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오단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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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가 살고 있는 오묘한 세상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은 저마다 원인과 결과가 있고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그리고 각 사건의 진실은 분명 그 안에 존재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겉모습의 내용들은 보는 이의 시각과 주관적 판단에 따라 진실과 거짓이라는 제각각의 평가들이 내려질 수 있으며, 그것은 또한 그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자신만이 갖는 고유의 권리이며 자유의 영역이어서 타인이 함부로 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때로 이러한 각 개인의 평가에 의한 누적된 결과가 언제나 진실로만 귀결되지는 않는듯하다. 이 작품은 그걸 대변이라도 하듯 숨져진 진실의 향방을 쫓아 그 과정의 내용을 미스터리의 형식으로 극적인 긴장감을 잘 나타내어 주었음은 물론, 작가의 치밀한 구성과 전개가 돋보이는 그래서 독자의 입장에서는 근래보기 드문 좋은 소설을 읽은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지 않았나 싶다. 생각해보면 진실이 언제나 승리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해도 그것은 우리가 바라는 하나의 간절한 소망과 같은 기대감일 뿐, 실제 하는 현실의 결과들은 간혹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엉뚱한 방향으로 나타나기도 해서 우리를 당혹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작품을 보면서 하나의 작은 사건이 어떤 이에게는 하루에도 수없이 발생되는 일종의 하나의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할 일로 간주 될 수도 있는지 모르지만, 당사자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전체적인 삶과도 맞바꿀 만큼 중대한 일일 수도 있으며 이는 어느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만큼, 그 결과를 두고 아무렇게나 맘대로 재단하여 규정짓고 단정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하고 잘못된 것인지 개인적으로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된 계기를 주지 않았나 싶고, 추리 미스터리 치고 이전에 보았던 어떤 미스터리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문학성과 대중성을 잘 조합한 소설이라는 생각이다.

이 작품의 세부적인 구성을 보면 전체적인 하나의 이야기 속에 다시 짧은 5개 이야기가 부연적인 소재가 되어 등장하는 형식으로 전개되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초반 분위기가 생각보다 너무 음울하게 전개되는 것은 아닌가 싶었는데, 본격적인 내용이 시작되면서 작가가 이 작품에서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것과 연관하여 생각해보니 나름대로의 적절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주인공 요시미츠는 급작스런 집안의 사정으로 대학을 휴학하고 당분간 큰아버지가 운영하는 어느 고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데, 카나코라는 여성으로부터 어느 날 자신의 아버지가 오래전에 썼던 다섯 편의 단편 소설이 게재되어 있는 서적들을 찾아달라며 상당한 보수를 동반한 우연한 제의를 받게 된다. 의뢰를 받은 그 소설들은 모두 20여 년 전에 발표되었고 일반사람들에 의해 잘 알려지지 않은 일부 작가들의 소수 동인지와 같은 곳에 실려 있었는데, 의뢰인이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여러 수소문 끝에 그가 찾아낸 이 소설들은 극히 짧은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결말의 내용이 없는 미스터리의 형식을 담고 있다. 그런데 요시미츠는 이 책을 쓴 작가가 왜 이런 기묘한 형태의 미스터리 소설을 발표했는지 하는 의문점을 생각하다가, 책의 소재를 알려준 어느 정보제공자로부터 이 다섯 편의 작품이 오래전 신문에 떠들썩하게 발표되었던 어떤 살인사건과 연관되어 있으며, 각 단편 안에 담겨있는 내용이 의뢰인이었던 딸과 아버지인 작가의 어떤 미묘한 관계가 있음을 새로 알게 되면서,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처한 불편한 상황과 맞물려 예기치 않은 혼란스러움에 직면하게 된다.

대개 사람들은 타인에게 드러내놓고 싶지 않은 자신만의 감추어두고 싶은 한두 가지의 비밀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 중 일부는 의도적이었든 아니었든 간에 평생 자신이 풀 수 없는 멍에가 되기도 하며, 남들은 도저히 느끼지 못하는 가혹할 만큼의 커다란 고통을 수반하기도 한다. 따라서 작품 속 아버지와 딸이 어느 날 우연히 겪게 되는 하나의 사건에서 자신들의 기억에 남겨진 진실의 내용들은 아마도 바로 그와 같은 맥락에서 바라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뜻하지 않은 일을 급작스럽게 당하게 되면서 경험하게 된 하나의 사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잊어질 것이라고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가지만, 일부의 경우에는 그것이 반대로 더욱 크게 부각되어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천천히 자신의 내면을 갉아 먹어간다는 것을 우리는 때로 인식하지 못하고 사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작가는 이 책에서 하나의 사건을 매개체로 하여 그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그러한 부분을 독자들에게 일깨워 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접하면서 개인적으로 그동안 미스터리를 자칭하는 여러 작품들을 읽어보아 왔지만, 과연 이만한 작품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내게는 여러 가지 면에서 흡족함을 주기에 충분했던 상당히 괜찮았던 작품으로 기억 된다. 따라서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가 있다면 관심을 가지고 한번 읽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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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곤충도감 봄·여름·가을·겨울 도감 시리즈
한영식 지음 / 진선아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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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각종 기술의 발달로 인해 도시화가 급속히 이루어짐으로서 우리의 생활이 풍요로워지고 편리해질 만큼 많은 것을 얻었지만, 사실 그에 못지않은 많은 것들이 우리의 주위에서 사라져 버렸다. 특히 이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예전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야생화들이나 곤충들이 바로 그것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요즈음 여러 지방 자치단체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 중 하나가 곤충 산업이라고 한다. 오늘 우리 아이들의 생활 모습들을 보면 학원과 학교 그리고 TV나 컴퓨터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과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생태계의 오묘한 현상들을 접하기에는 여러 가지 주변의 환경적인 제약들이 많아 보인다. 물론 최근 붐을 일으키며 진행되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자연을 다양한 곤충 체험관들이 생겨나고 있긴 하지만, 문제는 많은 시간을 내어야 한다는 것과 장소 역시도 부모들의 도움 없이 아이들 스스로가 자유롭고 재미있게 맘껏 즐기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자연 학습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방법 중에서 그나마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아이들로 하여금 자연에 대한 친근감을 느끼게 하고 학교 학습과도 연계가 가능한 이와 같은 곤충도감과 같은 책의 구입을 고려해 보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기후의 특징인 사계절을 각 계절별로 나누어 그 시기에 나타나는 곤충들을 모아 놓아 자연적인 상태에 있는 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관찰할 수 있도록 했으며, 그 특징들을 함께 간단하고 명료하게 설명해놓아 아이들이 폭넓고도 다양한 종류의 곤충을 한권의 책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깔끔한 구성과 풍부한 내용이 잘 어울려진 도감이다. 이 책이 지니고 있는 특징 중의 하나는 이전의 다른 곤충도감과는 달리 단순하게 곤충의 모습을 보여주는데서 끝나지 않고 아이들의 학교 교과과정 내용에 잘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특히 페이지 뒤에 실려 있는 부록 부분을 보면 알에서 시작된 곤충이 어른까지 변화되는 과정이나, 이들의 다양한 자연에서의 생활 모습과 천적의 관계 등을 나타낸 내용들은 아이들이 학교 학습과 관련하여 유용하게 쓰이리라는 생각이다. 또한 이 책은 어느 특정 학년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 저학년에서부터 고학년에 이르기까지 초등 교과과정의 거의 모든 부분을 담고 있어서 학년에 구애 없이 볼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큰 장점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실제 알고 있는 곤충의 이름을 말해 보라고 하면 아마도 그 종류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 된다. 또한 그나마 알고 있는 내용도 학교 교과서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배운 것이 전부가 아닐까 싶다. 이것은 우리의 도시 생활 주변이 곤충들의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런 이유로 아이들이 다양한 곤충들을 쉽게 관찰 할 기회가 그만큼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지구상에 곤충들과 같은 다양한 생물들이 인간과 더불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것은 아이들에게 있어 그들의 신비로운 세계를 통해 풍부한 상상력을 향상 시켜줄 뿐만 아니라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데도 크게 한 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아이들은 곤충을 생각할 때 해로운 생물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인간에게 이로운 역할을 하는 곤충들도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일부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구의 온난화로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생기면서 곤충들의 생태계도 다양한 변화의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아이들이 쉽게 눈으로 관찰하지 못했던 곤충들의 신비로운 세계들을 이와 같은 책을 통하여 그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해소하고 나아가서는 학교 학습과도 연계하는 좋은 참고서로 활용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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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스 문도스 - 양쪽의 세계
권리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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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일상의 따분한 생활의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혹은 어떤 영감이나 마음과 기분의 전환을 필요로 할 때 그 나름대로의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하곤 한다. 물론 그런 여러 수단들을 통해 우리가 만족할 만큼 충분한 그 무엇을 채워주는지는 아닌지는 감히 예상할 수는 없을지라도 속박이나 구속과 같은 상태에서 적어도 잠깐의 해방감과 같은 자유의 시간을 제공해주는 것만은 틀림없는 듯하다. 그러나 얻으면 잃는 것도 있게 마련인 것처럼 자신의 자리로 다시 돌아 왔을 때 리듬감이 깨져 예전처럼 적응이 잘 되지 않거나 또는 더 나은 무언가를 얻으려 하다가 오히려 잃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언제나 틈만 보이면 그런 일탈의 행위들을 마치 가슴 속에 미리 준비해두기나 한 것처럼 어느 순간 갑자기 용기인지 만용인지 모를 행동을 보이곤 하는 것은 행복한 삶을 위해 더 나은 방편을 찾아보려는 우리 내부의 어떤 기본적 습성이 존재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암보스 문도스(양쪽의 세계라는 의미를 지닌 스페인어)라는 표지제목에서부터 무언가 심상치 않은 내용이 담겨 있지 않을까 하는 내게는 호기심과 많은 관심을 갖게 했던 이 책은, 작가가 2002년부터 시작하여 2008년까지 독일, 영국, 스페인과 같은 유럽의 여러 나라와 칠레와 멕시코를 거쳐 쿠바에 이르는 기나긴 여행을 하면서 그곳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경험담들을 기록해 놓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눈여겨 볼만한 것은 작가가 책 속의 후기에서도 밝혔듯이 독자의 입장에서 우리가 흔히 보는 일반적인 여행기라고 보기에는 너무 많은 내용들을 혼합하여 담고 있어 여러 가지 면에서 색다른 감흥과 신선감이 돋보이는 책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낱말 상으로는 각기 다른 뜻을 지닌 소요라는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나뉘어져 있는데, 각 장마다 소요라는 단어가 담고 있는 그 의미와 내용들에 맞게 적절한 사색과 감상의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이 여행기의 동기랄까 같은 것을 보면 우리도 흔히 20대에 보통 한두 번 쯤은 생각해봤을 만한 자신과 세상사에 관한 많은 물음들을 묻고 하듯이, 작가 역시도 자신의 인생을 전개하는데 있어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삶과 같은 인생을 마치 한편의 예술작품처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작가의 작은 욕망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강원도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첫 기점으로 시작된 이 여행기의 출발은, 이후 유럽과 아프리카를 거쳐 최종적으로 라틴아메리카 여행과 관련하여 그곳에서 작가는 어떤 영감을 얻기 위한 애절한 몸부림의 흔적과 같은 문학과 예술에 대한 고독한 사색의 이야기와 더불어 가난한 여행자로 그리고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겪어야 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독자의 이목을 사로잡는데 충분해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여행기와는 달리 이 책은 그 어떤 풍경적인 사진 한 장의 배려도 없고, 그렇다고 여행지에 관한 저자의 상세하고도 친절한 설명이 가급적 배제되어 있다. 따라서 일부독자들에게는 어떻게 보면 조금은 건조하고 보이기도 하고 난해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작가의 발걸음에 맞추어 함께 여러 나라의 낮선 거리와 이국적인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얻어지는 이런 저런 경험담들을 보고 있노라면, 은연중에 여행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니어야 하겠는가 하는 호소력 짙은 공감을 불러 일으켜 주고 있어 단순 이상의 여행기를 담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우리는 누구나 삶을 살아감에 있어 무언가 열망에 빠지고 싶은 본능적인 욕구에 시달리면 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느긋하게 향유하며 자유로이 누릴 수 있는 것들은 극히 일부이며, 그것 역시도 여러 가지 이유로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강한 압박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러한 열망에 도달하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 더러는 절망과 같은 우울함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방황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나마 취미라는 명목으로 그 일부를 해소하며 다소간의 위안을 얻고 살아가지만 그것이 언제나 만족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듯하다. 그래서 이 책은 아마도 그러한 의미에서 어찌 보면 세상에 나라는 존재를 한번 무작정 던져놓고 그래서 그 안에서 무언가 직접 느끼고 체험하는 실질적인 삶을 방식을 스스로 만들어 보라는 일종의 권유 방식의 책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볼 때 이 책은 우리에게 깊이 있는 문학과 예술의 여행기이기도 하며, 한편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 볼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물음에 간접적이나마 그 해결책을 우리에게 제시하여 주고 있는 사려 깊은 책으로 간주해야 하지 않나 싶다. 따라서 여행과 일상이라는 세계를 놓고 그 경계 사이에서 방황하는 자가 있다면, 설사 꼭 그런 이유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 책의 내용에서와 같이 작가가 추구하고자 했던 그녀만의 암보스 문도스 왕국을 찾아가는 여정에 잠시 함께 동참해보는 것 그 자체로도 독자들에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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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보통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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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진정한 마음의 고향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삶의 존재 바탕이 되고 세상을 살아갈 희망과 힘이 되어 주는 곳인 바로 가족의 품이 아닐까 싶다. 여우는 죽을 때가 되면 자기가 살던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하고, 연어는 알에서 부화하면 바다에서 자라나지만 산란기 때가 되면 거친 역류의 물살과 각종 천적의 위험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수천 킬로미터를 거슬러 원래의 강으로 돌아와 그곳에서 알을 낳고 자신의 최후를 맞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서 가족이란 어떤 의미를 부여해주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일까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람마다 그 의견들은 모두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족이란 사회구성원으로서 건강하고 올바른 인격체를 만들어 가는데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울타리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구성체가 우리가 생각한대로 언제나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만은 아닌듯하다. 때로는 구성원 간의 이해부족에서 오는 심한 알력으로 다툼이 생기기도 하고, 사소한 감정들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을 만큼의 큰 상처를 주는 곳이 바로 가족일 수도 있어서 그것이 의도하지 않은 곳으로 빠르게 흘러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간혹 가족을 생각하거나 바라봄에 있어 가족이라는 단어가 지니는 의미를 절대적인 것에서 찾기보다 상대적인 것에 너무 의식하여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가 간혹 겪게 되는 가족 내에서의 부조화의 문제는 그런 의식의 지점에서부터 서서히 불거져 나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소설과 에세이 그리고 시까지 문학의 전 영역에 걸쳐 섬세하고도 세련된 필치로 우리에게 감성을 일깨워주는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이 작품은 어느 평범한 가족의 일상의 이야기를 사실적이고도 생동감 있게 그려내어 가족이라는 존재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역할자로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진지하게 전달해주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책 속 주인공 고토코의 집은 모두 6명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뚝뚝한 성격에 말은 별로 없지만 꼼꼼한 성격을 가진 아빠와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소녀의 감성적인 면을 가진 엄마, 결혼하여 첫 아이를 임신했지만 어느 날 아무 특별한 이유 없이 돌연 이혼을 선언해버리는 큰딸, 두 번의 자살시도 경험을 가진 다소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인 둘째딸, 그리고 대학진학에는 관심 없고 무위도식하며 하루하루의 생활을 즐기는 셋째 딸과, 착하고 성실한 학교생활에도 정학을 당하게 되는 막내아들로 이루어진 이 가족은 다른 가족에서는 볼 수 없는 그들만의 거스를 수없는 규칙을 가지고 평범해 보이면서도 독특한 추억들을 만들어 간다. 가족구성원들은 각각 너무 뚜렷하고 개성적인 성격들을 지니고 있어 겉으로만 보면 요란스럽고 매일 같이 예기치 않은 소동을 불러일으킬 것 같아 보이지만, 이들은 흔히 가족 간에 생길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에도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며 따뜻한 가족애를 형성해 가고 있다. 셋째 딸인 고토코의 서술로 이어지는 이 작품의 전개 내용에는 한 가족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마치 옴니버스식의 형태로 아기자기하면서도 사람 사는 냄새가 풋풋하게 풍겨지고 있어, 이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게 하면서도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의미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제 3자의 입장에서 아무리 평범해 보이는 가정사라 하더라도 막상 당사자들의 눈에서 보면 실제 평범해 보이는 것이란 아무거도 없다. 그것은 가족 구성원 간에 생길 수 있는 여러 이야기, 즉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 안에는 어떤 미묘한 사안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며 또한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어서 따라서 가족이 아닌 그 누군가가 이를 뭉뚱그려 객관화 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상당한 모순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 평범하게 인식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가족 간에 이루어지는 모든 것이 평화적이고 아름다운 조화와 질서가 잘 잡혀있다는 반증은 아닐까 싶다. 이 작품 속에는 간단하게 웃어 넘길만한 작은 이야기에서부터 반목과 대립을 불러일으킬 만큼의 여러 사건들이 등장 한다. 그러나 이들 가족 개개인의 생각이나 행동들을 살펴보면 각 사안들에 대해 이를 일방적으로 누구에게 강요하거나 상처를 주는 일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 가족은 소박하면서도 안주하고 싶은 가정을 만드는데 각자 스스로의 자리에서 노력하는 모습들이 더 역력해 보인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하고 아름다운 가정을 영위하기를 꿈꾸지만 정작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는지 대해서는 스스로를 되돌아보려 하지 않는듯하다. 이상하게도 시대가 발달 할수록 가족이 지니는 그 본연적인 의미가 점점 퇴색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이 작품을 통해 가족이란 나에게서 어떤 의미인지를 조용히 생각해보며 다시 한 번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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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의 회전 세계문학의 숲 6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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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이라는 존재가 정말 실재하는지 아니하는지 간에 우리 사회에서 그 존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지금까지 많이 다루어져왔고,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들의 입에 계속해서 오르내리게 될 것이다. 유령의 존재를 보았다는 특정한 경험자들이 있는 한에서는 말이다. 대체로 유령의 모습을 본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관찰자에 따라 그 시각적 이미지가 제각각 다른듯하지만 그 배경이 대개 죽음과 관련하고 있으며 일종의 괴기한 웃음소리와 같은 요소를 포함해 여러 복잡한 현상들을 나타내고 있어서 우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그래서 그럴까 유령을 소재로 한 책들이 장르문학에서는 제법 출간되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이러한 책의 내용들은 대부분 유령을 통해 우리의 공포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단순한 재미에서만 끝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통속적인 유령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유령의 형상화를 통해 인간의 심리 영역을 깊이 다루고 있는 작품이어서 독자들마다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대할 것인가에 따라 그 감상과 평가의 차이가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왜냐하면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유령의 존재를 이해함에 있어 각자의 생각이 조금은 다를 것이고, 특히 작품 속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유령의 그 본질적인 내용이 보는 이로 하여금 다분히 모호함을 띠고 있는 요소들이 많아 보이기에 그렇다. 그러나 우리가 이 작품에서 음미해봐야 할 것은 당시의 시대상황에서 볼 때 인간의 정신세계를 심미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접근하려 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의식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밀도 있게 다루고 있다는 것에서는 나름대로 상당한 의미를 부여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 책의 줄거리를 보면 이제 갓 스무 살의 주인공은 가난한 어느 시골 목사의 딸로 런던 할리가에 있는 부유한 저택에서 가정교사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간 그곳에서 그녀는 저택주인으로부터 그의 남동생이 죽으면서 남겨진 남매를 돌보아 달라는 제의를 받게 된다. 그녀는 저택주인의 매혹적이고 믿음직한 모습과 상당한 보수에 의해 그의 제의를 흔쾌히 동의하고 곧바로 남매가 살고 있는 블라이라는 시골마을로 내려간다. 남매는 그녀가 내려오기 전부터 저택주인이 보낸 하녀 그로스 부인과 여러 시종들에 의해 극진한 보호를 받고 있었는데, 그곳에 도착한 그녀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남매와 친근한 사이를 유지하며 지내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하게 그녀는 집 주변의 오래된 탑과 호숫가 근처에서 괴이한 모습을 하고 있는 두 유령을 발견하게 되면서 혼란스런 상황을 맞는다. 이후 그녀가 발견한 두 유령의 모습의 이야기를 들은 그로스 부인의 말에 의하면 이들은 그녀가 오기 전 아이들과 이집에서 시종과 가정교사로 있었으며 우연한 사고로 죽었던 인물들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이 유령들이 아이들 앞에 나타난 이유를 아이들을 조종하여 타락시키기 위해 접근하고 있다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녀는 가정교사로서 의무와 책임에 근거하여 이들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전개하기에 이른다.

이 작품은 사건의 전개상으로만 보면 그 내용이 장황하거나 복잡하지도 않으며 소수의 인물로 구성된 매우 단순하게 그려져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시종일관 가정교사의 시선에 맞추어 이야기의 흐름이 펼쳐지는 1인칭 서술에 의존한다. 그렇다보니 책의 내용에 나오는 유령의 발견과 그 모습의 묘사도 그리고 유령이 나타나 아이들을 위협하고 해칠 것이라는 것 역시 모두 가정교사인 그녀의 일방적이고도 환상적인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다른 등장인물들은 유령의 존재를 보지 못하는 개별적인 상황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독자의 입장에서는 유령을 발견한 그녀의 행동변화와 심리적 측면에 그 초점이 모아질 수밖에 없고, 또한 작품의 내용에서 화자인 그녀의 눈에 유령의 모습이 있다고 말하고 있기는 하나 그 실체가 명확히 무엇이며 단지 무슨 이유로 아이를 위협한다는 것인지 이를 추론할 만한 실질적인 내용이 없어 극히 애매모호하게 여겨지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우리가 눈여겨 볼만 한 것은 작품 속 유령의 존재를 통해 주인공이 느끼게 되는 복잡다단한 심리적 변화의 과정이 무엇보다 세밀하게 잘 표현되어 있다는 점이고, 유령을 통한 미스터리의 요소를 가미시켜 독자의 다양하고도 풍부한 상상력을 한층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공포의 감정에 몰아넣고 겁에 질리게 하고 싶었고, 악을 형상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는데, 사실 책을 읽은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저자의 그런 의도와는 사뭇 거리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작품해설에 의하면 많은 비평가들이 말하기를 이 작품의 핵심적인 부분은 과연 그 내용 안에 유령이 실제 했는가 하는 부분인데, 즉 다른 등장인물에는 유령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 유독 가정교사의 눈에만 보이는 이 책의 전개내용으로 본다면 이는 그녀의 착각이나 환영인 것이며 그 내용과 관련하여 나타나는 여러 이야기도 그녀가 시골 목사의 딸로 외롭게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성적 억압의 부분을 문학의 형식을 빌려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에 동의 할 것인지 아닌지는 바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몫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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