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소리 - 옛 글 속에 떠오르는 옛 사람의 내면 풍경
정민 지음 / 마음산책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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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최근에 출간한 <책벌레와 메모광>을 '읽고싶은 책장'에 찜해서 넣어놨더랬다. 하지만 내 방 책장에 이미 오래전 자리하고 있던 이 책이 "나부터 읽어줘! 나부터 읽어줘.." 한다.. (아..쓰고나니 뭔가 무섭다.)  그래.. 작년에 정민교수님 책을 한권 샀었지.. 먼저 읽어보자.

정민 교수님 책은 향기롭다 하는데 나도 정자에 기대앉은 선비처럼 쉬엄쉬엄 읽어볼까나.. 하다가 어느덧 볼펜으로 밑줄 좌악좌악 긋고 있는 나를 발견.  말씀하신, "멍청한 사람"의 독서처럼 밑줄 쳐 메모를 해가며 읽어도 책을 덮고 나면 눈 앞에 까마귀가 한마리 까악까악 날아간다..

흠칫 볼펜 잡은 손이 파르르 멈췄다가... 그래 멍청한 사람이니 그나마 밑줄이라도 쳐가며 읽어야지 하고 다시 심기일전 열심히 밑줄긋는다. 빙그레..

so 단순한 무식쟁이.

p.49
홍길주는 재주와 노력과 깨달음, 세가지를 말했다. 재주만 믿고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은 구제 불능이다.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어릴 적에 똑똑하지 않았던 사람은 없다. 꾸준한 노력만이 나풀대는 재주의 경박함을 다스린다. 하지만 미련하게 외골수도 들이파기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오성이 열려야 한다. 깨달음 없이 그저 독서 목록만 추가한다면 그야말로 한갓 읽기만 하는 `도능독`의 독서일 뿐이다. 오성은 재주만으로는 안 되고 노력이 없이는 더더욱 안 된다.
깨달은 사람의 독서는 다르다. 그냥 훌훌 넘겨도 책 한권의 양분을 온전히 섭취한다. 멍청한 사람의 독서는 다르다. 밑줄을 쳐 메모를 해가며 읽어도 읽고 나면 머릿속이 휑하니 남는 게 없다. ... 대개 성련의 깨달음은 여러 해 동안 깊이 생각한 힘으로 된 것이지, 하루아침 사이에 어쩌다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사람에게 깨달으라고 권하기보다는 생각해보라고 권하는 것이 낫다.

p.53 산 독서와 죽은 독서, "책을 덮은 뒤에 그 내용이 또렷이 눈앞에 보이면 이것이 산 독서이고, 책을 펴놓았을 때에는 알았다가도 책을 덮은 뒤에 망연하면 죽은 독서"

p.97
색중지광(色中之光), 즉 색깔 속에 담긴 `빛깔`을 보라. 형중지태(形中之態),겉모습만 보지 말고 외형 속에 깃들인`태깔`을 읽으라.
... 제 목소리는 없고 앵무새 소리만 있다. 이를 두고 연암이 따끔하게 꼬집어 말한다. "왜 비슷해지려 하는가? 비슷함을 추구함은 진짜가 아니라는 말이다. 사람들은 서로 같은 것을 `꼭 닮았다`고 하고, 분간이 어려운 것을 `진짜 같다`고 한다. 이 말 속에는 이미 가짜라는 뜻과 다르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비슷한 것은 가짜다. 흉내내지 마라. 사람과 가슴으로 만나라. 색과 형에 현혹되지 마라. 핵심을 찔러라.

p.166
마음에 고이는 법 없이 생각과 동시에 내뱉어지는 말, 이런 말 속에는 여운이 없다. 들으려고는 않고 쏟아내기만 하는 말에는 향기가 없다. 말이 많아질수록 어쩐일인지 공허감은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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