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2 - a True Story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2
페르디난 트 폰쉬라크 지음, 김희상 옮김 / 갤리온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어렸을 적 판사나 검사나 변호사라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회적 정의 그러니까 사전적인 의미로 그들은 불의에 대한 최소한의 방패막이가 되어 이를 응징하는 올바르고 건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최전선에 있는 용감한 사람들로 이해했었다. 그러나 머리가 커가면서는 그런 생각이 일부 편향적이고 잘못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개인적으로 알게 된 변호사와 인연으로 술자리에서 이런 저런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그러한 생각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실제 확인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와의 이야기에서 들은 것은 변호사라는 직업을 갖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부딪쳐야하는 사실, 즉 일부 사람들의 경우 자신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스스로가 법이 정하는 원칙, 예를 들면 살인이나 폭행 강도나 사기와 절도 등과 같은 행위는 결코 해서는 안 된다는 의식을 충분히 가지고 있고 정상적인 사리판단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넘어서는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저지른 죄에 대하여 분명 그것은 잘못되었고 그래서 법원에 의해 판결된 결과에 대하여 응당 그 대가를 달게 받고 반성의 시간을 갖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변호를 통해 조금이라도 형량을 낮추거나 심지어는 무죄임을 증명해달라는 의뢰를 해올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변호 제의를 받는 것이 법조인으로 과연 옳은 행위가 아님을 인지하면서도 먹고 살아가기 위해 때로 그런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자신을 보고 변호사라는 직업에 간혹 회의가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 고통스럽게 여겨질 때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극악무도한 범죄자라 하더라도 누군가로부터는 변호 받을 권리가 있고 왜 그러한 상황이 초래되었는지 대해 자신의 억울한 입장을 피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만약에 당신이 그러한 변호의 위치에 있다면 그래서 이 책에서처럼 피의자의 입장을 듣고 스스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면 과연 당신은 그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것이며 법정에서의 처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책은 현직 변호사로 일하면서 자신에게 맡겨진 수 없는 사건 중 그 일부를 발췌하여 자신이 겪었던 경험들을 소개하면서 사건의 개요를 놓고 독자들로 하여금 변호한다는 입장에서 과연 당신이라면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진지한 물음이기도 하며, 한낱 평범했던 인생이 때로 뜻하지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돌연 범죄자라는 굴레를 쉽게 뒤집어 쓸 수도 있음을 그리고 그러한 일들이 결코 우리에게 그리 멀리 있지 아니함을 말하고 있다. 책 속에는 모두 15편의 크고 작은 다양한 사건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그 내용에는 죄는 밉지만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며, 법이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언제나 정의롭지 만은 않은 것을 말해주고 있기도 하고, 또 어떤 사건에서는 사건을 맡은 변호사의 입장이 얼마나 곤혹스럽고 씁쓸한 것인지를 말하기도 하고 있어, 이 책에 나오는 각 사건에 대하여 우리가 그것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생각해 볼 것인지를 한번 고민해 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느 작은 도시 축제에서 맥주 서빙을 하며 아르바이트 하던 한 소녀가 당시 축제 분위기를 돋우어 주던 악단의 여러 사람들에게 집단으로 가혹한 린치와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 당시 그녀는 코뼈와 갈비뼈가 부러지고 의식을 잃은 상태였는데, 신고에 의해 출동한 의사들에 의해 응급처치로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용의자로 지목된 9명의 남자들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법정에서 모두 무죄로 풀려난다. 당시 응급 처치하던 의사들은 소녀를 살리기 위해 소독제로 그녀의 몸을 닦았는데 그 결과 가해자들의 흔적들을 모두 없애 버렸기 때문이다. 또한 겉으로 보기에 매우 평범했던 어느 남자는 매일같이 자신의 아내를 습관적으로 폭행하다가 마침내는 그 정도를 넘어서 자신의 딸마저 성의 노리개로 일삼으려 한다. 이러한 사실을 참을 수 없었던 아내는 남편이 잠든 틈을 타 석고 조각상으로 그를 살해하고 만다. 사건에 대한 그녀의 자백과 명백한 증거로 인해 변호사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몸에 나타난 지난날의 폭행 흔적들을 법정에 제출하여 형량을 낮추는 호소 뿐 정작 자신이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거도 없었다. 하지만 판사는 그녀를 무죄라며 석방하고 만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러한 사건의 여러 예를 들어 우리에게 만약에 당신 이라면 그들을 향해 어떻게 변호 하겠는가를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진지하게 묻고 있다.

요즘 들어 우리 사회에 정의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이 논의되고 있는듯해 보이지만 정작 우리를 만족하게 해주는 확실한 해답은 어디에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깊이 생각해 볼 것은 지금처럼 개인의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되고 다양화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우리의 사회에서 법의 형평성은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복잡하고 다양한 여러 사건을 간결하게 설명하여 법적용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을 생각해보게 하고, 또한 변호라는 행위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객관적으로 논해보고자 함과 동시에 피의자의 범죄 유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그 접근에 대하여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는듯하다. 따라서 이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한번 읽어볼만한 좋은 책이 아닌가 싶어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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