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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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수상하기도 힘든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받은 콜슨 화이트헤드의 작품이다. 그의 여섯번째 소설인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 이어 이 작품으로 2020 퓰리처상, 오웰상, 2019 커커스상을 받으면서 퓰리처상을 두 번 수상하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웠다. 현대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잡은 콜슨 화이트헤드의 작품은 [니클의 소년들]로 처음 접하게 됐다.


소설은 배경은 허구지만 마치 르포타쥬를 보는 느낌이다. 줄거리를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미국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의 니클 캠퍼스에서 의문의 비밀 묘지가 발견된다. 두개골에 금이 가고 갈비뼈에 산탄이 박힌 수상쩍은 유해들이 세상 밖으로 드러나고, 전국의 언론들이 이 사건을 주목하면서 니클 출신의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뉴욕에 사는 엘우드 커티스는 일련의 흐름을 지켜보며 드디어 진실을 밝힐 때가 왔음을 깨닫는다. 과거의 자신과 친구가 겪은 엄청난 일을 세상에 알릴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가상의 공간인 니클 감화원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만 화이트헤드는 치밀한 고증을 통해 작품을 썼다고 밝힌다. 인종차별정책이 시행되었던 1960년대와 현재의 2010년대가 교차하는 시점으로 플롯이 전개되며, 밝혀지지 않은, 혹은 외면해왔던 진실이 서서히 드러난다.

작가 콜슨 화이트헤드는 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은 힘 있는 자들이 약자를 학대하고도 교묘히 빠져나가 결코 책임을 추궁받지 않는 이야기라고 말한 바 있다. 한국에서도 이런 현상을 숱하게 볼 수 있는데, 강자가 약자를 유린해도 합당한 처벌이 주어지지 않는 일은 인종차별을 비롯한 모든 힘의 불균형 가운데서 발생하는 현상일 것이다.


아울러 버스 보이콧 운동,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연설 등 흑인 인권 운동의 중요한 기점과 감화원에서의 은밀한 폭력의 증거를 담은 소설은 한 편의 연대기이자 가치 있는 역사 고증물로도 읽힌다. 왜 두 번이나 퓰리처상을 받았는가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소설이다. 저자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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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53회 나오키상 수상작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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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문학상인 나오키상 153회 수상작이다. 1935년 첫 수상자를 배출하고, 상반기와 하반기에 나눠 매해 두 명 아니면 공동, 혹은 수상자가 없을때도 있다고 한다. 이 작품은 2015년 상반기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될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아울러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와 일본서점대상까지 굵직한 상을 휩쓸기도 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작품에 대해 자신이 심사를 맡은 이래 단연 최고의 작품이라는 극찬을 남겼다. 다른 심사위원들도 몇십 년 만에 한 번 나올 만한 위대한 소설이라며 한국에 소개되기전부터 큰 기대감을 안겨준 작품인데 이제야 번역출간됐다. 작가 히가시야마 아키라는 1968년 대만 태생. 다섯 살까지 타이베이에서 지낸 후 아홉 살 때 일본으로 왔다. 그때부터 후쿠오카 현에 거주하고 있다.


따라서 소설의 주된 배경은 대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대만작가가 썼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전반적인 정서에서 중국작가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난다. 저자는 2002년 [터드 온 더 런]이라는 작품을 통해 데뷔하고, 2015년 [류]로 문단에 찬사를 받으며 현대 일본작가의 신성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만큼 그의 작가적 역량이 녹아들어간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1970~80년대를 아직 계엄령하의 엄혹한 대만사회의 시대를 배경으로, 할아버지 예준린의 죽음을 목격한 예치우성이 살인범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미스터리겸 역사소설이다. 적당한 반전으로 장르소설의 범주로 볼 수 있으나, 사실 이 작품은 시대적·역사적 배경과 삼대에 걸친 세대의 이야기는 대하소설의 향기까지 느껴진다.


소개글을 통해 작품의 전반적인 플롯을 살펴보자면,


"[류]의 주인공 예치우성은 보통의 소년이 겪는 보통의 성장통을 겪으면서도, 할아버지를 죽인 범인의 단서가 삐죽 머리를 내밀 때마다 급류에 휘말리듯 사건의 중심으로 빨려들어 간다. 마치 현실세계에 사는 평범한 남자가 사차원 또는 이세계로 넘어가 믿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듯, 예치우성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할아버지가 세운 모래언덕을 조금씩 조금씩 오른다.

할아버지가 만든 세계는 조금씩 그 실체를 드러낼 때마다 파국으로 치닫는다. 하지만 예치우성을 중심으로 한 가족들은 적당히 이해하고, 적당히 부정하며 그가 만든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이 노력은 개인이 아닌, 전체 또는 국가가 자행한 일방의 역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속한 자들의 숙명일 것이다.(소개글 발췌)"


군사독재정권하에 자유가 짓밟히던 한국사회의 분위기와 비슷한 대만 사회를 배경으로 중일전쟁과 6.25에 비견할 수 있는 국공내전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 현대 대만의 조직폭력단의 비열함, 나아가 군대문화가 강요되는 독재사회까지 많은 공감을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아울러 사랑과 실연까지 매우 다양한 장르가 녹아들어간 재미있는 소설이다. 저자의 압도적인 서사력을 느끼고 싶다면 일독을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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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의 숏컷 - 개정 증보판
김지운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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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거미집]으로 함께 오랜만에 관객을 찾는 김지운 감독의 책이다. 오래전에 구입했던 책인데 신작의 소식을 듣고 생각이 나서 책을 꺼내들었다. 박찬욱, 봉준호와 함께 일종의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활동하던 김지운 감독은 [인랑]의 실패 이후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세 분의 감독을 비교할 필요는 없지만, 김지운 감독이 좋은 영화로 관객들을 다시 찾았으면 하는 맘이다.

이 책은 김지운 감독의 첫번째 산문집으로, 그의 초기작품인 [조용한 가족],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에 관한 그의 글을 통해 감춰진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책에 담긴 에세이, DVD 일기, 제작기, 배우론, 인터뷰 등의 글은 스크린 안과 밖을 넘나들며 조용한 감독 김지운의 의외로 유머스러움과 재미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김지운 감독은 10년간의 백수 시절을 거쳐 시나리오전 공모에 참가하고 [조용한 가족]이 당선되며 영화감독의 길을 걷게 된다. 서두부터 그런 지난한 과정을 시크하고 재미있게 풀어낸다. 어떻게 보면 룸펜시절이 그에게는 영화감독이 된 정신적 자양분이라고 고백한다.

코미디부터 호러, 누아르, SF, 웨스턴까지 여러가지 장르에서 그만의 색을 보여주는 김지운 감독 초기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김지운 감독의 작품중 [악마를 보았다]를 가장 좋아하고 재미있게 감상했다. 그 어떤 호러영화보다 더 끔찍함을 느꼈는데, 잔인한 장면보다 최민식의 광기어린 연기와 건조한 연출이 영화를 돋보이게 만들어줬다.


[밀정]의 흥행성공에 이어 흐름을 타지 못하고 [인랑]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 김지운 감독의 신작이 기대된다. 책도 재미있게 읽었고 오랜만에 그의 걸작인 [악마를 보았다]를 다시 한 번 감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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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같은 걱정 한입씩 먹어치우자 - 인생의 단계마다 찾아오는 불안한 마음 분석과 감정 치유법
장신웨 지음, 고보혜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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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인류는 과거에 비해 육체적으로 좀더 편리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생겨나는 각종 신기술과 함께 경쟁이 가속화되며 현대인의 불안은 가중되고있다. 살기 편해진건 분명하지만 우리는 왜 이런 난감한 상황에 놓여있는걸까?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SNS가 널리 퍼지며 자신의 삶이 비교되는데 주요한 원인이 있을것이다.


우리는 이런 알 수 없는 불안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글쓰기라는 수단을 통해 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의 심리학자로 국가 공인 심리상담사, 국제 IPA 인증 소통 전문가, 글쓰기 치료 단체 대표로 활동 중이다. 언어와 스토리텔링이 현대인의 걱정을 덜어내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데 어떻게 도움을 주는지 연구해왔다. 이 책은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불안 극복에 대한 해법을 알려준다.


우선 우리는 살아가며 다음과 같은 상황에 쉽게 놓이게 된다.


- 좀 쉬려고 해도 일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 세상의 기준에 갇혀 정작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가?
- 뭔가를 배우려고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진 않는가?
- 힘겹게 공부하면서도 자신의 미래가 전혀 기대되지 않는가?
- SNS엔 행복이 가득해보이는데 내 인생만 그렇지 못한 것 같은가? 


이런 질문을 받고 적당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면 내면의 불안을 안고 있는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크고 작은 일로 늘 고민하지만 그런 걱정으로부터 도망갈 수 없다. 만약 그렇다면 일단 Pause 버튼을 누루고 주변을 다시 둘러봐야할것이다.


이 책은 심리학에 관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어렵게 씌여지지 않았다. 아울러 심리적인 해법에 관한 이야기도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와 불안감 극복을 위한 글쓰기 연습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각 장을 마무리하며 주제별로 나에 대한 글쓰기를 제안해 우리가 불안에 맞서 단단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준다.


책의 제목과 같이 자신의 통제력을 벗어난 불안감은 더욱 불안을 증폭시키고 어두운 상상의 나래를 펼이며 걱정이 코키리처럼 몰려오게 된다. 이 책은 이런 악순환을 스트레스 해소와 글쓰기를 통해 이겨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대중심리학 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실것을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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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당신이 내 이름을 불러준 순간 - 내 마음의 빛을 찾아주는 인생의 문장들
전승환 지음 / 다산초당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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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샘에서 큐레이션된 책 읽어주는 남자인 전승환 작가의 에세이다. 그동안 유플러스와 결합해 교보샘을 오랫동안 이용중이었는데 서비스가 종료된지라 선택한 전자책을 모두 클리어할때까지 구독을 잠시 쉴 예정이다. 덕분에 의도하지 않았던 큐레이션 서비스를 받지 못해 살짝 아쉽기는 하지만, 밀린 종이책이 너무 많아 내년쯤 다시 가입하려고 한다.


저자의 전작인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때]도 큐레이션 서비스로 읽어줬는데, [나에게 고맙다], [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등도 선물을 받아 이 분의 책은 직접 구입하지 않았지만 4번째 만남이다. 전작들에 비해 더욱 글솜씨가 유려해졌으며, 자신의 닉네임인 책 읽어주는 남자에 부합하게 본인이 인상적으로 읽은 책의 문장들을 큐레이션하는 형태로 씌여졌다.


전승환 작가는 이번 책에서 누군가 내 편이 있다는 느낌이 간절한 이들을 위해 철학, 심리학, 예술, 문학등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헤르만 헤세, 무라카미 하루키, 줄리언 반스, 김연수, 피천득, 신형철, 박준, 노명우, 밀란 쿤데라 등 유명 작가들의 글과 더불어 반 고흐, 마르크 샤갈, 에드워드 호퍼 등의 고전 예술가와 송형노, 오병욱, 고차분 등 현대 작가들의 예술 작품까지 총 120여 편의 문장과 작품들을 통해 지치고 힘든 인생을 벗어날 수 있는 따뜻한 문장속의 위로들을 만날 수 있다.


​책은 4단계로 구성되어 나에게서 타인으로, 타인에게서 세상으로 자연스레 시선을 옮기도록 한다. 1부에서는 무엇보다 소중한 나 자신을 살피고 위로하는 법을 다루며, 2부에서는 관계 안에서 상처받고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타인과 정확히 사랑을 나누는 방식에 대해 배운다. 3부는 좀 더 성숙한 관계를 통해 모두 같이 성장하는 법을, 4부에서는 이 넓은 세계와 관계 맺고 소통하는 자세 등을 다룬다.

나 자신과의 관계, 나와 타인과의 관계, 나와 세상과의 관계에 관한 다양한 문장을 자신의 솔직한 경험과 통찰을 섞어 소개한다. 나의 감정을 돌아보는 것은 물론, 타인의 마음과 세상의 모습을 정확하게 이해하게끔 만드는 치유의 문장들을 물론 다양한 예술 작품들까지 소개하며, 시각적인 재미도 더한다. 이번 에세이는 여러 문장들과 예술작품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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