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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 실수
강지영 지음 / STORY.B(스토리비) / 2025년 10월
평점 :
한국 장르소설계에서 주목해볼만한 작가인 강지영 작가의 신작소설이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살인자의 쇼핑몰] 원작자이며, [거의 황홀한 순간]등 다수의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작가다. 개인적으로 강 작가님의 작품은 네 번째 만남이라서 반가운 마음으로 첫 페이지를 열었다.
기존의 다른 장르소설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살해를 당했음에도 죽지 않고 살아서 복수를 감행하는 독특한 플롯의 작품이다. 아울러 약간의 반전적인 요소를 가미해 복잡한 한 인간의 아이러니한 상황을 그로테스크하게 묘사한다. 강지영 작가 특유의 서늘 한 묘사로 과감하게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서술한다.
“모두가 유죄"라는 책 말미의 표현처럼 등장인물들은 어떤 명분을 갖다 붙이더라도 생존을 위해 이기적인 선택을 하고야 만다. “양의 실수가 아니라 실수로 태어난 음수”들이 처절하게 뒤엉키는 여정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답게 사는 것’의 가치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작품의 시놉시스를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웹디자이너 6년 차, 연봉 2천 8백만 원인 유양은 희망 없는 직장에 사직서를 던지고 나온 날, 돌연 킬러의 표적이 된다. 바닷가에서 마주친 낯선 여인은 망설임 없이 그녀의 목을 겨눈다.
경동맥이 찔리고 피가 쏟아지는 순간, 유양은 분명히 죽었어야 했다. 그러나 다시 눈을 뜨고 살아 있는 자신의 몸을 발견한다. 호흡도 맥박도 사라졌지만, 여전히 걸을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다."
주인공이 살해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유양은 자신을 죽인 여인 목단화가 왜 자기를 죽였는지 원인을 알고 싶어한다. 이에 유양의 삶을 다시 살고 싶다는 목단화의 대답과 함께 누군가의 살인 의뢰로 자신이 표적이 됐고, 단화가 오랫동안 자신을 학습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유양은 단화에게 놀라운 제안을 한다.
누가 자신을 죽이라고 했는지 알아내면 확실하게 자신의 신분을 인수인계해주겠다고 말한다. 도저히 자신이 살해당한 원인을 알수 없었던 유양에게 그녀 자신의 삶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죽음과 시체 그리고 그로테스크한 특유의 묘사를 이 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보여준다. 삶과 죽음 그리고 장르소설의 가져다주는 흥미로움과 함께 전혀 다른 독서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낸한다. 아울러 강지영 작가의 작품은 낯설지만 이 또한 현실적이라는 이율배반적인 측면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후기를 올려본다. 강지영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는분들에게 추천드린다.
"할머니는 와병 후 거의 한 달만에야 숨을 거두셨다. 그녀가 죽음과 사투를 벌일 때 나는 응원할 수 없었다. 고통과 두려움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쓰다듬으며, 할머니 어서 편하게 떠나세요, 등을 떠미는 게 자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 한 달의 시간은 매일 울고 매일 술을 마셨으며, 세상 모든 신들에게 할머니의 안락한 죽음을 기원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자연사라는 게 인간이 서서히 메말라 미라가 되는 과정이라는 것을. 삶의 모든 과정들이 우주의 순리대로 흘러왔듯, 죽음 또한 일정한 과정을 통과해야 성취되는 과제라는 것을. 그러고 나서야 나는 울음을 그쳤고, 무엇에게도 빌지 않게 되었다. 이따금 사랑한다 말해주며 손을 잡아주다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을 받아들였다.
이 작품엔 할머니의 죽음이 일부 섞여 있다. 그녀는 별이 되었지만 육신과 영혼은 나의 일부로 남았다. 또 나의 작은 일부가 작품 속 양과 단화로 스며들었다. 할머니의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래 목격하고 글로 옮긴 이야기인만큼 내게도 특별한 책이 되었다. 독자들에게도 이 마음을 공유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