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책의 역자 후기는 다음과 같은 글로 끝맺고 있었습니다. "남이 써놓은 책을 말만 바꾸어 내어놓는 데에도 참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아무쪼록 그분들의 연학硏學에 진경進境이 월등하시길 빌면서 남은 잉크를 말린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같은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베버의 체계에는 동양 사상의 저변을 이루고 있는 관계론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인간관계에 대한 관점이 결여되고 있는 것이지요. 살아간다는 것은 사람을만나는 것이며, 살아가는 일의 소박한 현실이 곧 소중한 가치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서양 문명이 과학과 종교를 두 개의 축으로 하는 구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서양 문명뿐만 아니라 모든 사상은 기본적으로 이러한모순 구조를 내장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상은 대립, 모순, 긴장, 갈등 과정에서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동양 사상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양적 구성 원리에는 과학과 종교 간에 나타나는 그러한 모순이없다고 했지만 이것은 동양 사상의 내부에 모순 구조가 없다는 의미가아닙니다. 동양적 구성 원리에서는 그러한 모순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화와 균형에 대하여 대단히 높은 가치를 부여합니다. 중용中庸이 그것입니다. 대립과 모순이 존
런 공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진짜 이유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여러분과 같은 신세대 정서로는 그러리라고 생각됩니다. 한마디로 무일은불편함이고 불편은 고통이고 불행일 뿐이지요. 무엇보다도 불편함이야말로 우리의 정신을 깨어 있게 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없는 것이지요. 살아간다는 것이 불편한 것이고, 살아간다는 것이 곧 상처받는 것이라는 성찰이 없는 것이지요.
여러분은 무엇이 변화할 때 사회가 변화한다고 생각합니까? 그리고여러분은 미래가 어디로부터 다가온다고 생각합니까? 미래는 과거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미래는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변화와 미래가 외부로부터 온다는 의식이 바로 피식민지의식의 전형입니다. 권력이 외부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곳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입니다.
면 대중노선을 지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감옥에서 만난노선배들로부터 자주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이론은 좌경적으로하고 실천은 우경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좌경적이라는의미는 ‘신목자 필탄관新林省心 신욕자 필진의 新登者必振衣‘ 처럼 비타협적인 원칙의 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경적이라는 의미는 맑은물에는 갓끈을 씻고 흐린 물에는 발을 씻는다는 현실주의와 대중노선을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과 현실의 갈등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것인가 하는 오래된 과제를 마주하는 느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