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깨진 청자를 품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나, 깨진 청자를 품다 - 자유와 욕망의 갈림길, 청자 가마터 기행
이기영 지음 / 효형출판 / 201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청자는 우리가 알다시피 푸른빛을 띠는 자기의 한 형태로 도공의 정서에 의해 성형과 조각 그리고 초벌 재벌구이와 같은 여러 단계를 거쳐 만들어진다. 청자는 원래 중국 한나라 시대에 이미 만들어지긴 했으나 송나라 때에 비로소 청자 고유의 아름다움을 나타내어진 발전을 이루다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는 고려 예종과 인종의 재위시기에 그 진면목을 보이며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한 것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청자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이랄까 그러니까 고려청자는 중국에서 그 제작기술을 들여와 11세기경부터 대략 만들어지기 시작하여 비색으로 불리는 순청자가 주종을 이루다가 이것이 점차 형태의 다양화와 제작기법의 발달로 고려 특유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은 것으로만 이해했었다. 하지만 저자의 이 책을 대하면서 우리가 그동안 고려청자에 대한 너무 단편적인 내용만을 알고 지나쳐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려청자에 대한 많은 것을 새로이 알게 된 듯해서 책을 읽은 내내 기분이 새로워짐을 느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음 한편으로는 무거워졌던 것은 우리가 이러한 세계 제일의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대다수 사람들의 눈과 가슴으로부터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있었다. 따라서 이 책은 그러한 의미에서 고려청자 그 흔적의 역사를 우리가 되짚어 보면서 하나의 완성된 청자를 빚어내기 위해 땀과 정성을 다했던 당시 도공들의 노력을 우리가 한번 깊이 생각해보고, 그들이 이루어 냈던 장인정신의 숭고한 얼을 되새겨 보는 좋은 기회로 삼으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경제학자로 시작해서 지금은 도자사로 변신한 저자가 한때 유럽 도자사를 공부하다가 문득 청자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동안 국내 여러 학자들에 의해 청자에 관한 많은 연구와 발굴들이 있었지만 정작 우리가 알고 있는 청자에 대한 지식이 너무 피상적인 몇 가지 단면에만 그치고 있음을 알고, 천 년 전부터 빚어왔던 고려청자의 가마터를 직접 답사하여 그곳에서 발견된 청자의 파편들을 전문가의 시각에서 집중 분석해보고 각 지역 도자문화의 특징과 차이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당시 유물과 관련하여 지리적인 특색은 물론 청자 생산에 관한 환경과 여러 가지 요소들을 조사한 것을 기초로 하여, 기존의 학술적인 내용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부분들이 실려 있다. 따라서 독자들이 저자가 답사현장을 통하여 직접 보고 느끼고 들었던 생생한 이야기에서 청자 관한 많은 지식과 더불어 가마터 사람들의 예술적인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청자의 역사를 논함에 있어 청자가 어느 가마에서 먼저 만들어졌고 또 그것이 9세기에 만들었느니 아니면 그 이후에 만들어졌는가 하는 소모적인 논쟁은 가급적 피하면서 청자를 통한 자기의 문화가 세월의 급박한 격동기에도 결코 사라지지 않고 우리의 힘으로 새롭게 탄생시켰다는 점에 그 중요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청자의 발전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략 5세대를 거쳐 왔음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장보고가 청해진을 장악하면서 중국으로부터 청자를 들여와 전라도 강진의 가마터를 중심으로 고려식 청자의 원천이 기술이 확실하게 뿌리내리는 시기를 1세대로 시작으로 도공들이 김제 벽골제 인근 고창과 진안으로 이주해 기술적 진보를 이루며 점차 고급스런 청자를 만들고 중국으로부터 기술 인력을 데려와 강진의 그것과 접목된 시기를 각각 2세대와 3세대로, 이를 바탕으로 서산 가마터를 중심으로 대량 생산하여 청자의 대중화를 꾀한 것이 4세대 그리고 고려 군소 호족들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한강유역에 청자 가마들이 만들어지면서 생산품을 특화하거나 제품의 차별화를 시도했던 때를 5세대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무엇보다 우리가 고려청자의 위대한 창작물을 얻을 수 있었던 그 밑바탕에는 각 세대를 거치면서 이름 없는 도공들의 헌신적인 예술혼이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로부터 우리 문화재 반환에 관한 뉴스 보도들이 나오면서 국내에 들여오는 여러 문화재들에 대해 많은 관심들을 보이고 있는듯하다. 물론 이런 가시적인 노력들은 분명 필요한 것이지만 반드시 이와 병행해야 할 것은 문화재를 바라보고 그것을 이해하려는 우리들의 근본적인 인식의 틀도 새로이 갖추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도공의 땀으로 빚고 제후의 꿈으로 구운 천 년 전 고려청자의 가마터를 순례하면서 청자 가마에 녹아 있는 도공의 애닮은 삶에서 그 안에 싹트는 희망과 자유를 보았고, 이것이 결국 청자라는 위대한 탄생의 결과를 낳았으며 거기에는 무언가 거스를 수 없는 힘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그런 이유로 우리가 청자라는 하나의 사물을 생각함에 있어 단순한 외적인 접근을 하기보다, 수많은 고통의 시간에도 결코 꺼지지 않은 웅혼한 기상이 깃들어 있음을 보아야 하고 그 속에 배어있는 우리 민족의 살아 있는 숨결을 느껴보라고 말하는듯하다. 따라서 독자의 입장에서 청자에 대한 고리타분한 기존의 학술적인 지식에서 벗어나,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답사했던 가마터의 발자취를 따라 청자의 그 근원적인 역사를 함께 여행해보면서 청자가 지닌 미학적 본질을 제대로 볼 줄 아는 계기로 삼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2 - a True Story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2
페르디난 트 폰쉬라크 지음, 김희상 옮김 / 갤리온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어렸을 적 판사나 검사나 변호사라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회적 정의 그러니까 사전적인 의미로 그들은 불의에 대한 최소한의 방패막이가 되어 이를 응징하는 올바르고 건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최전선에 있는 용감한 사람들로 이해했었다. 그러나 머리가 커가면서는 그런 생각이 일부 편향적이고 잘못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개인적으로 알게 된 변호사와 인연으로 술자리에서 이런 저런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그러한 생각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실제 확인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와의 이야기에서 들은 것은 변호사라는 직업을 갖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부딪쳐야하는 사실, 즉 일부 사람들의 경우 자신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스스로가 법이 정하는 원칙, 예를 들면 살인이나 폭행 강도나 사기와 절도 등과 같은 행위는 결코 해서는 안 된다는 의식을 충분히 가지고 있고 정상적인 사리판단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넘어서는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저지른 죄에 대하여 분명 그것은 잘못되었고 그래서 법원에 의해 판결된 결과에 대하여 응당 그 대가를 달게 받고 반성의 시간을 갖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변호를 통해 조금이라도 형량을 낮추거나 심지어는 무죄임을 증명해달라는 의뢰를 해올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변호 제의를 받는 것이 법조인으로 과연 옳은 행위가 아님을 인지하면서도 먹고 살아가기 위해 때로 그런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자신을 보고 변호사라는 직업에 간혹 회의가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 고통스럽게 여겨질 때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극악무도한 범죄자라 하더라도 누군가로부터는 변호 받을 권리가 있고 왜 그러한 상황이 초래되었는지 대해 자신의 억울한 입장을 피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만약에 당신이 그러한 변호의 위치에 있다면 그래서 이 책에서처럼 피의자의 입장을 듣고 스스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면 과연 당신은 그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것이며 법정에서의 처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책은 현직 변호사로 일하면서 자신에게 맡겨진 수 없는 사건 중 그 일부를 발췌하여 자신이 겪었던 경험들을 소개하면서 사건의 개요를 놓고 독자들로 하여금 변호한다는 입장에서 과연 당신이라면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진지한 물음이기도 하며, 한낱 평범했던 인생이 때로 뜻하지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돌연 범죄자라는 굴레를 쉽게 뒤집어 쓸 수도 있음을 그리고 그러한 일들이 결코 우리에게 그리 멀리 있지 아니함을 말하고 있다. 책 속에는 모두 15편의 크고 작은 다양한 사건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그 내용에는 죄는 밉지만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며, 법이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언제나 정의롭지 만은 않은 것을 말해주고 있기도 하고, 또 어떤 사건에서는 사건을 맡은 변호사의 입장이 얼마나 곤혹스럽고 씁쓸한 것인지를 말하기도 하고 있어, 이 책에 나오는 각 사건에 대하여 우리가 그것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생각해 볼 것인지를 한번 고민해 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느 작은 도시 축제에서 맥주 서빙을 하며 아르바이트 하던 한 소녀가 당시 축제 분위기를 돋우어 주던 악단의 여러 사람들에게 집단으로 가혹한 린치와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 당시 그녀는 코뼈와 갈비뼈가 부러지고 의식을 잃은 상태였는데, 신고에 의해 출동한 의사들에 의해 응급처치로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용의자로 지목된 9명의 남자들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법정에서 모두 무죄로 풀려난다. 당시 응급 처치하던 의사들은 소녀를 살리기 위해 소독제로 그녀의 몸을 닦았는데 그 결과 가해자들의 흔적들을 모두 없애 버렸기 때문이다. 또한 겉으로 보기에 매우 평범했던 어느 남자는 매일같이 자신의 아내를 습관적으로 폭행하다가 마침내는 그 정도를 넘어서 자신의 딸마저 성의 노리개로 일삼으려 한다. 이러한 사실을 참을 수 없었던 아내는 남편이 잠든 틈을 타 석고 조각상으로 그를 살해하고 만다. 사건에 대한 그녀의 자백과 명백한 증거로 인해 변호사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몸에 나타난 지난날의 폭행 흔적들을 법정에 제출하여 형량을 낮추는 호소 뿐 정작 자신이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거도 없었다. 하지만 판사는 그녀를 무죄라며 석방하고 만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러한 사건의 여러 예를 들어 우리에게 만약에 당신 이라면 그들을 향해 어떻게 변호 하겠는가를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진지하게 묻고 있다.

요즘 들어 우리 사회에 정의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이 논의되고 있는듯해 보이지만 정작 우리를 만족하게 해주는 확실한 해답은 어디에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깊이 생각해 볼 것은 지금처럼 개인의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되고 다양화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우리의 사회에서 법의 형평성은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복잡하고 다양한 여러 사건을 간결하게 설명하여 법적용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을 생각해보게 하고, 또한 변호라는 행위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객관적으로 논해보고자 함과 동시에 피의자의 범죄 유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그 접근에 대하여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는듯하다. 따라서 이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한번 읽어볼만한 좋은 책이 아닌가 싶어 추천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 - 오래된 사물들을 보며 예술을 생각한다
민병일 지음 / 아우라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대학 시절 시간이 날 때면 가끔 들렸던 곳 중 하나가 청계천에 위치한 황학동 벼룩시장이라는 곳이다. 그곳은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오래된 고서나 어릴 적 기억에 희미하게 남아 있던 다양한 우리의 옛 생활용품들 그리고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잘 알 수 없는 이런 저런 잡동사니들까지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마치 세상에 존재하는 물건이란 모두 한곳에 모아 놓아서 나에겐 아주 특별한 의미를 주는 장소였다고나 할까 아무튼, 아무런 부담 없이 휭 하니 한번 둘러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기도 했고 가격도 그리 비싼 편이 아니어서, 때로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마치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물건을 발견하게 될 경우 호기심에 의해 구입을 하기도 했던 아름다운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지금은 도시개발에 밀려 그곳이 사라지면서 조금 떨어진 새로운 곳에 다시 터를 잡았다고 해서, 2년 전인가 옛 정취를 느껴볼까 싶어 우연하게 들렸던 그곳이 이제는 예전만큼의 정감을 내게 전해주지는 않았지만, 매일 같이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이 시대에 그것도 도시 한복판에 그런 장소가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내겐 아직까지 충분히 흥미 있는 곳으로 남아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저자가 말한 대로 오래된 사물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인지는 몰라도 나 역시도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그래서 이제는 먼지만이 수북하게 쌓인 지난날의 물건들을 어쩌다 마주치게 되어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불현듯 지나간 과거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리에 떠올라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할 때가 있었던듯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런 일종의 무의식적인 나의 행위가 이제와 돌이켜 보건데 나도 서서히 나이가 먹어가는 것일까 하는 마음 한편에 쓸쓸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 보다는 날로 빠르게 변해가는 오늘날의 현상에 반하여 지나간 향수에 대한 그리움이 어느새 나의 가슴 한편에 깊게 자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한때 독일 유학 생활을 하면서 고국을 떠나 멀리 타국에 홀로 있다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는지, 아니면 지나간 사물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었는지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그곳 벼룩시장이나 엔티크 시장을 다니면서 오래된 고화나 고서, LP음반, 찻잔, 진공관라디오, 심지어는 단추나 몽당연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물에 관심을 가지고 구입하여 소장하게 되는데, 귀국 후 대학에 교편을 잡으면서 그 동안 자신이 수집해왔던 물건들에 대한 작은 소고와 함께 사물을 관찰함에 있어 단순한 하나의 물건이 아닌 그 나름대로 예술적인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사물을 바라보는데 예술적인 시각의 확대를 일러주고 있는듯하다. 다시 말해 저자는 하나의 사물을 무심한 마음으로 보면 오래된 고물에 지나지 않지만 오랜 시간을 거쳐 오면서 사물이 지니고 있는 그 내면의 세계를 생각해 본다면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예술적 아름다움이 존재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우리의 기억 속에 희미하게 남아 있던 여러 오랜 사물들을 바라봄에 있어 사물 스스로 내포하고 있는 예술적인 면을 놓치지 않도록 책을 통해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 개중에는 저마다 나름대로의 애틋한 사연을 담은 특별한 사물들이 더러 있을 것이고 그래서 다른 물건에 비해 조금은 더 애착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자주 들여다보지는 않아도 어느 날 문득 그런 물건을 꺼내어 보게 될 때, 비록 지금은 손때 묻어서 그것이 아주 볼품없고 낡아버렸지만 우리는 그 안에는 지난날에 대한 정겹고 구수한 그래서 새로운 물건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짙은 오묘한 매력의 감흥을 느끼곤 한다. 나는 예술 작품의 진정한 가치란 것이 단지 눈요기 감에 지나는 것이 아닌, 우리의 눈을 통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짜릿한 그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자극을 불러일으켜 줄 때야 비로소 매겨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의 시대를 일컬어 우리는 디지털 시대라고 말한다. 얼마 전 모 벤처회사에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소개팅을 주선해 준다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개발기사를 보고 우리의 인간관계도 점점 기계화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 아무리 시대에 맞추어 사는 세상이라 하더라도 이런 부분까지 그렇게 했어야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남에게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현실에 적응하며 사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마는 단지 오래되고 아날로그적이라는 그 이유하나만으로 멀리하고 쉽게 버려져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용납하기 힘들다. 이 책에서처럼 오늘 당신의 마음을 한때 충족시켜주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던 그래서 그대의 체취가 이미 깊이 베어 씻고 씻어도 없어지지 않는 당신만의 소중한 사물이 있다면 한번 꺼내어 서로 무언의 대화의 장을 만들어 아름다운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조망에 걸린, 희망 - 국내 최초, 미얀마난민수용소 누포캠프를 가다
임연태 지음, 이승현 사진 / 클리어마인드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끔은 아주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자신의 나라에 일반국민으로 살면서 지도자에 대한 선택을 함에 있어서 이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신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일례로 이라크의 지나온 역사가 어떠했는지 그 상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한때 미국과의 전쟁 후 황폐화되고 혼란스러운 사회의 모습을 보고, 권력자가 행한 한순간에 무모한 판단이 결국 수많은 자국민들의 목숨과 재산을 날려버리는 어이없는 양상이 초래 되었다는 것에 앞으로 다시는 그 어디에서도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싶어서다. 설사 그것이 정치 사회적인 이유가 충분했다고 가정한다해도 그렇다. 외형적으로 보았을 때 기본적으로 자신의 삶을 유지시켜주는 집단의 형태를 보면 아마도 크게 보면 국가일 것이고 작게는 가정이 아닐까 싶다. 국가의 틀이 그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자에 의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할 때, 이에 속한 국민들의 삶은 불안하고 불행할 수밖에 없으며 가정 역시 그 중심이 되는 부모가 흔들리면 구성원들의 온전한 삶은 아마도 보장되기 힘들 것이다. 아이들이 가정에서 부모의 보호를 받는 것과 같이 국민은 국가로부터 일정한 의무를 지는 대신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지닌다. 그럼에도 지금 지구촌 곳곳에는 사상이나 종교 혹은 인종이 다르다고 해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자유를 모두 박탈당한 채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보통 난민으로 통칭되는 이들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팔백만 여명 정도 된다고 한다.

이 책은 미얀마의 오랜 독재 정치와 관리들의 부패로 인해 정치와 경제적으로 소외를 당하면서 자유를 찾아 자신의 국가를 버리고 탈출하여 현재 미얀마와 태국 경계의 국경 밀림지대에 존재하는 누포갬프라는 수용소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의 힘들고 고단하지만 평화롭고 아름다운 그들의 진솔한 삶을 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마치 전범 죄수들을 가두어 놓은 것처럼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사방 2킬로미터 내에 전기는 물론이고 상하수도와 같은 사회 기반시설이 전혀 갖추어지지 않는 그곳에는 현재 2만 여명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러한 암울한 현실의 환경에서도 그 누구를 원망하기 보다는 희망을 잃지 않고 주어진 오늘 하루를 위해 열심히 살아간다. 아직도 미얀마의 국경지대에는 무장반군세력과 군정이 충돌하면서 많은 난민들이 지금도 이곳으로 몰려든다고 한다. 유엔난민기구와 세계NGO단체들이 이곳에 일부 도움을 주지만 이들은 이러한 도움에 무작정 의존하기보다는 아이들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찾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오늘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 갈지에 대한 고민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들의 얼굴에서 그늘진 구석을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책 속에는 아이들의 해맑게 웃는 모습과 척박하고 고단한 생활에도 불평 없이 긍정적인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그들의 표정에서 밝은 내일의 미래가 결코 멀리 있지 않음을 본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하루 두 끼의 식사로 연명하는 가난과 헐벗음에도 불구하고 배움에 목말라하며 절망적인 미래를 생각해 본적이 없다는 한 소녀의 말에서 오늘 우리들의 모습을 비교하고 있자니 불현듯 마음이 숙연해짐을 느꼈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인간은 그 자체로 존엄한 존재라는 것에 대해 동의하는듯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 현실을 돌아보면 우리들 중 누구는 때로 자신의 권력과 돈과 명예를 위해서라면 타인의 존엄성을 부정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물리적은 힘으로 제재를 가하며 이를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기며 살아가기도 한다. 우리 중 그 누구도 공공의 이익이나 개인적인 해를 끼치지 않는 타인으로부터 자유를 빼앗고 권리를 박탈할 권한을 가지지 못한다. 생각해보자 과연 그러한 권한은 누구로부터 나온 것이며 누가 감히 함부로 부여받을 수 있는 것인가를 말이다. 높은 산위를 올라가 우리가 사는 저 밑바닥을 내려다보면 모든 것들이 아주 자그마하게 보인다. 그런 것처럼 우리는 이 커다란 세상에 하나의 작은 존재에 불과할 뿐이며, 최근 일본을 덮친 지진에 의한 쓰나미 여파에서 보듯 자연의 재앙 앞에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약하고 약한 개개인에 지나지 않음을 깊이 인식해야 함에도 우리는 그 조그만 공간 안에서 서로 다투고 시기하며 마치 자신이 대단한 것인 양 행세하며 부끄러움을 모르고 살아갈 때가 많다. 따라서 우리가 지향하고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란 그 어떤 차별도 없이 누가 누구위에 군림하여 존재하지 않으며 상대방이 힘들어 할 때 격려해주고 지쳐 쓰러지면 작은 손을 내밀고 일으켜주어 어깨동무하여 가는 그런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책 속에서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어딘가에는 우리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 눈을 조금 크게 뜨고 이제라도 작은 이익에 급급해 과다한 우리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보다, 그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려는 노력을 경주했으면 싶고, 그것이 지금 우리가 지녀야 할 필요한 자세가 아닌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한민국 12비사
이수광 지음 / 일상이상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이나 오랜 시간을 두고 은밀하고도 계획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의 문제를 보면 오늘 우리가 지니고 있는 역사인식의 그 정도로 볼 때 향후 언젠가 심각한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왜곡 역사의 폐해는 지금까지의 여러 상황으로 볼 때 그리 간단하게 넘길 문제는 아닌듯하다. 왜냐하면 역사 왜곡은 진실을 교묘하게 은폐함으로서 엉뚱한 결과를 낳게 하여 정당하지 못한 것이 정당화 되는 과정이며 거짓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호도되어 우리의 사회가 앞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데 큰 저해 요인이 되어, 결국에는 망국으로 가는 지름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기록된 역사의 모든 내용이 전부 사실이며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역사의 내용이 기록하는 자에 의해 때로는 미화되기도 하고 폄훼되기도 하는 것이며 더러는 누락되어질 수도 있는 것처럼 당시 시대 상황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는 것이어서 그렇다. 따라서 우리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역사의 내용을 제대로 짚어 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아마 우리는 상당 부분 거짓된 역사를 사실인양 이를 믿고 동의하며 어리석게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가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은 이러한 역사왜곡의 원인 한 가운데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많은 의혹들이 존재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이러한 문제는 우리에게 거짓된 역사의 빌미를 제공해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진실을 찾아내는데 우리가 결코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의 현대사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사건들 중에서 그 진실이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의혹으로 남아있는 지나간 우리의 역사를 다시 한 번 재조명하여 관찰해 봄으로서, 당시 시대상황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역사의 주체자로서 진실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보는 좋은 계기가 되는 책이 아닌가 싶고, 동시에 그 동안 이러한 사건들과 관련하여 확인되지 않은 여러 사실들에 관하여 좀 더 확실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할 수 있도록 해놓아서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한번 읽어 볼만하지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책 속에는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모두 12가지의 굵직한 사건들을 모아 놓았는데 일부의 사건은 이제는 거의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조금씩 잊혀져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왜 이러한 사건들이 지금까지 미스터리 속에 갇혀 그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지 참으로 안타깝게 느껴진다.

책에 나와 있는 것처럼 1937년 2월에 있었던 백백교의 사건을 보면 극심한 사회 혼란을 겪던 시기에는 언제나 그렇듯 사이비 신흥 종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등장하게 마련인데, 교주를 믿고 따르면 영생한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속아 한때 수만 명의 신도를 보유하며 많은 농민과 서민들의 재산을 강탈하고 노동을 착취하며 많은 목숨을 앗아간 대형 사건이었음에도 3년 이라는 조사기간에도 불구하고 결국 교주의 행방을 찾지 못한 사이비 종교의 폐해를 둘러 볼 수 있으며, 제3 공화국 정치스캔들로 알려진 정인숙 사건의 경우, 당시 경찰의 결과로는 방탕한 생활을 하던 누나가 못마땅해 동생이 총을 쏜 단순 살인으로 치부되었지만, 이후 많은 내용들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1970년대 권력자들의 성도덕이 얼마나 타락했는지 그리고 당시 성 접대 실상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어떤 이유로 진실이 은폐되었는지 독자들이 사건의 배후 과정을 자세히 살펴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이 책에서 우리가 주목할 만한 것으로는 김대중 납치 사건이라든지 KAL기 폭파사건 등을 통해 당시 정권과 관련하여 많은 진실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이러한 결과가 왜 초래하게 되었는지를 매우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의 현대사를 보면 다른 시대의 역사 못지않게 많은 사건들로 얼룩져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보아오듯이 우리의 사회에 큰 영향을 불러 일으켰던 여러 사건들이 당사자들의 진술 거부와 조작 그리고 사실에 대한 접근제한으로 그 본질이 가려져 있어 시간이 흘러 마침내는 지나간 역사의 단순한 에피소드로 남겨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스러움이 있다. 저자의 말대로 진실을 감추고 죽은 사람들은 역사의 죄인이며, 이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묻어두는 일도 결코 바람직한 행위라고는 볼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사실들은 후대에 이르러 또다시 반복될 수도 있기 때문이며 오늘 우리가 펼치려고 하는 정의롭고 올바른 사회구현을 위해서도 그렇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잘못 알려진 역사의 사실은 수도 없이 많은듯해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것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이며 오늘 우리가 겪는 주변국들의 역사 왜곡처럼 언제 우리를 괴롭히게 될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과거 역사의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역사를 올바로 세우지 못하는 민족에게 무슨 미래의 희망이 있겠는가 싶다. 따라서 지금의 이 시점에서라도 우리 역사의 일부가 비록 수치스럽고 오욕으로 점철되어 있다하더라도 그 내용을 감추고 은폐하기보다는 제대로 들추어내고 그 진실을 밝혀냄으로서 당당하고 떳떳한 새 역사를 창조해 나가는데 노력해야 하며, 또한 바로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고 도리로 여겨야 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