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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2비사
이수광 지음 / 일상이상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이나 오랜 시간을 두고 은밀하고도 계획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의 문제를 보면 오늘 우리가 지니고 있는 역사인식의 그 정도로 볼 때 향후 언젠가 심각한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왜곡 역사의 폐해는 지금까지의 여러 상황으로 볼 때 그리 간단하게 넘길 문제는 아닌듯하다. 왜냐하면 역사 왜곡은 진실을 교묘하게 은폐함으로서 엉뚱한 결과를 낳게 하여 정당하지 못한 것이 정당화 되는 과정이며 거짓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호도되어 우리의 사회가 앞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데 큰 저해 요인이 되어, 결국에는 망국으로 가는 지름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기록된 역사의 모든 내용이 전부 사실이며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역사의 내용이 기록하는 자에 의해 때로는 미화되기도 하고 폄훼되기도 하는 것이며 더러는 누락되어질 수도 있는 것처럼 당시 시대 상황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는 것이어서 그렇다. 따라서 우리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역사의 내용을 제대로 짚어 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아마 우리는 상당 부분 거짓된 역사를 사실인양 이를 믿고 동의하며 어리석게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가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은 이러한 역사왜곡의 원인 한 가운데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많은 의혹들이 존재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이러한 문제는 우리에게 거짓된 역사의 빌미를 제공해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진실을 찾아내는데 우리가 결코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의 현대사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사건들 중에서 그 진실이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의혹으로 남아있는 지나간 우리의 역사를 다시 한 번 재조명하여 관찰해 봄으로서, 당시 시대상황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역사의 주체자로서 진실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보는 좋은 계기가 되는 책이 아닌가 싶고, 동시에 그 동안 이러한 사건들과 관련하여 확인되지 않은 여러 사실들에 관하여 좀 더 확실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할 수 있도록 해놓아서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한번 읽어 볼만하지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책 속에는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모두 12가지의 굵직한 사건들을 모아 놓았는데 일부의 사건은 이제는 거의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조금씩 잊혀져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왜 이러한 사건들이 지금까지 미스터리 속에 갇혀 그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지 참으로 안타깝게 느껴진다.
책에 나와 있는 것처럼 1937년 2월에 있었던 백백교의 사건을 보면 극심한 사회 혼란을 겪던 시기에는 언제나 그렇듯 사이비 신흥 종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등장하게 마련인데, 교주를 믿고 따르면 영생한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속아 한때 수만 명의 신도를 보유하며 많은 농민과 서민들의 재산을 강탈하고 노동을 착취하며 많은 목숨을 앗아간 대형 사건이었음에도 3년 이라는 조사기간에도 불구하고 결국 교주의 행방을 찾지 못한 사이비 종교의 폐해를 둘러 볼 수 있으며, 제3 공화국 정치스캔들로 알려진 정인숙 사건의 경우, 당시 경찰의 결과로는 방탕한 생활을 하던 누나가 못마땅해 동생이 총을 쏜 단순 살인으로 치부되었지만, 이후 많은 내용들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1970년대 권력자들의 성도덕이 얼마나 타락했는지 그리고 당시 성 접대 실상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어떤 이유로 진실이 은폐되었는지 독자들이 사건의 배후 과정을 자세히 살펴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이 책에서 우리가 주목할 만한 것으로는 김대중 납치 사건이라든지 KAL기 폭파사건 등을 통해 당시 정권과 관련하여 많은 진실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이러한 결과가 왜 초래하게 되었는지를 매우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의 현대사를 보면 다른 시대의 역사 못지않게 많은 사건들로 얼룩져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보아오듯이 우리의 사회에 큰 영향을 불러 일으켰던 여러 사건들이 당사자들의 진술 거부와 조작 그리고 사실에 대한 접근제한으로 그 본질이 가려져 있어 시간이 흘러 마침내는 지나간 역사의 단순한 에피소드로 남겨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스러움이 있다. 저자의 말대로 진실을 감추고 죽은 사람들은 역사의 죄인이며, 이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묻어두는 일도 결코 바람직한 행위라고는 볼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사실들은 후대에 이르러 또다시 반복될 수도 있기 때문이며 오늘 우리가 펼치려고 하는 정의롭고 올바른 사회구현을 위해서도 그렇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잘못 알려진 역사의 사실은 수도 없이 많은듯해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것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이며 오늘 우리가 겪는 주변국들의 역사 왜곡처럼 언제 우리를 괴롭히게 될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과거 역사의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역사를 올바로 세우지 못하는 민족에게 무슨 미래의 희망이 있겠는가 싶다. 따라서 지금의 이 시점에서라도 우리 역사의 일부가 비록 수치스럽고 오욕으로 점철되어 있다하더라도 그 내용을 감추고 은폐하기보다는 제대로 들추어내고 그 진실을 밝혀냄으로서 당당하고 떳떳한 새 역사를 창조해 나가는데 노력해야 하며, 또한 바로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고 도리로 여겨야 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