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살가게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오세요. 저희 자살가게에는 독이 든 사탕, 목 매는 줄, 만지기만 해도 죽는 약, 질식해서 죽을 수 있는 커다란 봉지 ...........당신이 상상하지도 못한 자살 도구들이 준비되어 있답니다.
"실패한 삶을 사셨습니까? 저희 가게로 오십시오. 당신의 죽은만큼은 성공을 보장해드리겠습니다!"
저희는 대대손손 '자살가게'를 운영해오고 있는 집이랍니다. 저희 튀바슈 부부에게는 뱅상, 마릴린, 알랑 이렇게 3명의 자녀가 있답니다. 저희는 3명 모두에게 자살자의 이름을 따 이름을 지어줬지요. 뱅상은 반 고흐 빈센트(vincent)에 서, 둘째 마릴린은 그 유명한 마릴린 먼로에게서, 막내 알랑은 초기 컴퓨터의 아버지 앨런 튜링에서 따왔답니다. 저희는 둘 째까지는 잘 낳았다고 생각했어요. 딱 '자살가게'를 운영하는 가문에서 태어난 자식들답게 침울하고, 죽음을 찬양하고 웃음을모르는 것이 그렇다고 여겼지요. 근데, 이 셋째 알랑은 이상하더란 말입니다.
아기일때부터 웃질 않나, 형한테 이 세상 최고의 예술가라고 하질 않나, 누나한테는 최고로 이쁘다고 하질 않나...저희한테 안녕히 주무시라고 인사를 하지 않나....휴 ..... 저희 부부는 이 녀석을 저희 가문답게 고치려고도 해봤지만 도저히 안되더군요. 자살 특공대에 보내 훈련도 받게 해봤지만, 이녀석 거기서도 웃음을 전파시키고 내쫓기고 왔지 뭡니까. 이제 저희도 두손 두발 다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웃음. 긍정적인 것도 전염이 되나봐요. 말라 죽을것 같던 뱅상이 먹는 걸 좋아하게 되고, 마릴린은 사랑에 빠지고, 저희도 알랑이 없으면 안 될것 같더라구요. 그러던 어느날, 이 알랑에게 가장 거부감을 느끼던 남편이 병이 들어 며칠 가게일을 쉰 사이에 일이 일어났지요. 저희는 독이 든 사탕을 모두 버리고 그냥 사탕으로 바꾸고, 목 매는 줄을 느슨하게 만들고, 가게 한쪽에선 음악회까지 열었어요. 근데 마침 정부의 인사들이 실책을 책임지려고 집단 자살을 하겠다고 물건을 주문해 온게 아니겠어요? 우리 알랑은 또 웃음가스를 건네 모두 무마시키고 말았어요. 그런데 남편의 화가 장난이 아니었어요.
알랑을 죽이겠다고 쫒아가는 바람에 저희 나머지 식구들이 모두 달려들었답니다. 그 애가 죽는다면 모두 자살하겠다고 말이지요. 그런데... 그렇게 실갱이를 하다 알랑이 그만 창 밖으로 떨어져 한 손만 간신히 매달리고 있게 됐어요.. 그 아이를 올려주면서 저희는 자살가게를 닫고 음식점을 하자고, 이런저런 기분 좋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행복'을 느끼고 있었지요...근데 알랑이 올라오기 바로 직전. 손을 놔버렸답니다...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생에 대한 기쁨과 열정으로 살아갈 줄 알았던 알랑, 그 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버리다니! 정말, 작가 양반은 이걸 반전이랍시고 내놓은 겁니까? 너무 반전을 위한 반전이 아니었는지요. 저는 알랑이 손을 놨다는 그 부분부터 갑자기 눈물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래도 되는 건가 해서. 알랑 이럴려고 태어난 거였어? 싶어서. 작가가 너무 싫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