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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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전에 힘들게 예약해 놓은 아들 박물관 수업. 오늘 아침 몹시 츄잉껌이 되신 이 무식쟁이엄마님 덕분에 텔레비젼속으로 들어가 사랑이와 대박이와 함께 아주 마음껏 놀았단다. 난 어제 분명 그닥 힘든 일도 없었고 그저 새벽에 가볍게 맥주 2캔만 먹었을 뿐인데. 아침에 이 지경이 되다니.. 오늘의 나의 피로는 몇일 묵은 걸일까.

 

p.110
눈을 떴더니 몸이 씹다 버리기 직전의 추잉 껌처럼 이불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 젊은 시절에는 하룻밤 자고 나면 피로가 풀렸다. 더 이상 젊지 않은 나이가 되자 무리하면 근육이 다음 날부터 저려왔다. 좀더 나이 들고 보니 이틀이 지나서야 근육이 욱신거렸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한 친구는 술을 마신 이틀 후에 숙취가 생긴다고 한다. 이거야말로 노인이 아닌가. 늙으면 다들 이렇게 변하는 것일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 오늘의 피로는 일주일 묵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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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6 2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7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 읽는 소리 - 옛 글 속에 떠오르는 옛 사람의 내면 풍경
정민 지음 / 마음산책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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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모르는 이가 있을까 싶지만.. 진정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을 안다. 

저 높이에도 한 분 계시고.  아주 가까이 내 옆에도 한 분 계신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는.... 정말이지.. 아무.. 대책이 없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는 뭔가 심리적인 또는 정신적인 결핍이 있음에 틀림이 없다. 본인만 모를 뿐.

 

p.145
부끄러움이 있다면 부끄러워해야 한다. 부끄러움이 없어도 부끄러워해야 한다. 부끄러움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부끄러움이 없고,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은 반드시 부끄러움이 있다. 때문에 부끄러운데도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능히 부끄러움이 있게 되고, 부끄러운데 부끄러워하면, 능히 부끄러움이 없게 된다. 부끄러운 일에 부끄러워함이 있는 사람은 그 부끄러움을 가지고 부끄러워하고, 부끄러운 일에 부끄러워함이 없는 사람은 부끄러움이 없음을 가지고 부끄러워한다. 부끄러움을 가지고 부끄러워하는 까닭에 부끄러움이 없게 되고자 생각하게 되고, 부끄러움이 없음을 가지고 부끄러워하는 까닭에 부끄러움이 있고자 생각하게 된다. 부끄러운데도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능히 부끄러움이 있게 되고, 부끄러운데 부끄러워하면 능히 부끄러움이 없게 된다. 이것을 일러 부끄러움을 닦는다고 한다.
- 이만부의 "부끄러움을 닦는 법"이라는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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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아니다. 벌써 새해가 밝았으니 재작년. 한참 잘읽다가 책장을 탁! 덮었다. 그 어렵다는 셀프컨트롤. --v
이 책은 책장을 한장씩 넘길때마다 읽고 싶은 책장이 미어터진다.
그래서 그랬다. 당분간 `책에 관한 책`은 금지인 걸로.
그래서 <집나간책>도 금지. <읽다>도 금지. <난폭한 독서>도 금지. <아주 사적인 독서> 도 금지. 금지. 다 금지.

그럼 뭘하나. 북플보다보믄 계속 책장이 미어터지는데..
잠시 잘있었니? 하며 만지작 하다가
나는 (실눈뜨고 또 몇장)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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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날 그랬던 것처럼, 판타지소설이야 당연히 라면발 삼키듯 하룻밤새 후루룩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다. 밤새워 단숨에 책읽는 재미. 아-- 40대의 직장맘에게는 정말 개에게나 줘버려다. 3권의 꿈꾸는 책들시리즈의 마지막장을 덮으며 자연스레 나오는 말. 젠장. 이제 시작인거냠. -_-;

아. 물론 재밌다. 매일 자투리시간에 찔끔찔끔 읽을 수밖에 없어서 몹시 짜증스러웠지만 그게바로 계속계속 읽고싶어질 만큼 재밌었다는 반증이니까.

리뷰가 다들 칭찬일색이니 딴지 좀 걸자면.. 미텐메츠와 함께 부흐하임을 한참 헤매다니듯 몰입을 할라치면 자꾸 나의 흥을 꺼트리는 게 있었으니.. 그건 바로.. 삽화였다. 발터 뫼어스의 삽화가 거슬리는 사람은 진정 나혼자뿐?
부흐하임에서 만나게 되는 기괴한 생물체들을 마음 속으로 그리며 한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때, 그 다음 페이지에 나오는 그 이차원 만화스런 그림은 정말 홀딱 깼다. 나중엔 좀 익숙해지긴 했지만 상어구데기 스마이크의 그 우스꽝스러운 형체는 정말이지..쩝. 부흐링의 모습을 내눈으로 확인한 순간. 앗. 얘는 마이 넘버원 애니 <몬스터주식회사>의 털보 설리의 베프인 마이키?!! 디테일하지만 매우 유치한 삽화가 적어도 내겐, 한창 무르익고있던 상상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어서 계속 거슬렸다.

암튼 3권(꿈꾸는 책들의 도시1,2, 꿈꾸는 책들의 미로)을 연속으로 보는게 현실적으로 다소 힘들긴 했지만, 후속이 나오면 또 냅다 구하겠지. 에고에고, 허리야~ 하면서.. ^.^;
판타지소설은 이제 여기 40대가 종착역일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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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소리 - 옛 글 속에 떠오르는 옛 사람의 내면 풍경
정민 지음 / 마음산책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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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최근에 출간한 <책벌레와 메모광>을 '읽고싶은 책장'에 찜해서 넣어놨더랬다. 하지만 내 방 책장에 이미 오래전 자리하고 있던 이 책이 "나부터 읽어줘! 나부터 읽어줘.." 한다.. (아..쓰고나니 뭔가 무섭다.)  그래.. 작년에 정민교수님 책을 한권 샀었지.. 먼저 읽어보자.

정민 교수님 책은 향기롭다 하는데 나도 정자에 기대앉은 선비처럼 쉬엄쉬엄 읽어볼까나.. 하다가 어느덧 볼펜으로 밑줄 좌악좌악 긋고 있는 나를 발견.  말씀하신, "멍청한 사람"의 독서처럼 밑줄 쳐 메모를 해가며 읽어도 책을 덮고 나면 눈 앞에 까마귀가 한마리 까악까악 날아간다..

흠칫 볼펜 잡은 손이 파르르 멈췄다가... 그래 멍청한 사람이니 그나마 밑줄이라도 쳐가며 읽어야지 하고 다시 심기일전 열심히 밑줄긋는다. 빙그레..

so 단순한 무식쟁이.

p.49
홍길주는 재주와 노력과 깨달음, 세가지를 말했다. 재주만 믿고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은 구제 불능이다.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어릴 적에 똑똑하지 않았던 사람은 없다. 꾸준한 노력만이 나풀대는 재주의 경박함을 다스린다. 하지만 미련하게 외골수도 들이파기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오성이 열려야 한다. 깨달음 없이 그저 독서 목록만 추가한다면 그야말로 한갓 읽기만 하는 `도능독`의 독서일 뿐이다. 오성은 재주만으로는 안 되고 노력이 없이는 더더욱 안 된다.
깨달은 사람의 독서는 다르다. 그냥 훌훌 넘겨도 책 한권의 양분을 온전히 섭취한다. 멍청한 사람의 독서는 다르다. 밑줄을 쳐 메모를 해가며 읽어도 읽고 나면 머릿속이 휑하니 남는 게 없다. ... 대개 성련의 깨달음은 여러 해 동안 깊이 생각한 힘으로 된 것이지, 하루아침 사이에 어쩌다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사람에게 깨달으라고 권하기보다는 생각해보라고 권하는 것이 낫다.

p.53 산 독서와 죽은 독서, "책을 덮은 뒤에 그 내용이 또렷이 눈앞에 보이면 이것이 산 독서이고, 책을 펴놓았을 때에는 알았다가도 책을 덮은 뒤에 망연하면 죽은 독서"

p.97
색중지광(色中之光), 즉 색깔 속에 담긴 `빛깔`을 보라. 형중지태(形中之態),겉모습만 보지 말고 외형 속에 깃들인`태깔`을 읽으라.
... 제 목소리는 없고 앵무새 소리만 있다. 이를 두고 연암이 따끔하게 꼬집어 말한다. "왜 비슷해지려 하는가? 비슷함을 추구함은 진짜가 아니라는 말이다. 사람들은 서로 같은 것을 `꼭 닮았다`고 하고, 분간이 어려운 것을 `진짜 같다`고 한다. 이 말 속에는 이미 가짜라는 뜻과 다르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비슷한 것은 가짜다. 흉내내지 마라. 사람과 가슴으로 만나라. 색과 형에 현혹되지 마라. 핵심을 찔러라.

p.166
마음에 고이는 법 없이 생각과 동시에 내뱉어지는 말, 이런 말 속에는 여운이 없다. 들으려고는 않고 쏟아내기만 하는 말에는 향기가 없다. 말이 많아질수록 어쩐일인지 공허감은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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