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의 채소밭
빌 로스 지음, 김소정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편리함을 추구하는 세상속에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초록색이 그리워지나 보다. 마당 한구석 작은 공간이라도 있으면 텃밭을 일구는 어머니를 보면서 자식을 기르듯 지극정성이시라 살짝 질투가 나기도 하니 너무 속이 좁은것일까. 나도 고추, 딸기, 깻잎, 상추 등이 자라는 모습을 보노라면 기분이 좋아지니 내 땅 가지고 논, 밭 일구는 사람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알 것도 같다. 웰빙이라 해서 유기농이 인기몰이를 하는데 아주 아주 옛날부터 존재해온 먹거리들의 탄생비화를 듣는 기분? 아마 조금은 어렵지만 감자에게도 문화가 있고 종교도 있었으니 희노애락을 같이 하여 지금 내가 손쉽게 손을 뻗어 먹을 수 있었다면 믿어지는가? 인간들의 문화, 역사보다 더 오래된 녀석들이 아닐까. 

보릿고개를 지날당시 감자가 없었으면 참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을 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전쟁으로 인해서든 천재지변으로 인해서든 먹을 것이 없을때 이 감자로 주요 식량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살려냈다. 수많은 여인들이 마술을 부렸다는 이유로 처형당할때 사람들 눈에 악마가 활개치는 모습이 보였다니 정말 무시무시한 세상이다. 땅속에 시체처럼 파묻으면 갑자기 생기를 띠고 개체 수를 늘려가는 관능적인 곡선과 선정적인 모양을 한 벌거벗은 감자가 보였다니 감자에 대한 박해가 인간 못지 않았음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쪄서도 먹고 볶아서도 먹고 샐러드도 해 먹는 감자의 다양한 변신 앞에 이렇게 힘든 여정이 있었으니 작은 음식하나라도 감사하면서 먹어야겠다.  

채소들이 언제 각 나라들에 보급이 되었는지 정보가 가득한 책이다. 현재는 원예나 농업분야에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없는데 자신의 정원을 가지고 정원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옛 시대에는 대단한 광영이었나 보다. 클로드 모네는 정원을 가꾸는 일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즐겼으니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로지 흙뿐입니다"라는 말을 남겼을 정도라 그들에게 정원의 가치가 얼마나 컸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예술가들에게 정원사가 될 수 있는 기질이 많았다고 한다. 모네가 자신의 집을 꾸며놓은 사진을 보면 입이 쩍하니 벌어져 다물어지지가 않는다. 정원과 채소밭도 함께 가꾸었다고 하니 허드렛일로 생각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병원이 생기기전에는 어떻게 병을 치료했을까. 화상을 입었을때 된장을 바른다든지 어릴적 손등에 사마귀가 난 것을 본 이웃분이 "가재를 문지르면 낫는다"는 말을 해서 기겁을 한 적이 있는데 민간에는 병원에 의지 하지 않고 대대로 구전으로 전해내려오는 비방책이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야채들이 이 기능들을 대신할 수 있다니 대체 이녀석들의 변신은 어디까지인가 사뭇 궁금해진다. 시기심 때문에 생긴 위의 열을 내리는데 탁월한 효가가 있고 짜증이 날때 짜증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는 상추, 화가나서 폭식을 하기 보다 상추를 자주 찾는 습관을 들여야겠지? 아뿔사 저녁에 고기를 먹으며 상추를 안먹었는데 앞으로는 꼭 챙겨먹어야겠다.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다. 상추를 먹으면 졸음이 온다고 해서 학창시절 수학여행을 가면 아이들을 재우기 위해 꼭 상추가 나오곤 했던 기억이 난다. "정말 졸음이 올까?" 궁금해지네. 밤새도록 놀았던 기억뿐이니. 

유럽인들은 야채에 치료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 아프리카나 중동 지방에서 전해 들었다고 한다. 약초나 채소 구분없이 채소밭에서 길러 둘 다 치료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다니 예나 지금이나 웰빙의 목적은 똑같았나 보다.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해 수도사들이 1년에 6차례씩 피를 뽑고 채소밭에서 수확한 영양가가 풍부한 야채를 먹으면서 담화를 나누었다고 하는데 기분이 나쁘거나 우울해서 스트레스 지수가 막 치솟을때는 그저 가까이 있는 야채부터 챙겨 먹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겠다. 오래도록 살고 싶으면 말이다. 좋은 세상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되지 않겠는가. 채소의 다양한 모습과 기능을 알게 된 유익한 시간이었다. 식단을 짤때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겠는데 게을러서 행동력이 떨어지니 부지런하게 만드는 채소는 어디 없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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