱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이 책은 각기 다른 내용을 품고 있는 듯 하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왠지 비슷하게 닮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있는듯 생각된다. 아마 이곳에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나와 닮은 모습도 있을 것이고 때론 이렇게 자신을 편하게 놓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다른 공간에 있는 낯선 느낌이 아닌 친숙하게 느껴짐은 아마도 이런 이유겠지. 학창시절 바닷가에 연을 묻어두고 남자친구와 함께 연을 찾아 날리던 그 시절을 회상하는 그녀는 늘 연이 날아오르는 그 끝을 보았기에 함께 했던 남자친구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세월은 이렇게 내가 무언가를 바라보지만 퇴색된 기억만을 안겨줄 뿐이라 나조차도 누군가의 기억속에는 그저 형태만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형태가 온전해지기 위해서는 연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연을 날리는 손을 그리고 연이 날아오르는 것을 환한 미소로 바라보는 그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단지 함께 했다는 기억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나도 누군가에게 명확한 존재이고 싶다면 눈을 마주보고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얼마나 알고들 있을까. 때론 이런 시간이 필요함을 나도 이제야 알게 된다. 내가 끊어져 버렸다고 생각한 어린시절의 기억들이 이런식으로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르기에 앞으로 기억해야할 많은 시간들을 소중히 생각하고 각인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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