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보통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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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의 진정한 마음의 고향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삶의 존재 바탕이 되고 세상을 살아갈 희망과 힘이 되어 주는 곳인 바로 가족의 품이 아닐까 싶다. 여우는 죽을 때가 되면 자기가 살던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하고, 연어는 알에서 부화하면 바다에서 자라나지만 산란기 때가 되면 거친 역류의 물살과 각종 천적의 위험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수천 킬로미터를 거슬러 원래의 강으로 돌아와 그곳에서 알을 낳고 자신의 최후를 맞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서 가족이란 어떤 의미를 부여해주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일까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람마다 그 의견들은 모두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족이란 사회구성원으로서 건강하고 올바른 인격체를 만들어 가는데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울타리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구성체가 우리가 생각한대로 언제나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만은 아닌듯하다. 때로는 구성원 간의 이해부족에서 오는 심한 알력으로 다툼이 생기기도 하고, 사소한 감정들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을 만큼의 큰 상처를 주는 곳이 바로 가족일 수도 있어서 그것이 의도하지 않은 곳으로 빠르게 흘러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간혹 가족을 생각하거나 바라봄에 있어 가족이라는 단어가 지니는 의미를 절대적인 것에서 찾기보다 상대적인 것에 너무 의식하여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가 간혹 겪게 되는 가족 내에서의 부조화의 문제는 그런 의식의 지점에서부터 서서히 불거져 나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소설과 에세이 그리고 시까지 문학의 전 영역에 걸쳐 섬세하고도 세련된 필치로 우리에게 감성을 일깨워주는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이 작품은 어느 평범한 가족의 일상의 이야기를 사실적이고도 생동감 있게 그려내어 가족이라는 존재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역할자로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진지하게 전달해주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책 속 주인공 고토코의 집은 모두 6명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뚝뚝한 성격에 말은 별로 없지만 꼼꼼한 성격을 가진 아빠와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소녀의 감성적인 면을 가진 엄마, 결혼하여 첫 아이를 임신했지만 어느 날 아무 특별한 이유 없이 돌연 이혼을 선언해버리는 큰딸, 두 번의 자살시도 경험을 가진 다소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인 둘째딸, 그리고 대학진학에는 관심 없고 무위도식하며 하루하루의 생활을 즐기는 셋째 딸과, 착하고 성실한 학교생활에도 정학을 당하게 되는 막내아들로 이루어진 이 가족은 다른 가족에서는 볼 수 없는 그들만의 거스를 수없는 규칙을 가지고 평범해 보이면서도 독특한 추억들을 만들어 간다. 가족구성원들은 각각 너무 뚜렷하고 개성적인 성격들을 지니고 있어 겉으로만 보면 요란스럽고 매일 같이 예기치 않은 소동을 불러일으킬 것 같아 보이지만, 이들은 흔히 가족 간에 생길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에도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며 따뜻한 가족애를 형성해 가고 있다. 셋째 딸인 고토코의 서술로 이어지는 이 작품의 전개 내용에는 한 가족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마치 옴니버스식의 형태로 아기자기하면서도 사람 사는 냄새가 풋풋하게 풍겨지고 있어, 이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게 하면서도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의미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제 3자의 입장에서 아무리 평범해 보이는 가정사라 하더라도 막상 당사자들의 눈에서 보면 실제 평범해 보이는 것이란 아무거도 없다. 그것은 가족 구성원 간에 생길 수 있는 여러 이야기, 즉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 안에는 어떤 미묘한 사안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며 또한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어서 따라서 가족이 아닌 그 누군가가 이를 뭉뚱그려 객관화 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상당한 모순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 평범하게 인식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가족 간에 이루어지는 모든 것이 평화적이고 아름다운 조화와 질서가 잘 잡혀있다는 반증은 아닐까 싶다. 이 작품 속에는 간단하게 웃어 넘길만한 작은 이야기에서부터 반목과 대립을 불러일으킬 만큼의 여러 사건들이 등장 한다. 그러나 이들 가족 개개인의 생각이나 행동들을 살펴보면 각 사안들에 대해 이를 일방적으로 누구에게 강요하거나 상처를 주는 일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 가족은 소박하면서도 안주하고 싶은 가정을 만드는데 각자 스스로의 자리에서 노력하는 모습들이 더 역력해 보인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하고 아름다운 가정을 영위하기를 꿈꾸지만 정작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는지 대해서는 스스로를 되돌아보려 하지 않는듯하다. 이상하게도 시대가 발달 할수록 가족이 지니는 그 본연적인 의미가 점점 퇴색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이 작품을 통해 가족이란 나에게서 어떤 의미인지를 조용히 생각해보며 다시 한 번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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