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스 문도스 - 양쪽의 세계
권리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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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일상의 따분한 생활의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혹은 어떤 영감이나 마음과 기분의 전환을 필요로 할 때 그 나름대로의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하곤 한다. 물론 그런 여러 수단들을 통해 우리가 만족할 만큼 충분한 그 무엇을 채워주는지는 아닌지는 감히 예상할 수는 없을지라도 속박이나 구속과 같은 상태에서 적어도 잠깐의 해방감과 같은 자유의 시간을 제공해주는 것만은 틀림없는 듯하다. 그러나 얻으면 잃는 것도 있게 마련인 것처럼 자신의 자리로 다시 돌아 왔을 때 리듬감이 깨져 예전처럼 적응이 잘 되지 않거나 또는 더 나은 무언가를 얻으려 하다가 오히려 잃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언제나 틈만 보이면 그런 일탈의 행위들을 마치 가슴 속에 미리 준비해두기나 한 것처럼 어느 순간 갑자기 용기인지 만용인지 모를 행동을 보이곤 하는 것은 행복한 삶을 위해 더 나은 방편을 찾아보려는 우리 내부의 어떤 기본적 습성이 존재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암보스 문도스(양쪽의 세계라는 의미를 지닌 스페인어)라는 표지제목에서부터 무언가 심상치 않은 내용이 담겨 있지 않을까 하는 내게는 호기심과 많은 관심을 갖게 했던 이 책은, 작가가 2002년부터 시작하여 2008년까지 독일, 영국, 스페인과 같은 유럽의 여러 나라와 칠레와 멕시코를 거쳐 쿠바에 이르는 기나긴 여행을 하면서 그곳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경험담들을 기록해 놓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눈여겨 볼만한 것은 작가가 책 속의 후기에서도 밝혔듯이 독자의 입장에서 우리가 흔히 보는 일반적인 여행기라고 보기에는 너무 많은 내용들을 혼합하여 담고 있어 여러 가지 면에서 색다른 감흥과 신선감이 돋보이는 책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낱말 상으로는 각기 다른 뜻을 지닌 소요라는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나뉘어져 있는데, 각 장마다 소요라는 단어가 담고 있는 그 의미와 내용들에 맞게 적절한 사색과 감상의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이 여행기의 동기랄까 같은 것을 보면 우리도 흔히 20대에 보통 한두 번 쯤은 생각해봤을 만한 자신과 세상사에 관한 많은 물음들을 묻고 하듯이, 작가 역시도 자신의 인생을 전개하는데 있어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삶과 같은 인생을 마치 한편의 예술작품처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작가의 작은 욕망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강원도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첫 기점으로 시작된 이 여행기의 출발은, 이후 유럽과 아프리카를 거쳐 최종적으로 라틴아메리카 여행과 관련하여 그곳에서 작가는 어떤 영감을 얻기 위한 애절한 몸부림의 흔적과 같은 문학과 예술에 대한 고독한 사색의 이야기와 더불어 가난한 여행자로 그리고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겪어야 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독자의 이목을 사로잡는데 충분해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여행기와는 달리 이 책은 그 어떤 풍경적인 사진 한 장의 배려도 없고, 그렇다고 여행지에 관한 저자의 상세하고도 친절한 설명이 가급적 배제되어 있다. 따라서 일부독자들에게는 어떻게 보면 조금은 건조하고 보이기도 하고 난해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작가의 발걸음에 맞추어 함께 여러 나라의 낮선 거리와 이국적인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얻어지는 이런 저런 경험담들을 보고 있노라면, 은연중에 여행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니어야 하겠는가 하는 호소력 짙은 공감을 불러 일으켜 주고 있어 단순 이상의 여행기를 담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우리는 누구나 삶을 살아감에 있어 무언가 열망에 빠지고 싶은 본능적인 욕구에 시달리면 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느긋하게 향유하며 자유로이 누릴 수 있는 것들은 극히 일부이며, 그것 역시도 여러 가지 이유로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강한 압박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러한 열망에 도달하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 더러는 절망과 같은 우울함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방황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나마 취미라는 명목으로 그 일부를 해소하며 다소간의 위안을 얻고 살아가지만 그것이 언제나 만족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듯하다. 그래서 이 책은 아마도 그러한 의미에서 어찌 보면 세상에 나라는 존재를 한번 무작정 던져놓고 그래서 그 안에서 무언가 직접 느끼고 체험하는 실질적인 삶을 방식을 스스로 만들어 보라는 일종의 권유 방식의 책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볼 때 이 책은 우리에게 깊이 있는 문학과 예술의 여행기이기도 하며, 한편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 볼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물음에 간접적이나마 그 해결책을 우리에게 제시하여 주고 있는 사려 깊은 책으로 간주해야 하지 않나 싶다. 따라서 여행과 일상이라는 세계를 놓고 그 경계 사이에서 방황하는 자가 있다면, 설사 꼭 그런 이유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 책의 내용에서와 같이 작가가 추구하고자 했던 그녀만의 암보스 문도스 왕국을 찾아가는 여정에 잠시 함께 동참해보는 것 그 자체로도 독자들에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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