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격언은 미스터리의 세계에서통용되지 않는다. 죽은 자는 많은 것을 말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자신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할 자가 누구인지를 온몸에 새긴다. 아이러니한 것은마지막 증언을 듣기 위해 죽은 자를 다시 한번 죽여야한다는 데 있다. 미스터리에서 죽은 자는 대부분시체로서 다루어진다. 그는 인간이라기보다는 교살,
액살, 질식사, 38구경 탄흔, 깊은 자창, 저수지의플랑크톤 등으로 명명된다. 인간으로서의 간절한 증언을해석하는 행위는 철저한 비인간화를 통해수행된다. 한편 이런 과정을 거쳐 자신에게세로 사의일어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한 뒤에도 그는
‘불쌍한 희생자로 규정되는 일련의 왜곡을겪는다.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그가당한 범죄와 관련하여 설명되며, 그의 삶이가지고 있었을 다채로움과는 관계없이그 삶을 끝내버린 불행으로만 기억되기때문이다.
후루타 덴의 『거짓의 봄은 다섯 편의 작품이 실린 연작단편집이자, 도서(倒敍) 미스터리다. 도서 미스터리는다들 알다시피 사건을 해결해 범인을 밝히는, 즉누가 범인인지 독자와 함께 알아맞혀가는 과정에재미의 무게를 두는 보통의 미스터리 구조를 역전해,
범인을 미리 독자에게 알려주고 이야기를 시작하는미스터리 장르다. 이런 구조의 특징은 ‘시점‘에 있다.
대개 미스터리에서 독자는 ‘탐정‘의 시점으로 이야기를따라가지만 도서 미스터리에서는 ‘범인‘의 시점을갖는다. 쫓는 입장의 긴박함이 아니라쫓기는 입장의 불안과 초조함이 공감의 요소가 된다.
후루타 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