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전 세계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혔다고 하는 앵무새죽이기를 이제서야 읽었다. 어느 통계인가에서도 20세기 가장 훌륭한 소설 1위에 올랐을 정도로 지명도가 높은 작품인데 작가인 하퍼리가 60년대에 이 작품을 출간하고 후속작을 내지 않다가 무려 40년만인 2015년에 파수꾼이라는 소설을 내고 얼마지나지 않아 사망을 했다.


이런 여러가지 소재를 안고 있는 책을 출판사가 그냥 놔둘리 있겠는가? 파수꾼은 앵무새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는 소문을 듣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참에 읽어주자는 차원에 일단 소설을 구입하고 쟁여놨다가 1년만에 읽게 됐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매우 뛰어난 소설임은 분명하다. 잔잔하게 이어지는 이야기속에 뭔가 깊은 울림을 전해주며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책장을 덮고 나서 한참 생각을 해봤다.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수호자라고 자부하는 미쿡이라는 나라에서 행해졌던 뿌리 깊은 인종차별에 대해 격정적인 방법을 이용하지 않고 6살 소녀의 천진난만하면서 결코 어리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바깥 세상은 소녀에게 참 많은것을 알려주는 그런 세상이었다.


책 제목인 앵무새 죽이기에 이 책의 주제가 함축적으로 담겨져 있는데, 원어 mockingbird는 앵무새가 아니고 흉내지빠귀라는 새라고 한다. 이 새는 특별하게 인간과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는 생물인데, 사냥을 하면서 굳이 이 새를 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이런 제목을 지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흑인이 백인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도 않는데 왜 괴롭히냐 이런 정도의 의미로 해석된다. 흉내지빠귀 죽이기라는 명칭으로 번역을 했더라면 다가오지 않았을텐데 앵무새라고 제목을 정하는 바람에 지금까지 우리의 가슴에 강렬한 제목으로 남아있다.


첫 번째 번역본에서는 극중 화자인 스카웃이 경어체로 말하지 않지만, 새로운 판본에서는 독자에게 여섯살 꼬마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경어체를 썼다고 한다. 번역이 전반적으로 무리없이 잘 읽힌다. 다른분도 아닌 김욱동 교수라서 그런가? 아무튼 책장은 술술 넘어가지만 덮는 순간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그런 깊이가 있는 소설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가 있다면 읽혀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고, 여러가지 도움이 될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고등학교 큰 애에게 권하기는 글렀고 6학년 둘째에게라도 읽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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