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조망에 걸린, 희망 - 국내 최초, 미얀마난민수용소 누포캠프를 가다
임연태 지음, 이승현 사진 / 클리어마인드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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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아주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자신의 나라에 일반국민으로 살면서 지도자에 대한 선택을 함에 있어서 이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신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일례로 이라크의 지나온 역사가 어떠했는지 그 상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한때 미국과의 전쟁 후 황폐화되고 혼란스러운 사회의 모습을 보고, 권력자가 행한 한순간에 무모한 판단이 결국 수많은 자국민들의 목숨과 재산을 날려버리는 어이없는 양상이 초래 되었다는 것에 앞으로 다시는 그 어디에서도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싶어서다. 설사 그것이 정치 사회적인 이유가 충분했다고 가정한다해도 그렇다. 외형적으로 보았을 때 기본적으로 자신의 삶을 유지시켜주는 집단의 형태를 보면 아마도 크게 보면 국가일 것이고 작게는 가정이 아닐까 싶다. 국가의 틀이 그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자에 의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할 때, 이에 속한 국민들의 삶은 불안하고 불행할 수밖에 없으며 가정 역시 그 중심이 되는 부모가 흔들리면 구성원들의 온전한 삶은 아마도 보장되기 힘들 것이다. 아이들이 가정에서 부모의 보호를 받는 것과 같이 국민은 국가로부터 일정한 의무를 지는 대신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지닌다. 그럼에도 지금 지구촌 곳곳에는 사상이나 종교 혹은 인종이 다르다고 해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자유를 모두 박탈당한 채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보통 난민으로 통칭되는 이들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팔백만 여명 정도 된다고 한다.

이 책은 미얀마의 오랜 독재 정치와 관리들의 부패로 인해 정치와 경제적으로 소외를 당하면서 자유를 찾아 자신의 국가를 버리고 탈출하여 현재 미얀마와 태국 경계의 국경 밀림지대에 존재하는 누포갬프라는 수용소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의 힘들고 고단하지만 평화롭고 아름다운 그들의 진솔한 삶을 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마치 전범 죄수들을 가두어 놓은 것처럼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사방 2킬로미터 내에 전기는 물론이고 상하수도와 같은 사회 기반시설이 전혀 갖추어지지 않는 그곳에는 현재 2만 여명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러한 암울한 현실의 환경에서도 그 누구를 원망하기 보다는 희망을 잃지 않고 주어진 오늘 하루를 위해 열심히 살아간다. 아직도 미얀마의 국경지대에는 무장반군세력과 군정이 충돌하면서 많은 난민들이 지금도 이곳으로 몰려든다고 한다. 유엔난민기구와 세계NGO단체들이 이곳에 일부 도움을 주지만 이들은 이러한 도움에 무작정 의존하기보다는 아이들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찾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오늘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 갈지에 대한 고민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들의 얼굴에서 그늘진 구석을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책 속에는 아이들의 해맑게 웃는 모습과 척박하고 고단한 생활에도 불평 없이 긍정적인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그들의 표정에서 밝은 내일의 미래가 결코 멀리 있지 않음을 본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하루 두 끼의 식사로 연명하는 가난과 헐벗음에도 불구하고 배움에 목말라하며 절망적인 미래를 생각해 본적이 없다는 한 소녀의 말에서 오늘 우리들의 모습을 비교하고 있자니 불현듯 마음이 숙연해짐을 느꼈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인간은 그 자체로 존엄한 존재라는 것에 대해 동의하는듯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 현실을 돌아보면 우리들 중 누구는 때로 자신의 권력과 돈과 명예를 위해서라면 타인의 존엄성을 부정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물리적은 힘으로 제재를 가하며 이를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기며 살아가기도 한다. 우리 중 그 누구도 공공의 이익이나 개인적인 해를 끼치지 않는 타인으로부터 자유를 빼앗고 권리를 박탈할 권한을 가지지 못한다. 생각해보자 과연 그러한 권한은 누구로부터 나온 것이며 누가 감히 함부로 부여받을 수 있는 것인가를 말이다. 높은 산위를 올라가 우리가 사는 저 밑바닥을 내려다보면 모든 것들이 아주 자그마하게 보인다. 그런 것처럼 우리는 이 커다란 세상에 하나의 작은 존재에 불과할 뿐이며, 최근 일본을 덮친 지진에 의한 쓰나미 여파에서 보듯 자연의 재앙 앞에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약하고 약한 개개인에 지나지 않음을 깊이 인식해야 함에도 우리는 그 조그만 공간 안에서 서로 다투고 시기하며 마치 자신이 대단한 것인 양 행세하며 부끄러움을 모르고 살아갈 때가 많다. 따라서 우리가 지향하고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란 그 어떤 차별도 없이 누가 누구위에 군림하여 존재하지 않으며 상대방이 힘들어 할 때 격려해주고 지쳐 쓰러지면 작은 손을 내밀고 일으켜주어 어깨동무하여 가는 그런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책 속에서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어딘가에는 우리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 눈을 조금 크게 뜨고 이제라도 작은 이익에 급급해 과다한 우리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보다, 그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려는 노력을 경주했으면 싶고, 그것이 지금 우리가 지녀야 할 필요한 자세가 아닌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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