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을 다시 묻다 - 신앙이 아닌 문화로 읽는 한국 무속의 구조와 윤리
김주회 지음 / 소금나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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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주된 직장을 퇴직하며, 운이 좋게 여러군데에서 취업을 제의받았다. 각기 일장일단이 있기에 고민스러웠는데 친한 후배가 아는 철학관에서 카운셀링을 하라고 권유해서 재미삼아 방문했다. 개인적으로 종교는 없지만 어머님이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지라 교회를 다녔었기에 무속에 대한 살짝 거부감이 있는편이었다.

하지만 무속인까지는 아닐지라도 철학관을 운영하시는분과 상담을 하다보니 놀랍게도 내 개인적인 상황과 여러면에서 비슷한 지점이 많았고, 어느 회사라고 말을 하지 않았지만 미국보다는 영국을 택하라는 권유에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취업을 결정했고, 2년째 잘 다니고 있다.

물론 무속 신앙을 믿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상담 효과는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기독교를 기반으로 세워진 서양에서도 점성술을 비롯해 여러가지 심령술이 횡행하는걸 본다면 인간은 누구나 알 수 없는 불가지적인 상황에서 무언가를 결정할때 그러한 도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무속은 미신이라는 취급을 받아왔다. 특히 개신교인들이 해방 이후 늘어나면서 더욱 그런 경향이 강해졌는데, 이 책은 그 오래된 편견을 벗어나, 무속을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다른 각도로 분석한다. 상실에 대한 회복과 실패와 상실의 순간마다 무속이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는지 그 사회적 기능과 구조를 파헤친다.

아울러 단순하게 무속을 비과학적 미신이라 비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신비와 영험의 대상으로 옹호하는 극단적인 판단이 아니라 저자는 왜 무속이 사라지지 않았는가에 촛점을 맞춘다. 무속은 기독교, 불교, 유교처럼 교리를 가진 체계도 아니고, 과학처럼 검증 가능한 이론도 아니다.

저자는 무속을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으로 읽는다. 무속은 인간이 극단적인 상황을 견디기 위해 만들어 온 의례, 상징, 이야기 그리고 공동체적 치유 장치로 기능했음을 밝힌다.

또한 나아가 저자는 무속을 옹호하지도, 배척하지도 않는다. 대신 무속을 하나의 문화적 시스템이자 사회적 장치로 읽는다. 무속을 이해하는 순간 왜 오랫동안 우리 곁을 지켜왔는지 깨닫게 된다. 결국 교회에 내는 헌금이나 무당에게 주는 사례금도 비슷한 매락이 아닐까?(종교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읽힐 수 있다)

기독교에서도 사이비가 있듯이, 무속에서도 사이비들이 과도한 사례비를 요구하기 때문에 문제는 돈이 아니라 옳지 않은 폐해들은 어디에나 있다는 사실이다. 무속을 미신이라 비판하지만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책은 그 오래된 논쟁에서 한 걸음 물러나 무속을 신앙이 아닌 구조와 기능의 관점에서 다시 읽는다. 무속은 종교인가, 미신인가? 답은 단순하다. 질문에 문제가 있다. 무속은 무엇을 믿게 했는가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했는가를 봐야 하는 대상이다.

전염병과 재난, 갑작스러운 죽음과 사업 실패, 설명할 수 없는 불안과 상실 앞에서 사람들은 무너지지 않기 위한 방법을 찾아왔다. 무속은 바로 그 자리에서 작동해 온 한국 사회의 비공식 위기 대응 시스템이었다.

저자는 무속을 둘러싼 오해를 해체하면서 다음과 같은 새로운 시선을 제안한다.

· 미신이라는 낙인은 권력과 제도의 산물이다.

· 무속은 인간의 불안과 상실을 다루는 문화 시스템이다.

· 무속과 사이비는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 무속은 윤리와 기준을 통해 문화로 계승될 수 있다.

미신이라는 낙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무속과 종교·사이비는 무엇이 다른지, 굿과 의례는 어떤 구조로 작동하는지, 무속은 어떤 조건에서 문화로 계승될 수 있는지를 함께 다룬다. 무속을 옹호하거나 배척하는 대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읽어볼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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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road 2026-04-02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겁지 않으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입니다. 요즘 읽은 책 중 가장 흥미로운 주제였습니다.

정미소 2026-04-02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이 책을 보면서 무속은 믿지 않아도 이미 우리는 그 안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흥미로운 책입니다.

김범수 2026-04-02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호기심에 한줄 한줄 읽다 보니 빠져들어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주 아주 흥미롭게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