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통 - 제5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이희주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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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 올해 국내 젊은 작가들의 소설을 제법 읽는 것 같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거의 관심이 없어서 두드러진 작가외에 알지 못했는데 다시 책을 나름 열심히 읽어주면서 여러 작가들을 만나는듯 싶다.


이희주라는 작가는 소개란을 보니 아직 대학교에 재학중인걸로 보인다. 제 5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의 수상작으로 데뷰한셈인데 아직 작가적인 무게를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소설은 비교적 흥미롭게 읽힌다.


빠순이라고 적어도 될런지 모르겠지만, 연예인 특히 아이돌을 쫓아다니는 여성팬의 심리세계를 섬세하게 다뤘는데 전혀 모르는 분야이지만 나름 생생하게 느낌이 전달됐다. 올모스트 페이모스에서의 그루피는 아니고 멀리서 바라보며 그저 환상에 빠져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그들에 대해 작가는 ˝복잡한 세상에서 한 아이돌 그룹의 한철과 그 시절 팬의 일상은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기록해야 한다˝라고 적고 있다.


세 명의 등장인물 만옥,m,민규를 통해 하나의 사건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기록한 다중적 내러티브의 구조인데 읽으면 읽을수록아이돌 팬덤에 대한 생생한 증언과 그 사랑의 특수성에 대한 섬세한 기록을 만날 수 있었다.


책장을 덮고나서 여전히 그들의 삶이 이해가지 않고 ˝씨발 죽어도 좋아˝가 처연하게 느껴지는건 꼰대의 비타협적인 감성을 드러내는가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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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길 위의 철학자 - 떠돌이 철학자의 삶에 관한 에피소드
에릭 호퍼 지음, 방대수 옮김 / 이다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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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에릭 호퍼의 자서전쯤 되는 기록이다. 그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 책으로 접한건 이번 만남이 처음이었다. 첫 만남이었지만 매우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1902년 뉴욕에서 독일의 이민자 아들로 태어나 사고의 후유증으로 7세때 시력을 잃고, 15세때 기적적으로 시력을 찾아 독학으로 미친듯이 책을 읽었고, 18세때 부친이 돌아가셔서 LA쪽으로 건너가 노숙자 겸 노동자의 삶을 살았다. 28세때 자살을 시도했지만 목숨을 건지고 그 이후로 10년동안 전국을 돌며 떠돌다가 부두노동자로 정착 아닌 정착을 하고 49세에 그의 첫 책인 맹신자를 출판했다. 그 이후로 10권 미만의 책을 발간했지만 미국 사회의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1983년에 사망했다.


대략적으로 살펴만봐도 참 파란만장한 삶을 사셨던걸로 보인다. 평생 정규교육을 전혀 받지 않고 그런 방대하고 싶은 사유의 세계를 지녔으며 일종의 아포리즘적인 멘트로 동시대에 많은 영향을 미친 그가 위대해 보일정도이다.


책은 그가 떠돌이 노동자, 웨이터 보조, 사금채취공으로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두 27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이야기가 그저 단순한 이야기만으로 끝나는게 아니고 그의 삶, 사유, 사상의 세계까지 이어진다.


인상적인 그의 말 몇 구절을 적어보자면,


˝교육의 주요 역할은 배우려는 의욕과 능력을 몸에 심어주는데 있다.˝


˝절대 권력은 선의의 목적으로 행사될 때에도 부패한다. 백성들의 목자를 자처하는 자비로운 군주는 그럼에도 백성들에게 양과 같은 복종을 요구한다.˝


˝우리는 주로 자신이 우위에 설 희망이 없는 문제에서 평등을 주장한다. 절실히 원하지만 가질 수 없음을 알고 있는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절대적 평등을 내세우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 그런 시험에서 공산주의자란 좌절한 자본주의자라는 것이 드러난다.˝


˝돈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상투어를 만들어 낸 사람은 악의 본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며, 인간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다.˝


˝다른 사람을 기꺼이 용서하는 것은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방도가 될 수 있다. 내가 불만 품는 걸 내키지 않아 하는 것은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의 다른 저서에도 관심을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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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인의 추천으로 구입해놓고 본다 본다하면서 우선 순위에 밀려 못 읽다가 요즘 크게 회자되고 있는 저탄수 식이요법과 맞물려서 읽어보게됐다. 해를 거듭할 수록 우량체로 거듭나는 둘째가 그 식이요법을 시도한다고 해서 과연 그게 맞는가 싶어 확인하려고 읽어봤는데 의외의 소득을 거두게 됐다.


사실 밀가루 음식을 그렇게 좋아하는편은 아니다. 특히 빵은 거의 안 먹는편이고, 라면도 요즘 거의 안 먹기 때문에 밀가루 음식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해보니 밀가루는 이미 우리 생활 깊은곳에 침투해 있고 밀가루를 끊고 사는건 상당히 어렵다는걸 인지할 수 있었다.


저자는 지명도가 있는 심장학 전문의로 과학적인 근거와 자신의 임상경험으로 책을 썼다. 책에서 알게 된 사실인데 요즘 밀은 우리 조상이 먹던 밀과 상당히 다른 형태로 개량된 품종이라서 그 영향도를 아직까지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한다. 똑 같은 면적에서 몇 십배나 많은 수확을 거두게 된 요즘 품종은 과연 인간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것인가?


이미 상당히 많은 부작용이 있는걸로 파악됐고 밀가루를 끊는것 만으로 건강이 훨씬 좋아지는 임상사례가 많이 보고된다. 하지만 이 부분에도 역시 거대한 음모가 있어, 현대인들의 건강을 미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단 100년전에 비해 몸집이 거대해지고 각종 비만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국내는 모르겠지만, 미국 같은 경우 밀의 수확량 증대와 체중도 비례하여 증가됐다고 한다. 가난하고 못사는 사람일수록 비만도가 더욱 올라가는 현실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 밀은 저렴한 가격으로 여기저기 마구 뿌려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 밀과의 이별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단순히 밀가루하고만 이별한다고 해서 밀을 제거하는 것은 아니다. 밀은 우리 주위 어디에나 있다. 특히 밀이 들어간 가공식품을 멀리해야 한다. 밀을 첨가하면 계속해서 식욕을 자극하기 때문에 식품업체들에게 밀은 담배의 니코틴과 같다. 또 밀 음식의 편의성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샌드위치 같은 포장 음식은 갖고 다니기도, 보관하기도, 손에 쥐고 먹기도 편리하다.

이런 사항들을 명심하고 난 후 밀을 완전히 제거하면 단순하나 엄청난 혜택이 돌아온다. 습관적으로 밀 음식을 먹는 사람은 두어 시간이 지나면 성질이 까칠해지고 피로가 몰려온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고통을 덜어줄 빵 부스러기나 간식거리를 찾는다. 따라서 밀을 끊는다면 단순히 식품 하나를 끊은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 삶에서 걸핏하면 행동과 충동을 무자비하게 지배하는 강력한 식욕 촉진제를 없애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당분간 밀을 끊어보려고 한다. 우선 요즘 가급적 멀리하고 있으며, 11월 한달간은 전혀 먹지 않는 금밀을 해보려고 한다. 어떤 결과가 나올런지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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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전 세계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혔다고 하는 앵무새죽이기를 이제서야 읽었다. 어느 통계인가에서도 20세기 가장 훌륭한 소설 1위에 올랐을 정도로 지명도가 높은 작품인데 작가인 하퍼리가 60년대에 이 작품을 출간하고 후속작을 내지 않다가 무려 40년만인 2015년에 파수꾼이라는 소설을 내고 얼마지나지 않아 사망을 했다.


이런 여러가지 소재를 안고 있는 책을 출판사가 그냥 놔둘리 있겠는가? 파수꾼은 앵무새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는 소문을 듣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참에 읽어주자는 차원에 일단 소설을 구입하고 쟁여놨다가 1년만에 읽게 됐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매우 뛰어난 소설임은 분명하다. 잔잔하게 이어지는 이야기속에 뭔가 깊은 울림을 전해주며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책장을 덮고 나서 한참 생각을 해봤다.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수호자라고 자부하는 미쿡이라는 나라에서 행해졌던 뿌리 깊은 인종차별에 대해 격정적인 방법을 이용하지 않고 6살 소녀의 천진난만하면서 결코 어리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바깥 세상은 소녀에게 참 많은것을 알려주는 그런 세상이었다.


책 제목인 앵무새 죽이기에 이 책의 주제가 함축적으로 담겨져 있는데, 원어 mockingbird는 앵무새가 아니고 흉내지빠귀라는 새라고 한다. 이 새는 특별하게 인간과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는 생물인데, 사냥을 하면서 굳이 이 새를 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이런 제목을 지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흑인이 백인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도 않는데 왜 괴롭히냐 이런 정도의 의미로 해석된다. 흉내지빠귀 죽이기라는 명칭으로 번역을 했더라면 다가오지 않았을텐데 앵무새라고 제목을 정하는 바람에 지금까지 우리의 가슴에 강렬한 제목으로 남아있다.


첫 번째 번역본에서는 극중 화자인 스카웃이 경어체로 말하지 않지만, 새로운 판본에서는 독자에게 여섯살 꼬마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경어체를 썼다고 한다. 번역이 전반적으로 무리없이 잘 읽힌다. 다른분도 아닌 김욱동 교수라서 그런가? 아무튼 책장은 술술 넘어가지만 덮는 순간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그런 깊이가 있는 소설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가 있다면 읽혀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고, 여러가지 도움이 될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고등학교 큰 애에게 권하기는 글렀고 6학년 둘째에게라도 읽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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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론더링 - 국제금융업의 사각지대 기업소설 시리즈 8
다치바나 아키라 지음, 김준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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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론더링은 말 그대로 돈세탁을 말한다. 2002년도 작품이니 그 당시만 하더라도 돈세탁에 대한 개념이 옅을 때였는데 이런 주제로 데뷔를 한걸로 봐서 작가의 이쪽 방면 지식은 일단 해박할걸로 추정된다.

 

소설은 제목에서 언급했듯이 돈세탁을 소재로 하여 벌어지는 일종의 사회파 서스펜스물이다. 몇 년전 국내에 개봉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화차류의 사회파 추리물과 비슷한 얼개를 가지고 있다. 어느날 주인공 앞에 나타난 미모의 여인, 그 여인은 알면 알수록 점점 더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런 비밀을 지니고 있는데, 주인공은 여주인공의 치명적인 매력에 얽혀 점점 함정에 빠져들어간다. 과연 그 아니면 그녀에게는 어떤일이 벌어질까?

 

소설가로 전혀 경력이 없는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생각하기에는 필력이 상당하다. 일단 소설은 재미있다. 자금세탁과 관련된 전문 금융지식이 나오기는 하지만 소설을 읽는데 방해할만큼 몰입도를 흐트러트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15년전 작품이니만큼 요즘 환경과 많이 다른 초고속 정보통신망에 관한 부분들은 작품 소재의 신선함을 감쇄시키는 점이 있다.

 

작품의 줄거리에 대해 잠깐만 언급해보자면,

 

홍콩에 거주하며 무허가 컨설팅 일을 하는 구도에게 어느 날 아름다운 여인 레이코가 찾아온다.
˝5억 엔을 일본에서 외국으로 송금한 뒤 손실금으로 처리하고 싶다˝라며 탈세행위를 요구하는 레이코.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구도는 레이코에게 법의 허점을 이용한 절묘한 방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4개월 뒤 레이코는 5억 엔이 아닌 50억 엔이라는 거액과 함께 사라졌고, 구도는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도쿄로 향한다. 레이코와 50억 엔의 거금은 과연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런 내용이다. 아무래도 데뷰작이고 전문 소설가가 아닌 만큼 문학적인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일반적인 작가가 가지고 있지 않은 금융지식을 바탕으로 소재를 밀도있게 다룬 장점이 단점을 상쇄시킨다.

 

예전에 유행했던 성인물의 기업만화를 텍스트로 읽는 느낌이 들었다. 일본은 소설의 분야도 상당히 디테일하게 나눠서 출판시장에 접근하는 느낌이다. 아직 우리나라에 생소한 기업소설을 표방한 시리즈지만 좀더 좋은 소재의, 예를 들어 M&A등의 기업 비지니스 관련 재미있는 소설을 많이 출간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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