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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의 회전 ㅣ 세계문학의 숲 6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유령이라는 존재가 정말 실재하는지 아니하는지 간에 우리 사회에서 그 존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지금까지 많이 다루어져왔고,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들의 입에 계속해서 오르내리게 될 것이다. 유령의 존재를 보았다는 특정한 경험자들이 있는 한에서는 말이다. 대체로 유령의 모습을 본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관찰자에 따라 그 시각적 이미지가 제각각 다른듯하지만 그 배경이 대개 죽음과 관련하고 있으며 일종의 괴기한 웃음소리와 같은 요소를 포함해 여러 복잡한 현상들을 나타내고 있어서 우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그래서 그럴까 유령을 소재로 한 책들이 장르문학에서는 제법 출간되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이러한 책의 내용들은 대부분 유령을 통해 우리의 공포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단순한 재미에서만 끝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통속적인 유령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유령의 형상화를 통해 인간의 심리 영역을 깊이 다루고 있는 작품이어서 독자들마다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대할 것인가에 따라 그 감상과 평가의 차이가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왜냐하면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유령의 존재를 이해함에 있어 각자의 생각이 조금은 다를 것이고, 특히 작품 속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유령의 그 본질적인 내용이 보는 이로 하여금 다분히 모호함을 띠고 있는 요소들이 많아 보이기에 그렇다. 그러나 우리가 이 작품에서 음미해봐야 할 것은 당시의 시대상황에서 볼 때 인간의 정신세계를 심미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접근하려 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의식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밀도 있게 다루고 있다는 것에서는 나름대로 상당한 의미를 부여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 책의 줄거리를 보면 이제 갓 스무 살의 주인공은 가난한 어느 시골 목사의 딸로 런던 할리가에 있는 부유한 저택에서 가정교사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간 그곳에서 그녀는 저택주인으로부터 그의 남동생이 죽으면서 남겨진 남매를 돌보아 달라는 제의를 받게 된다. 그녀는 저택주인의 매혹적이고 믿음직한 모습과 상당한 보수에 의해 그의 제의를 흔쾌히 동의하고 곧바로 남매가 살고 있는 블라이라는 시골마을로 내려간다. 남매는 그녀가 내려오기 전부터 저택주인이 보낸 하녀 그로스 부인과 여러 시종들에 의해 극진한 보호를 받고 있었는데, 그곳에 도착한 그녀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남매와 친근한 사이를 유지하며 지내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하게 그녀는 집 주변의 오래된 탑과 호숫가 근처에서 괴이한 모습을 하고 있는 두 유령을 발견하게 되면서 혼란스런 상황을 맞는다. 이후 그녀가 발견한 두 유령의 모습의 이야기를 들은 그로스 부인의 말에 의하면 이들은 그녀가 오기 전 아이들과 이집에서 시종과 가정교사로 있었으며 우연한 사고로 죽었던 인물들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이 유령들이 아이들 앞에 나타난 이유를 아이들을 조종하여 타락시키기 위해 접근하고 있다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녀는 가정교사로서 의무와 책임에 근거하여 이들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전개하기에 이른다.
이 작품은 사건의 전개상으로만 보면 그 내용이 장황하거나 복잡하지도 않으며 소수의 인물로 구성된 매우 단순하게 그려져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시종일관 가정교사의 시선에 맞추어 이야기의 흐름이 펼쳐지는 1인칭 서술에 의존한다. 그렇다보니 책의 내용에 나오는 유령의 발견과 그 모습의 묘사도 그리고 유령이 나타나 아이들을 위협하고 해칠 것이라는 것 역시 모두 가정교사인 그녀의 일방적이고도 환상적인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다른 등장인물들은 유령의 존재를 보지 못하는 개별적인 상황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독자의 입장에서는 유령을 발견한 그녀의 행동변화와 심리적 측면에 그 초점이 모아질 수밖에 없고, 또한 작품의 내용에서 화자인 그녀의 눈에 유령의 모습이 있다고 말하고 있기는 하나 그 실체가 명확히 무엇이며 단지 무슨 이유로 아이를 위협한다는 것인지 이를 추론할 만한 실질적인 내용이 없어 극히 애매모호하게 여겨지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우리가 눈여겨 볼만 한 것은 작품 속 유령의 존재를 통해 주인공이 느끼게 되는 복잡다단한 심리적 변화의 과정이 무엇보다 세밀하게 잘 표현되어 있다는 점이고, 유령을 통한 미스터리의 요소를 가미시켜 독자의 다양하고도 풍부한 상상력을 한층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공포의 감정에 몰아넣고 겁에 질리게 하고 싶었고, 악을 형상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는데, 사실 책을 읽은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저자의 그런 의도와는 사뭇 거리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작품해설에 의하면 많은 비평가들이 말하기를 이 작품의 핵심적인 부분은 과연 그 내용 안에 유령이 실제 했는가 하는 부분인데, 즉 다른 등장인물에는 유령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 유독 가정교사의 눈에만 보이는 이 책의 전개내용으로 본다면 이는 그녀의 착각이나 환영인 것이며 그 내용과 관련하여 나타나는 여러 이야기도 그녀가 시골 목사의 딸로 외롭게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성적 억압의 부분을 문학의 형식을 빌려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에 동의 할 것인지 아닌지는 바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몫이 아닐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