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나를 응원해
후이 지음, 최인애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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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중국의 인기작가로 2014년, 2015년 중국 올해의 베스트셀러 대상을 2연패했으며 인터넷 소통 시대의 새로운 여성상이라는 호칭을 얻었으며 활발하게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책은 작가의 살아오며 겪었던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아주 솔직한 마음이 담겨있다. 독자를 훈계하듯이 가르치려 하지도 않고 가식적이지도 않지만 잔잔한 감동과 온기를 전해준다.


작가 후이는 잡지 칼럼니스트부터 광고 카피라이터, 영화 대본, 대중가요 작사까지 여러 분야에서 호평을 받는 글을 써왔다. 우리는 살아가며 다른 사람들과 여러가지 관계를 맺게된다. 이런 세상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떻게 보면 소소한 이야기들도 경우에 따라서 긍정적인 삶을 살아갈수있도록 도움을 준다. 


책을 읽다보면 현실과 타협하고 속내를 감춘 채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완전히 받아들여 성장하고 사랑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세상이 어떤 방식으로 나를 사랑하고 있는지, 그 속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스스로를 온전히 보호하고, 사람들과 만나야 하는지를 알려 준다. 몇 몇 에피소드들은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 제목에서 전해주는 울림이 매우 강한 에세이였다.


과연 나라면 나와 같이 살아갈 수 있을까? 책속의 몇 몇 구절들을 옮겨본다.


돈이 있다고 품위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수수한 옷을 걸쳤어도 약자든 강자든 똑같이 배려하고 공손히 대하는 사람이, 온몸에 명품을 휘두른 채 어린 아르바이트생에게 벌레가 붙은 케이크를 먹으라고 소리치는 사람보다 훨씬 품위 있지 않은가. 견문이 많다고 절로 품위가 생기지도 않는다. 평생을 작은 마을에 살았어도 점잖고 예의 바르며 남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세계 각지를 돌아다녔어도 공공장소에서 금연할 줄 모르는 사람보다 훨씬 품위 있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만난 지 3개월 만에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하든 아니면 오랜 연애 끝에 간신히 문턱을 넘든, 결혼을 앞둔 쌍방은 매우 힘든 상호 검증 과정을 거친다. 위 세 가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서로 암묵적으로 관계의 가치를 가늠하는 것이다. 따라서 결혼이라는 중차대한 일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단순히 감정이 끌린다는 이유는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다. 내가 상대에 대해 확신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나 역시 결혼하기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상대에게 증명하고 확신과 안정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조건을 완벽히 갖춘 데다 나를 사랑하기까지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결혼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빈털터리지만 나를 향한 사랑 하나만은 지극한 사람은? 물론 때로는 지극한 사랑만으로도 충분히 함께할 수 있을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착각’이다. 생활이 실체를 갖고 덮쳐오기 시작하면 빛나던 사랑은 초라하게 바래고, 내 인생의 구원자 같던 사람은 나를 망치는 원수로 보이기 시작한다. 남는 것은 돌이킬 수도 치유할 수도 없는 상처와 후회뿐이다. 어쨌든 사랑은 비단 위에 더해진 꽃이지, 목숨 걸고 잡아야 하는 지푸라기는 아니니까.

사랑에 실패하면 인생에 경험치가 쌓이고 성공하면 새로운 가치가 더해진다. 이러나저러나 손해 볼 일은 없는데 용감히 나서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주도적인 사람은 운명을 끌고 가지만 기다리기만 하는 사람은 운명에 끌려가게 된다. 인생도 그렇고, 사랑은 더더욱 그렇다. 자신의 사랑을 솔직히 표현하고 나머지는 상대에게 맡겨라. 거절당할까 두려워 말고. 설령 거절당하더라도 괜찮다. 언젠가 이 어지러운 꿈에서 깨어난다고 해도 먼저 술잔을 부딪친 사람이 좀 더 오래, 좀 더 달콤한 꿈을 꿀 테니!

목표가 없는 사람은 스스로 더 나아지고 싶어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조차 모른다. 이럴 때야말로 가장 공허하고, 가장 위험하다. 그러나 일단 목표가 생기면 설령 아직 이룰 길을 찾지 못했다 해도 마음이 향하는 곳이 생겼기 때문에 절로 투지를 불태우게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시간과 노력뿐이다. 실패해도 괜찮고, 참패해도 괜찮고, 연달아 패배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의 발견이다.

거절해야 할 때 거절하는 것은 잘못도, 죄를 짓는 일도 아니다. 자신의 위치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아니다 싶으면 상대에게 애매한 희망을 주지 말고 확실히 표현해야 한다. 그래야 더 큰 상처와 실망을 주지 않을 수 있다. 당신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적절한 거절로써 서로에 대한 존중을 확인할 수 있고,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확실한 거절로써 후환을 미리 막을 수 있다. 때로는 좋은 거절이 새로운 시작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거절을 잘하는 사람이 되도록 하자. 나를 위해 그리고 상대를 위해.

그렇다. 어쩌면 타인의 감정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사람이란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누군가는 뛰어나게 연기를 잘하고 누군가는 그마저도 꾸며내지 못하는 것일 뿐. 언제나 너그럽고 친절하게 당신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그 사람도 알고 보면 한숨을 삼키며 애쓰고 버티고 있는지,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눈앞의 미소는 단순히 무의식적인 반응일지도 모른다. 따스한 말은 예의 바른 위장술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한밤중에 싫은 내색 없이 몇 시간씩 푸념을 들어주는 이유도, 단지 예전에 당신이 자신의 전화를 잘 받아 준 게 고마워서 그 보답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음악 소리는 길 가던 사람들까지 식당으로 끌어들였다. 작은 식당 안은 곧 사람들과 노랫소리, 갈채 소리로 가득 찼다. 다들 저마다 웃고 떠들며 음악과 분위기를 즐겼고, 신이 난 주인은 서비스로 샴페인을 돌렸다. 식당 뒤편 주방에서 흘러나오는 뜨거운 훈기와 맛있는 냄새가 순식간에 모두의 식욕을 돋웠다. 하지만 음식을 맛보려면 좀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주방장이 흥을 이기지 못하고 뛰쳐 나와 웅장한 스페인 노래를 열창했기 때문이다. 다들 입을 모아 노래하고, 손뼉 치고, 춤추고, 큰 소리로 웃고, 잔을 부딪치고, 끌어안고, 키스했다.

두툼한 구름층을 전부 꿰뚫고 나오지는 못했지만 사이를 비집고 나와 끊임없이 쏟아지며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햇살의 축복을 받은 망루는 세월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듯 장엄하면서도 신비로웠다. 성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아무런 예고 없이 눈앞에 펼쳐진 장관에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번 여행 내내 말문이 막히는 순간이 많았지만 벅차오르는 감동 때문에 말문이 막히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잠시 후 현주가 가만히 중얼거렸다. “저건…, 신이 내려 주신 빛일까?”

알 수 없었다. 다행인 것은 우리가 각자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누를 수 있을 만큼 젊은이다운 기운을 회복했다는 점이었다. 어쩐지 마음이 들떠 웃기도 했다. 마치 하늘이 독특한 방법으로 지난 며칠간 우리가 겪은 고난을 보상해 주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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