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음악 연주사에 새로운 앙상블의 규범을 만들어 낸 부다페스트현악 4중주단(Budapest String Quartet)은 1917년부터 1967년까지 반세기의오랜 시일에 걸쳐 개성적인 연주 양식을 지속하여 온 20세기 최고의 현악 4중주단이다. 처음 창단은 부다페스트 가극장 관현악단의 단원이었던하우저(Einil Hauser), 포가니(Imre Poganyi), 이폴리(Istvan Ipolyi), 손(HarrySon)의 순 헝가리인 연주자들이 결성했다. 그러나 1927년 로이스만(Joseph Roisman)이 제2바이올린 주자로 입단한 뒤, 1932년에 제1바이올린을 맡게 되고 이어 첼로가 M. 슈나이더 (Mischa Schneider), 제2바이올린이 그의 동생인 A. 슈나이더(Alexander Schneider)로 바뀌고, 또 비올라에크로이트(Boris Kroyt)가 영입됨에 따라 발족 당시의 단원은 그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그리고 2대째의 네 명은 모두 러시아인이며 교육은 독일과오스트리아에서 받았으므로 부다페스트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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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무튼, 요가 : 흐름에 몸을 맡기며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것 - 흐름에 몸을 맡기며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것 아무튼 시리즈 21
박상아 지음 / 위고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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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샘 샘통북통 아무튼 패키지의 세번째는 요가에 관한 책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요가에 관심도 많고, 사모님께서도 열심히 하시며 효과를 봤기에 언젠가 해볼 생각이 있기는 하지만 물어보니 대부분 여자수강생들이라고 하셔서 수련을 망설이고 있다. 온 몸이 뻣뻣 그 자체인지라 다른분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운데 이 책을 읽고 두려움을 약간 극복했다.


저자는 패션업계에서 일하다가 영어를 배우고 싶어 미국 뉴욕으로 무작정 떠난다. 비싼 물가와 함께 쉽게 영어가 늘지 않아 고민하던중 친구의 권유로 요가를 시작하게 되고, 그 매력에 빠져들어 업계를 떠나 요가 강사를 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책에 풀어냈다.

몸도 약하고 전혀 운동과 친하지 않았던 저자가 어떻게 어려운 요가 자세를 터득하고 전문강사까지 할 수 있었던가 그리고 나아가 요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술회하고 있다.

뉴욕의 생활비가 높은건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저자는 친구가 단돈 5불만 내면 요가를 배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요가를 시작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점차 요가에 빠져들며 요가 강사 자격증을 따야겠다고 목표를 설정한다. 이후 비크람 요가, 빈야사 요가, 아쉬탕가 요가, 하타 요가를 수련하기 시작한 저자는 다리 찢기, 비틀기, 머리서기, 핸드 스탠드의 세계로 들어가며 요가의 매력에 푹 빠진다.

아울러 빈약한 영어실력에도 불구하고 강사로 수업을 맡으며 많은 사람들을 가르치게 되고, 그러다가 결국 쿤달리니 요가의 크리야 수련을 하게 되면서 무아의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이후 국내와 뉴욕을 오가며 열정적으로 활동을 하던 중, 제주도에서 이효리의 강사로 유명한 스승을 만나게 되고 요가수련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다소 전문적인 요가 용어가 많이 나오는지라 딱 붙지는 않았지만 대충 요가수련이 어떤거라는걸 가늠할 수 있었다. 올해 여름 휴가때부터 사부작 사부작 요가를 시작해볼까 목하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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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투자의 본질 - 동학개미의 스승 박세익 전무가 말하는 현명한 투자 행복한 투자
박세익 지음 / 위너스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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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으로 읽어볼까 하던중 윌라에서 서비스중인걸 확인하고 오디오북으로 들어줬다. 코로나와 함께 여러가지 변화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개인투자자 그것도 비교적 젊은 초보들이 시장으로 대거 유입됐다는 사실이다. 이들을 일컬어 동학개미라고 말하는 어떻게 보면 비하하는 측면으로 볼 수도 있지만 딱히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만큼 시장에 신규 진입한 투자자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예전과는 다른 패턴을 보여주고 있음을 여러 통계치에서 드러난다. 이 책은 그런 동학개미들에게 스승으로 불릴만큼 유튜브에서 화제가 됐던 박세익 전무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에 관한 철학을 밝히고 있다. 유튜브를 보지 않아 그의 존재를 몰랐지만 뒤늦게 방송분을 찾아보니 뚜렷한 논리와 함께 자신만의 투자관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코로나로 인해 국내외 투자시장이 폭락했을 당시, 여러 방송에서 코스피 3,00돌파를 예상하고 이어 바로 반등을 보여주며 그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었던 3천고지 돌파가 달성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동학개미의 스승, 여의도의 현인, 갓세익이라고 불리며 팬덤층을 구사하며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투자가들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저자는 본인이 27년동안 투자업계에서 일하며 쌓아왔던 노후우를 책에 담아냈다. 이 책에서는 주식투자의 기본과 원칙, 철학뿐만 아니라 시장 조정 가능성과 그 이유, 그리고 적절한 대응 전략을 내보이며, 투자자들이 시장을 바라보는 정확한 관점과 이정표를 제시하여 상승장 하락장 가릴것 없이 어떤 시장에서도 이길 수 있는 투자 전략을 알려준다.


올해 주식시장은 예년에도 그랬지만 변동성이 높은 불투명한 시장으로 보인다. 상승론자들과 하락론자들이 팽팽한 대립의견을 쏟아내는 가운데 저자는 하락에 촛점을 맞춘 횡보장으로 예상한다. 이럴때는 시장 흐름을 파악하고 좋은 종목을 남들보다 빨리 찾아내기 위해선 과거의 데이터를 통해 지금 본인이 속한 시장이 어떤 흐름인지, 또 앞으로의 시장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모든 기업은 시장에 따라 가격이 크게 변하기 때문에 주식 고수들은 시장을 먼저 본다. 즉, 시장이 어떤 특징을 갖는지 분석하고 이에 맞는 전력을 수립하며, 이 시장을 이끌어갈 주도주를 발굴하여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방법을 책에서 배울 수 있다. 아울러 부록으로 저자의 '월간 운용전략 보고서를 참조한다면 실전투자에 더욱 도움이 될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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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부러진 계단 스토리콜렉터 93
딘 쿤츠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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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코너], [위스퍼링 룸]에 이은 제인 호크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읽기전에 3부에서 끝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야기가 더 전개된다. 나노테크놀로지로 세상을 통제하려 하는 엘리트 소시오패스 집단에 맞서는 27세 FBI 요원 제인 호크의 활약상을 그리며 강인하고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를 보여준다.  

딘 쿤츠의 다른 작품과 달리 강인하고 당찬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3부에서 더욱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소설은 세 가지 관점으로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줄거리를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비가 쏟아지는 3월의 밤, 촉망받는 쌍둥이 남매 작가인 타누자와 산자이 슈클라의 집에 검은 옷을 입은 세 남자가 침입한다. 누나인 타누자는 밖에서 소설 속 주인공의 기분을 상상하며 비를 맞고 서 있다가 수상한 침입자들을 발견하고 재빨리 몸을 숨긴다. 세 남자는 집 안에 있던 산자이를 총으로 위협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앰풀을 그에게 주사하려 한다.


그때 숨어 있던 타누자가 기지를 발휘해 동생을 구출하고, 남매는 차를 타고 집을 벗어나 도망친다. 그러나 정체도 알 수 없고 무엇 때문에 두 사람을 노리는지도 알 수 없는 추적자들이 바짝 뒤쫓아온다.

한편 남편의 갑작스러운 자살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면서 인류의 뇌를 통제하려는 권력 집단의 실체에 다가가던 FBI 요원 제인 호크는 어느새 조직을 배신한 불량 요원이자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수배자가 된 처지다. 이미 언론에 얼굴이 공개된 그녀는 가발과 콘택트렌즈, 메이크업으로 변장하고 일회용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GPS 없는 개조 차량을 타고 수사망을 피해 다닌다.


하지만 그녀가 싸우는 상대는 FBI, 국토안보부, NSA, CIA, 환경보호국 등 국가기관의 수사망을 총동원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 집단이다. 다섯 살 난 아들 트래비스의 생명까지 위협받게 되자 그녀는 안전한 곳에 아들을 숨겨두고 홀로 싸움을 이어간다.


과연 그녀는 타인의 정신과 신체의 자율권을 빼앗는 것을 자신의 권리이자 유토피아로 이르는 길이라고 믿는 엘리트 소시오패스 집단의 추격을 피해 진실을 세상에 밝힐 수 있을까?(소개글 발췌)"


나노임플란트, CCTV, GPS, 사물인터넷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기술과  다양한 감시망으로 취합된 각종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기술이 대거 등장하여 실감나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스티븐 킹과 함께 장르소설의 대가로 불리는 딘 쿤츠만의 작품세계를 볼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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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곡자 교양강의 -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정치 전략과 언어 기술 돌베개 동양고전강의 7
심의용 지음 / 돌베개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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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마키아 밸리라고 일컬어지는 종횡가의 귀곡자의 사상을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한 고전강의다. 저자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요즘 시각에 맞춰 설명했기 때문에 좀더 가깝게 귀곡자의 사상을 접할 수 있었다. 귀곡자는 오랫동안 중국에서 푸대접을 받았던 사람인지라 실존여부에 대해서 말이 많았는데 실제 있었던 인물이라는게 정설이다.

​먼저 귀곡자가 어떤 인물인지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성명과 행적()이 모두 알려지지 않았다. 영천() ·양성()의 귀곡지방에 은둔하였기 때문에 귀곡자라고 하였다. 진() ·초() ·연() ·조() 등 7국이 천하의 패권을 다투던 시대에 권모술수의 외교책을 우자()의 도()라고 주장한 종횡가()이며, 소진()과 장의()도 그의 제자였다고 한다.


천지간의 현상은 천지를 생성하는 도에 의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는 일정한 법칙에 지배된다고 보았으며,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동정변화()를 알아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저서로서 《귀곡자》 1권이 전해지며, 소진의 가탁()으로 간주되었다. 현행본은 내용도 천박하고, 문장 자체도 전국시대의 것이 아니어서 위서()임이 명백하다.(두산백과 발췌)"


합종연횡으로 유명한 전국시대 사상가인 소진과 장의의 스승으로도 알려진 귀곡자는 권모술수와 음험한 인물로 그려지지만 실제 그의 사상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도가 바닥에 떨어졌던 전국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을 효과적으로 가르쳐준 실용적인 사상가로 볼 수 있다.

동양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유가에 의해 저평가된 종횡가를 당시 정치에서 뛰어난 현실 감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했을 뿐만 아니라 주관적 도덕성에 집착하거나 귀족적 신분 질서에 얽매이지 않고, 엄밀한 사회과학적 사고와 기술을 통해 현실 개혁과 진보를 이룬 행동하는 집단으로 평가한다. 이 책은 <귀곡자>라는 중국 고전에 담긴 지식과 지혜를 새로운 감각으로 풀어냈음에 따라 쉽게 귀곡자의 사상을 접할 수 있다.


현대인들에게도 귀곡자의 사상은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전략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싶다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실것을 추천한다. 이 책이 궁금하다면 소개글을 통해 좀더 알아보시길 권해드린다.



젊은 우리 고전학자의 눈으로 읽은 중국 수사학의 고전


동양 철학을 전공한 필자 심의용은 최근 연구 자료를 통해 종횡가의 비조인 귀곡자가 생존 자체가 불투명한 은자가 아니라 실존했던 인물임을 밝히고, 유가에 의해 저평가된 종횡가를 당시 정치에서 뛰어난 현실 감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했을 뿐 아니라 주관적 도덕성에 집착하거나 귀족적 신분 질서에 얽매이지 않고, 엄밀한 사회과학적 사고와 기술을 통해 현실 개혁과 진보를 이룬 행동하는 집단으로 평가한다.

이런 관점에 입각해서 귀곡자가 현대인에게 전할 수 있는 흥미롭고 유용한 메시지와 지혜를 다채롭게 펼쳐놓는다. 『귀곡자 교양강의』는 한국인에게 친숙하지 않은 고전을 실용적인 시각으로 분석하여 고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나아가 오래된 지식과 현재적 상황과 연결한 새로운 해석이 주는 지적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종횡가와 비운의 고전 『귀곡자』


종횡가(縱橫家)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 가운데 하나다. 종횡가는 열국(列國)을 돌아다니며 독특한 변설로 책략을 도모한 이들로 열국의 연합체를 조직하여 그 힘의 균형을 이용해 권력을 쟁취하고자 했던 사상가다.

진 제국의 중국 통일 직전에 합종연횡의 전략으로 중국 대륙을 쥐락펴락했던 대표적 인물이 소진과 장의이다. 종횡가라 불리는 소진(蘇秦)과 장의(張儀)는 전국 시대에 최고의 정치 스타이자 탁월한 외교가였다. 소진은 여섯 나라의 제후를 설득하여 6개국 제후의 자격으로 유세함으로써 여섯 나라가 강력한 진나라에 대항하게 만들었다. 한 사람이 6개국의 재상을 동시에 겸임한다는 것은 역사상 유일무이하다. 장의는 뛰어난 지모와 변론술로 진나라 재상이 되었고, 소진이 만든 6개국의 합종을 깨트렸다. 이로써 진나라는 천하를 통일하였다.

전국 후기의 제후들과 천하는 이 두 사람의 손아귀에서 놀아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두 사람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 부귀공명을 얻었다. 사마천은 이들을 경위지사(傾危之士), 즉 ‘궤변을 통해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그들의 수사학적 능력을 인정한 것이다. 이런 성과를 이룩한 두 사람을 가르친 스승이 바로 귀곡자(鬼谷子)이고 그가 저술한 것으로 알려진 책이 바로 『귀곡자』다.


『귀곡자』는 위서(僞書)라느니, 저자가 분명치 않다느니, 신선방술(神仙方術)이나 병가(兵家), 심지어 점술과도 관련된다는 등 여러 가지 이견이 분분한 책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귀곡자』가 전국시대 중기에 실존한 인물의 저작임은 분명하다.

세상의 모든 약자들을 위한 수사학


그렇다면 『귀곡자』는 도대체 어떤 책인가? 종횡가는 기본적으로 유세가(遊說家)였다. 주유천하했다는 건 천하를 두루 다니면서 군주에게 유세했다는 말이다. 이 유세의 기술은 고대 그리스의 레토리케(rhetorike), 즉 연설의 기술과 비교될 수 있다. 웅변술이자 수사학(修辭學)인 것이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을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시대. 그 시대에 무력이 아닌 말을 통하여 권력을 움직여 자신의 뜻을 펴고자 했던 이들이 바로 종횡가다.

『귀곡자』는 상대의 정보를 염탐하여 그의 심리와 약점을 이용하고, 상대를 뺨치고 어르고 달래고 위협하고 띄워주워 신뢰와 총애를 얻는 유세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유학자들은 이런 『귀곡자』를 소인배의 책, 권모술수(權謀術數)의 궤변을 늘어놓은 책으로 여겼다.

당나라의 문인 유종원(劉宗元)은 “그 말이 매우 기괴하고 그 도리가 매우 좁아터져 사람을 미치게 하고 원칙을 잃어버리게 한다”고 평했고, 명나라의 선비 송렴(宋濂)은 "귀곡자가 말하는 패합술과 췌마술은 모두 소인들의 쥐새끼 같은 꾀로서 집에 쓰면 집안이 망하고 나라에 쓰면 나라가 망하며 천하에 쓰면 천하가 망한다"고까지 혹평했다.

그러나 『귀곡자』가 신하가 군주에게 유세하는 기술에 관한 책이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고대 중국에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군주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신하를 그 자리에서 죽여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비간(比干)을 비롯한 많은 충신들이 직간(直諫)했다가 개죽음을 당한 것이 좋은 예다. 아무리 충심을 가지고 유세한다 해도 말 한마디로 파리 목숨이 될 판이었다. 『한비자』의 「세난」(說難) 편은 이런 시대에 ‘유세하기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따라서 신하가 어떻게 자신을 방어하면서 군주에게 자신의 뜻을 전하고 설득시킬 것인가가 매우 중요했다.


『한비자』가 호시탐탐 권력을 노리는 신하를 견제하려는 군주의 통치술을 담고 있다면, 『귀곡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군주에 대항하는 신하의 유세술과 권모술수를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음모와 권모술수의 재조명


필자는 『귀곡자』를 해석하면서 음모(陰謀)와 권모술수(權謀術數)를 다시 조명한다. 음모는 아무도 모르게 추진해야 한다. 아무리 옳은 얘기일지라도 자신의 덕을 내세우며 상대를 깨우치고 가르치려 들면 상대는 자신의 그릇됨을 인정하기보다 저항하기 마련이다.

진리에 대한 확신이 지나치게 강하면 앞도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을 내뱉게 되는 법인데, 군주를 설득할 때는 군주 자신이 설득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군주가 마음대로 휘두르는 권력에 개입하면서도 개입하지 않는 ‘척’하는 것이다.

원래 권모술수는 목적 달성을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온갖 모략이나 술책을 말한다. 그러나 귀곡자에게 권모술수는 현실의 조건에서 실천적 전략을 이끌어내는 ‘권도’(權道)의 의미가 크다. 이는 정치적으로 볼 때 자신의 이념과 도덕을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실현하려는 '정치 전략’(political strategy)이자 ‘정치 공학’(political manipulation)이다. ‘권’(權)이란 추상적 원칙(經)에는 반하지만 의(義)에는 합하는 ‘반경합의’(反經合義)라고 할 수 있는데, 현실 상황을 고려할 때 가장 합당하고 적합한 전략을 뜻한다.

천 길 낭떠러지의 제방 꼭대기에서 제방의 물을 터트리는 과감한 결단과 만 길이나 되는 계곡에서 둥근 돌을 굴릴 수 있는 현실적 유연성과 변화무쌍함. 이것이 귀곡자가 말하는 성인(聖人)의 모습이다.

유가는 기본적으로 순간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임시변통으로서의 ‘일시지권’(一時之權)보다는 오래도록 지속시킬 수 있는 떳떳한 도덕인 ‘장구지도’(長久之道)를 강조한다. 그러나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현실의 문제를 타개해나가려면 ‘장구지도’만 가지고는 부족하며 ‘일시지권’도 필요하다.


이상적 도덕‘만’ 있고 현실적 전략으로서의 ‘일시지권’이 없다면 무모(無謀)하기 쉽고, 현실적 권모술수‘만’ 있고 ‘장구지도’가 없다면 사기꾼이기 쉽다. “덕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말을 하게 되어 있다”(有德者必有言)고 했지만 덕이 없는 자도 말을 하며, 또 덕이 있더라도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면 현실에서 공을 이루기 어렵다. 귀곡자는 이 모든 것을 골고루 요령 있게 갖추는 노하우를 가르쳐준다.

배반의 기술


필자가 이 책에서 짚고 있는 귀곡자의 또 하나의 면모는 아랫사람이 윗사람과 관계를 끊는 기술이다. 신하가 아무리 섬세한 유세의 기술로도 군주를 설득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귀곡자는 여기서 불사이군(不事二君), 불사이부(不事二夫)라는 유교적 가치를 부정한다.

군주가 군주답지 못하고 지아비가 지아비답지 못한데도 끝까지 절개를 지켜야 할까? 신뢰는 깨지고 의심만 가득한데도? 도무지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면 군주라도, 지아비라도 배반하고 이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배반하고 이별하되 잘해야 한다. 그래서 귀곡자는 배반의 기술을 말한다. 부득이한 상황이라면 혁명을 하라고 권하는 것이다. 이를 ‘저희’(抵?)라 하는데, 틈새를 봉합한다는 뜻이다.

오제의 정치는 틈새를 봉합하여 질서를 잡았고 삼왕의 정치는 봉합하여 새로운 세상을 창업했다. 제후들이 서로 공격하는 일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때 이 틈새를 봉합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좋다.(五帝之政, 抵而塞之, 三王之事, 抵而得之, 諸侯相抵, 不可勝數. 當此之時, 能抵爲右.)

위 인용문에서 삼왕(三王)은 하(夏)나라의 우왕(禹王), 은(殷)나라의 탕왕(湯王), 주(周)나라의 문왕(文王)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윤(伊尹)은 탕(湯)을 도와 은나라를 건국했고 여상(呂尙)은 문왕을 도와 주나라를 건국했다. 귀곡자는 이 두 사람을 대표적인 현인으로 꼽는다.


귀곡자는 혼란해진 나머지 틈이 벌어져 봉합의 조치를 취해 질서를 유지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지만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혁명을 해야 한다고 권한다. 지배자들이 이런 파격적 아이디어를 좋아했을 리 없다. 이런 맥락에서 『귀곡자』가 저주받은 고전으로 여겨진 까닭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화된 현대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잘 맺고 끊을 수 있는 것은 중요한 미덕이 되었다. 이러한 귀곡자의 생각은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 더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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