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소년
레이먼드 조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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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릭시르에서 출간하는 격월간 잡지 미스테리아를 몇년전부터 계속 구독중이다. 정기구독이 끝날때쯤이면 다음 구독을 이어갈시 사은행사로 여러가지 특전이 제공된다. 이 책은 그런 행사의 경로로 받았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페이지가 500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비교적 방대한 양이고 군데 군데 아쉽지만 가독성이 좋아 읽는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저자는 레이몬드조라는 작가인데, 예전에 둘째와 같이 읽었던 [바보빅터]라는 일종의 동화를 쓰신분이다. 이후 자기계발 서적을 한 권 더 내시고 방향을 틀어 장르소설에 도전한 이색적인 경력을 가지고 있는 작가다. 어떻게 보면 데뷔작으로 볼 수 있는 [마지막 소년]을 볼때 충분히 내러티브는 입증했으니, 장르적인 요소를 좀도 갖추어 좋은 소설을 내주시길 기대해본다.

한국식 누아르의 재해석, 탁월한 스토리텔링의 하드보일드 성장소설이라는 카피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장르적인 부분은 조금 약한편이다. 하지만 작가의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솜씨가 좋아 몰입도가 좋아 잘 읽힌다. 소설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다른 조직원들이 주머니칼부터 전기톱까지 휘두르는 도시의 어둠 속에서, 주인공 ‘바람’은 뭉툭한 공업용 줄로 상대를 꼼짝 못 하게 만드는 것에 만족한다. 담배도, 술도, 욕도 하지 않는 바른 생활 소년 조직원 바람은 장차 군대에 들어가서 ‘말뚝을 박는 것’이 꿈의 전부. 하지만 잔인한 세상은 바람이 소박한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가만두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과 행방불명에 얽힌 비밀을 풀고 쓰디쓴 진실을 마주하면, 소년은 어떤 어른이 될까?(소개글 발췌)"

한때 유행했던 조폭물의 플롯을 기본으로 하고, 살짝 하드보일드의 향취도 느낄 수 있다. 비정한 남자들의 세계에 뛰어든 천부적인 싸움꾼 고딩이 사랑을 하게 되고, 배신을 당하며 결국 자신만의 캐릭터를 정립한다는 그런 구조다. 살짝 유치한 지점도 곳곳에서 볼 수 있지만 퍼스트스텝에 이 정도면 그 다음을 충분히 기대해볼만하다. 한국 장르소설의 발전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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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기발한 수학 천재들 - 수학에 빠진 천재들이 바꿔온 인류의 역사
송명진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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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우는 필즈상을 한국계 허준이 교수가 수상을 해서 큰 화제가 됐다. ​현재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교수로 근무중인 허준이 박사는 미국서 태어나긴 했으나 2살 때 부모를 따라 귀국해 중고등학교와 대학, 대학원을 한국서 다니고 박사과정을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갔기 때문에 성격 형성에 가장 중요한 청소년기를 한국에서 보냈다.


서울대 출신의 한국인이 세계적인 상을 받은셈인데,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실력에 비해 학계에서 별로 인정받지 못했던 관행을 고려해보면 그야말로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의 수학계가 좀더 진일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공대에 진학한 큰 애가 수학으로 고생하는걸 보면 그렇게 만만한 과목은 결코 아닐거라는 문과출신의 거의 수포자가 생각해본다.


아울러 한국은 코로나19 이후 수학적 모델링으로 성공적인 방역 정책을 유지해오고 있는가 하면, 지난 2022년 2월 국제수학연맹은 한국을 최고 등급인 5등급으로 승격시켰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2위를 차지했다. 한국 수학의 수준은 이렇게 높아져 가는데, 이에 반해 현실에서는 수포자가 넘쳐난다.


공대의 학력이 압도력으로 높아짐에 따라 이과적 상상력과 지식을 얻기 위해서라도 수학이 필수인 시대, 우리는 어떻게 수학의 재미에 빠져들 수 있을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책은 세계 역사에서 수학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위대한 12명의 수학자들의 생애를 통해 수학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고등학교때 누구나 배웠을 피타고라스 함수의 그 피타고라스가 사실 수를 신처럼 숭배하는 종교집단 수장이었다면? 책은 수학자들의 삶을 둘러싼 반전 가득한 뒷얘기를 비밀스럽게 전하며 수학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한편, 판돈을 정확하게 나누고 싶은 도박꾼의 질문에서 시작된 확률론 이야기를 통해 우리를 수학과 좀더 가깝게 만들어준다.

일단 수학교육과 출신의 저자가 눈높이를 낮춰 수학을 잘 모르더라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난이도를 낮췄으며, 150여 컷이 넘는 풍부한 시각 자료와 함께 세계사 속 기상천외한 수학의 발견을 하나씩 읽어 나가다 보면 수학도 재미있을 수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된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수준이라면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대중교양서로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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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내가 사랑한 화가들 - 살면서 한 번은 꼭 들어야 할 아주 특별한 미술 수업
정우철 지음 / 나무의철학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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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샘에서 무료로 큐레이션된 전자책이다. 이용하고 있던 유플러스 요금제가 폐지됨에 따라 지금은 서비스를 잠시 쉬고 있지만, 매월 한 권씩 부여되는 책들의 퀄리티가 상당했다.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를 위주로 읽어볼만한 책들이 서비스됨에 따라 기대 이상의 책을 많이 만났던 기억이 남아있다.


이 책도 요즘 빠져있는 미술관련 서적인지라 기대감을 안고 읽어봤는데, 생각 이상으로 좋았다. 특히 저자의 내러티브 솜씨가 남달라서 화가의 생애중 주요한 부분을 일목요연하고 간결하게 정리가 되어있는지라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는 일명 도슨트계의 아이돌, 전시장의 피리 부는 사나이로 불리며 미술관을 찾은 관객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림과 사랑에 빠지도록 돕는 사람으로 EBS 클래스e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미술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정우철 도슨트다

대한민국 미술계에서 가장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는 그가 내놓은 [내가 사랑한 화가들]의 그의 첫번째 책이다. 저자는 "그저 도슨트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림을 공부하다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그래서 수많은 화가 중에서도 특별히 사랑하는 열한 명의 화가를 직접 골라 그들의 인생과 대표작들을 쉽고 책에서 소개한다.


소개글을 통해 저자에 대해 좀더 알아보자면,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화가였던 어머니가 그림을 그리고 개인전을 여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란 덕에 일찍부터 미술과 친숙했다. 대학 졸업 후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다가 '나를 정말 행복하게 하는 일이 뭘까' 고민한 끝에 무작정 퇴사했고, 그림을 보며 즐거워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도슨트가 되기로 결심한다.


미술 공부와 전시장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몇 차례 전시해설을 진행하다가〈베르나르 뷔페전〉의 전시해설을 맡게 되었고, 일본까지 직접 가서 도록을 구하는 등 몇 달간 만반의 준비를 한 끝에 전시회가 대성공을 거두며 도슨트로서 이름을 알리게 된다.

정우철 도슨트의 전시해설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은 유려한 스토리텔링이다. 이전까지의 전시해설은 작품 분석에 주력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이 그림을 어떻게 그렸는지, 이 화가는 어떤 사조에 속해 있었는지 등 정보 설명 위주로 진행하는 해설은 관련 지식을 익히기에는 유익하지만 미술과 친숙하지 않거나 전시회가 낯선 관객에게는 ‘미술은 어렵다’라는 인식을 주는 경우가 많았던 것.

하지만 정우철 도슨트는 한 화가의 인생을 탄생부터 죽음까지 한 편의 영화처럼 소개하면서 그가 왜 이러한 선택을 했고 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지, 이 작품이 화가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이후 화가의 삶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등을 소개하는 데 집중한다.


관객들이 그의 해설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고 감동을 받는 이유는, 대단한 미술 지식을 알아서가 아니라 내 눈앞에 걸려 있는 이 엄청난 그림을 그린 사람이, 나와는 차원이 다른 위대한 예술가이기 이전에 평생 고통받고 고뇌했던 한 인간으로 다가오는 감동 때문이다. 먹고사는 데 아무 필요가 없는 예술을 우리가 끊임없이 갈망하는 이유를, 정우철 도슨트의 해설이 정확하게 채워주는 것이다. (소개글 발췌)"


소개글에 적혀있는대로 그의 책은 상당히 유려하다. 잘 알려진 화가들을 소개하면서도 우리가 몰랐던 부분을 핀셋처럼 끄집어내 그의 삶과 작품으로 연결시키는 솜씨가 상당히 뛰어나다. 아울러 무척 재미있고 쉽게 잘 읽힌다. 한 화가의 삶을 어떻게 보면 짧은 텍스트속에 이렇게 간명하게 정리하는것도 능력이라고 생각된다. 위대한 화가의 삶과 그의 작품을 같이 보는건 또 하나의 덤이다. 이 분의 다른 책이 나온다면 주저없이 종이책으로 구입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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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나를 응원해
후이 지음, 최인애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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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중국의 인기작가로 2014년, 2015년 중국 올해의 베스트셀러 대상을 2연패했으며 인터넷 소통 시대의 새로운 여성상이라는 호칭을 얻었으며 활발하게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책은 작가의 살아오며 겪었던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아주 솔직한 마음이 담겨있다. 독자를 훈계하듯이 가르치려 하지도 않고 가식적이지도 않지만 잔잔한 감동과 온기를 전해준다.


작가 후이는 잡지 칼럼니스트부터 광고 카피라이터, 영화 대본, 대중가요 작사까지 여러 분야에서 호평을 받는 글을 써왔다. 우리는 살아가며 다른 사람들과 여러가지 관계를 맺게된다. 이런 세상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떻게 보면 소소한 이야기들도 경우에 따라서 긍정적인 삶을 살아갈수있도록 도움을 준다. 


책을 읽다보면 현실과 타협하고 속내를 감춘 채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완전히 받아들여 성장하고 사랑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세상이 어떤 방식으로 나를 사랑하고 있는지, 그 속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스스로를 온전히 보호하고, 사람들과 만나야 하는지를 알려 준다. 몇 몇 에피소드들은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 제목에서 전해주는 울림이 매우 강한 에세이였다.


과연 나라면 나와 같이 살아갈 수 있을까? 책속의 몇 몇 구절들을 옮겨본다.


돈이 있다고 품위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수수한 옷을 걸쳤어도 약자든 강자든 똑같이 배려하고 공손히 대하는 사람이, 온몸에 명품을 휘두른 채 어린 아르바이트생에게 벌레가 붙은 케이크를 먹으라고 소리치는 사람보다 훨씬 품위 있지 않은가. 견문이 많다고 절로 품위가 생기지도 않는다. 평생을 작은 마을에 살았어도 점잖고 예의 바르며 남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세계 각지를 돌아다녔어도 공공장소에서 금연할 줄 모르는 사람보다 훨씬 품위 있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만난 지 3개월 만에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하든 아니면 오랜 연애 끝에 간신히 문턱을 넘든, 결혼을 앞둔 쌍방은 매우 힘든 상호 검증 과정을 거친다. 위 세 가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서로 암묵적으로 관계의 가치를 가늠하는 것이다. 따라서 결혼이라는 중차대한 일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단순히 감정이 끌린다는 이유는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다. 내가 상대에 대해 확신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나 역시 결혼하기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상대에게 증명하고 확신과 안정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조건을 완벽히 갖춘 데다 나를 사랑하기까지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결혼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빈털터리지만 나를 향한 사랑 하나만은 지극한 사람은? 물론 때로는 지극한 사랑만으로도 충분히 함께할 수 있을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착각’이다. 생활이 실체를 갖고 덮쳐오기 시작하면 빛나던 사랑은 초라하게 바래고, 내 인생의 구원자 같던 사람은 나를 망치는 원수로 보이기 시작한다. 남는 것은 돌이킬 수도 치유할 수도 없는 상처와 후회뿐이다. 어쨌든 사랑은 비단 위에 더해진 꽃이지, 목숨 걸고 잡아야 하는 지푸라기는 아니니까.

사랑에 실패하면 인생에 경험치가 쌓이고 성공하면 새로운 가치가 더해진다. 이러나저러나 손해 볼 일은 없는데 용감히 나서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주도적인 사람은 운명을 끌고 가지만 기다리기만 하는 사람은 운명에 끌려가게 된다. 인생도 그렇고, 사랑은 더더욱 그렇다. 자신의 사랑을 솔직히 표현하고 나머지는 상대에게 맡겨라. 거절당할까 두려워 말고. 설령 거절당하더라도 괜찮다. 언젠가 이 어지러운 꿈에서 깨어난다고 해도 먼저 술잔을 부딪친 사람이 좀 더 오래, 좀 더 달콤한 꿈을 꿀 테니!

목표가 없는 사람은 스스로 더 나아지고 싶어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조차 모른다. 이럴 때야말로 가장 공허하고, 가장 위험하다. 그러나 일단 목표가 생기면 설령 아직 이룰 길을 찾지 못했다 해도 마음이 향하는 곳이 생겼기 때문에 절로 투지를 불태우게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시간과 노력뿐이다. 실패해도 괜찮고, 참패해도 괜찮고, 연달아 패배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의 발견이다.

거절해야 할 때 거절하는 것은 잘못도, 죄를 짓는 일도 아니다. 자신의 위치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아니다 싶으면 상대에게 애매한 희망을 주지 말고 확실히 표현해야 한다. 그래야 더 큰 상처와 실망을 주지 않을 수 있다. 당신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적절한 거절로써 서로에 대한 존중을 확인할 수 있고,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확실한 거절로써 후환을 미리 막을 수 있다. 때로는 좋은 거절이 새로운 시작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거절을 잘하는 사람이 되도록 하자. 나를 위해 그리고 상대를 위해.

그렇다. 어쩌면 타인의 감정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사람이란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누군가는 뛰어나게 연기를 잘하고 누군가는 그마저도 꾸며내지 못하는 것일 뿐. 언제나 너그럽고 친절하게 당신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그 사람도 알고 보면 한숨을 삼키며 애쓰고 버티고 있는지,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눈앞의 미소는 단순히 무의식적인 반응일지도 모른다. 따스한 말은 예의 바른 위장술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한밤중에 싫은 내색 없이 몇 시간씩 푸념을 들어주는 이유도, 단지 예전에 당신이 자신의 전화를 잘 받아 준 게 고마워서 그 보답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음악 소리는 길 가던 사람들까지 식당으로 끌어들였다. 작은 식당 안은 곧 사람들과 노랫소리, 갈채 소리로 가득 찼다. 다들 저마다 웃고 떠들며 음악과 분위기를 즐겼고, 신이 난 주인은 서비스로 샴페인을 돌렸다. 식당 뒤편 주방에서 흘러나오는 뜨거운 훈기와 맛있는 냄새가 순식간에 모두의 식욕을 돋웠다. 하지만 음식을 맛보려면 좀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주방장이 흥을 이기지 못하고 뛰쳐 나와 웅장한 스페인 노래를 열창했기 때문이다. 다들 입을 모아 노래하고, 손뼉 치고, 춤추고, 큰 소리로 웃고, 잔을 부딪치고, 끌어안고, 키스했다.

두툼한 구름층을 전부 꿰뚫고 나오지는 못했지만 사이를 비집고 나와 끊임없이 쏟아지며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햇살의 축복을 받은 망루는 세월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듯 장엄하면서도 신비로웠다. 성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아무런 예고 없이 눈앞에 펼쳐진 장관에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번 여행 내내 말문이 막히는 순간이 많았지만 벅차오르는 감동 때문에 말문이 막히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잠시 후 현주가 가만히 중얼거렸다. “저건…, 신이 내려 주신 빛일까?”

알 수 없었다. 다행인 것은 우리가 각자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누를 수 있을 만큼 젊은이다운 기운을 회복했다는 점이었다. 어쩐지 마음이 들떠 웃기도 했다. 마치 하늘이 독특한 방법으로 지난 며칠간 우리가 겪은 고난을 보상해 주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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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빈틈을 채워주는 교양 콘서트
김도균.이용주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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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유튜브에게 밀리며 거의 유명무실해지는 느낌인 팟캐스트 방송을 한때 즐겨들었다. 지대넓얕이나 영화관련 그리고 교양에 관한 방송들을 주로 들었는데 이 책도 팟캐스트 [몰라도 아는 척]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총 24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교양을 정리했으며, 저자들은 이 24개의 키워드가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교양이라고 말한다.


책은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있다. 소개글을 통해 각 장의 내용을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PART 1에서는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반드시 알아야 할 7개의 키워드를 다룬다. 특히 여기서는 민주주의 사회를 무너뜨리는 내부의 적들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PART 2에서는 페미니즘과 관련한 5개의 키워드를 다룬다. 페미니즘은 혐오와 편견으로 얼룩져 있는 주제다. 이 주제를 읽으며 내게 혹시 있을지도 모를 혐오와 편견을 돌아보길 바란다.

PART 3에서는 기후위기와 관련한 6개의 키워드를 다룬다. 기후위기는 정말 음모론에 불과한 것인지, 기후위기가 실재라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PART 4에서는 미래사회와 관련한 6개의 키워드를 다룬다. 현재 뜨거운 관심을 받는 메타버스부터 앞으로 다가올 인구 감소, 존엄사, 동물권까지 다양한 미래사회의 이슈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소개글 발췌)"


저자들은 서두에서 "잘못된 지식을 갖는 건 자각 없이 돌을 던지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의 대두와 함께 부작용으로 많은 사람들이 문해력에 곤란을 겪고 있다. 유튜브의 여러 방송들을 보면 솔직히 혹세무민하는 스타일의 허접한 내용들도 상당히 많다.


이에 우리는 좀더 교양을 가꾸고 가짜 뉴스에 속지 않을만큼의 지식이 필요하다. 이 책은 적어도 이 시대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교양을 시의적절하고 알차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갈수록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한 잔의 커피와 같은 지식과 교양을 배달해주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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