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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다이어리 - 어느 애주가의 맨정신 체험기
클레어 풀리 지음, 허진 옮김 / 복복서가 / 2021년 12월
평점 :
알라딘 신간에 코너에서 읽을만한 책을 골라보던중 눈에 띄여 바로 장바구니에 담궜다. 이제 슬슬 술 좀 끊어볼까 매우 고민중이던 찰라에 이런 책을 발견한건 일종의 계시가 아닌가 생각됐다. 이 책의 저자는 전업주부이기는 하지만 알콜중독은 아닐지라도 의존증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던중 어느 날 확 끊어버리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1년 동안 금주를 하며 이 책을 펴냈다.
저자 클레어 플리는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하고 30세으 나이에 광고회사의 임원으로 승진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던중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세 아이를 낳게 된다. 아이들과 좀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퇴직을 하고, 가정생활에 전념하던중 점차 많은 와인을 마시게 되며, 체중이 불고 자신감을 잃어가게 된다.
저자는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알콜이라는 마녀와 이별하기로 결심한다. 이후 '엄마는 남몰래 술을 마셨다'라는 블로그를 시작하며 금주에 성공을 하고, 블로그팬들의 격려에 힘입어 책으로 그 기록을 세상에 공개한다. 이후 소설 [진실 프로젝트]를 출간하고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저자는 아직까지 맨정신으로 남편, 자녀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술을 끊으며 발생하는 시련과 일련의 과정을 유머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병원이나 AA의 도움이 없이 일단 엄마는 맨정신(Sober Mummy)이라는 가명으로 엄마는 남몰래 술을 마셨다(Mummy was a Secret Drinker)라는 블로그를 개설한다. 처음에 저자 자신도 중독자는 아니고 단순한 의존자라고 생각했지만 면밀한 조사를 통해 생각보다 알콜에 많이 기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후 조사를 통해 발견한 금주 단계에 따른 의학적, 체계적 대처법들을 하나하나 자신에게 적용해보고 그 경과를 낱낱이 공유한다. 점차 그녀의 블로그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며 알콜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소통의 장이 된다. 이는 저자의 타고난 유머 감각과 솔직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고백에 일종의 팬덤이 형성된것이다.
저자는 술을 끊게되면 그동안 친하게 지냈던 지인들과 관계가 멀어질거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과 깊이 교유하며, 날씬한 몸매를 되찾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술에 취한것 보다 맨정신으로 살아가는 삶은 생각보다 훨씬 알찬 삶이었다.
꾸준하게 금주를 이어가던중 저자가 유방암 진단을 받으면서 위기를 맞는다. 알코올이 유방암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저자는 두려움 속에서도 알코올의 유혹에 무릎 꿇지 않고 금주를 이어나간. 오히려 자신의 암진단을 받은 이후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금주에 더욱 도움이 되는 질병으로 인식한다.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고 혼술족이 늘어간다고 전해진다. 혼술이 어느새 습관이 되고 급기야 알코올의존증으로까지 발전하는 것은 이제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었는데, 팬데믹 이전에 혼술을 즐겼던 내 자신의 삶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이제 정말 알콜과 이별해야될 순간이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저자와의 인터뷰를 올려보니 금주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출처 girlandtonic.co.uk에서 발췌
1. 자신에 대해 좀더 얘기해달라
- 음주 습관과의 싸움에서는 이겼을지 모르지만 난 여전히 케이크를 많이 먹고 SNS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2. 음주 이야기를 좀더 해준다면?
- 다른 엄마들처럼 마셨다. 아이들과 함께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나서는, 그냥 좀 긴장을 풀고 어른이 된 기분을 느끼기 위해 와인 한 잔(큰 잔으로)을 따라 마셨을 뿐이다. 그건 ‘날 위한 시간’이었다. 그 당시 나는 모두가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SNS에 ‘와인 시간’이라는 밈이 넘쳐났으니까. 그러나 한 잔이 두 잔, 석 잔이 되고 결국 하루에 한 병을 비우게 되자 위기감을 느꼈다. 일주일에 열 병 가까이 마시게 되었을 때, 나는 술을 끊기로 결심했다.
3. 음주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 내가 술을 좀 과하게 마신다는 것도, 내 삶을 망치기 시작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과체중에 심각한 불면증인데다 늘 불안했으며, 판에 박힌 생활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예전의 나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었고. 난 술을 끊고 싶지는 않았다. 진짜다. 와인은 나의 베스트 프렌드, 나를 정의하는 것이었고 난 ‘파티 걸‘이었다. 그래서 진짜 절제하려고, 절제해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술을 덜 마시려 하면 할수록 술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을 뿐이었다. 절제는 나에게 맞지 않았다.
4. 현재 술과의 관계는 어떤가?
- 거의 생각을 안 한다. 하지만 술을 마셨던 시절을 회상할 때는 있다. 후회하지는 않는다. 많은 걸 배웠고 그 시절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으니까. 그러나 나한테는 술이 결코 좋지 않다는 걸 안다. 우리 관계는 해롭다. 되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하기엔 지금의 내 삶이 너무도 행복하다.
5. 술을 줄이거나 끊어서 좋은 점은?
- 뭐부터 말해야 할까? 너무 많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점은, 자유다. 더이상 술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진짜 좋다. 시간도 엄청 많아지고, 머릿속에 공간도 정말 많이 생겼다. 책을 출간하고, 테드 강연도 했다. 그리고 다음주부터는 소설 창작 수업도 듣기 시작할 것이다. 술을 마시고 있었다면 이 모든 일을 할 만한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6. 글은 언제 쓰나?
- 나는 새벽 5시쯤 일어나 아이들이 깨기 전 두 시간 동안 글을 쓴다. 커피를 양동이째(유일하게 남아있는 나쁜 습관이다) 마시면서.
7. 술과의 관계를 다르게 생각하는 건 힘들고 외로운 일일 것이다.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 첫째,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책을 냈을 때,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똑같은 문제가 있음을 고백하는 메시지를 받았다. 나이도, 하는 일도, 출신도, 문화도 달랐지만 우리에겐 훨씬 큰 공통점이 있었다. 당신을 부끄럽고 당황스럽게 만드는 그 모든 일들을 우리도 겪었다. 끊는 게 두렵다고? 우리도 두려웠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삶을 바꾸었고, 그러니까 당신도 할 수 있다. 둘째, 신나게 하라. 박탈되는 것처럼 느낀다면 포기하기가 매우 어렵다. 잃을 건 아무것도 없고 얻을 것뿐이다. 그냥 시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