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차일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3-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3
존 하트 지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장르 소설의 경우 많은 새로운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긴 하지만,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이나 소름이 돋는 오싹한 공포, 그리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같은, 그 어느 하나의 요소만 이라도 충족시켜주는 작품들이 생각만큼 그리 흔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그러한 요소 모두를 한꺼번에 해결해주는, 독자의 입장에서 오랜만에 읽어 볼만한 보기드믄 좋은 작품이 출간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특이하게도 이 작품은 하나의 사건과 연관하여 숨겨져 있던 새로운 사실들이 하나 둘씩 표면에 드러나게 되면서, 시종일관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스릴 넘치는 매혹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여겨진다. 불행은 누구에게서나 맞닥트리고 싶지 않은 하나의 불편한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그러한 기대와는 달리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피할 수 없는 존재다. 이 작품은 한때 단란한 생활을 영위해가던 한 가정에, 뜻밖에 찾아온 사건으로 비극적인 현실을 맞게 되면서, 처절한 고통의 아픔을 사실적으로 그려내어, 작품을 읽는 이로 하여금 심금을 울리게 만드는 묘한 구석이 있는 작품이다. 따라서 그동안 혹시 이러한 분야의 작품에서 어떤 재미와 감동을 얻지 못했던 국내 독자들이 있다면, 이 작품을 선택해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주인공 열세 살의 조니는 엘리사와 함께 이란성 쌍둥이로, 1년 전 그의 동생을 실종되기 전까지만 해도 즐겁고 행복한 나날을 보냈지만, 사건이 일어난 후 지금까지 그 짧은 기간 동안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잃어버린 우울한 시간으로 변해 버렸다. 동생의 실종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한 부모는 자책감에 급기야는 서로 갈라서게 되었고, 이런 절망감에 사로잡힌 엄마는 마약과 술이 아니면 단 하루도 버틸 수 없는 없을 만큼, 위태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었지만, 조니는 이러한 상황을 누구도 해결해주지 못하는 것을 두고 경찰을 비롯한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불신감을 키우게 된다. 한편 그동안 굵직굵직한 사건을 맡아 이를 해결해왔던 경력을 지닌 헌트 형사는, 자신의 이웃에서 벌어진 엘리사 실종 사건을 접하면서 수차례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미궁 속에 빠지게 되자,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부담감에 이혼까지를 당하게 되는 수모를 겪는다.

단 하루도 잊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실종된 자신의 동생을 찾아, 과거 단란했던 시절을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슴에 품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던 조니는, 어느 날 자신의 유일한 친구였던 잭과 함께 침울한 기분이 들게 될 때면, 이를 덜기 위해 가끔 찾아가던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강가에서 멱을 감다 홀로 돌아오던 중에, 다리 위에서 트럭에 추돌되어 오토바이에서 추락하는 남자를 우연히 목격하게 되는데, 현장에서 죽음 직전에 다다른 그 남자로부터 자신의 동생의 실종에 대한 어떤 의미가 담긴 한마디를 듣게 된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엘리사와 같은 학교에 다니며 비슷한 나이였던 또 한명의 여자아이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헌트를 반장으로 한 경찰의 조사 결과, 불과 며칠 사이에 연이어 벌어진 두 사건으로부터 목격자들의 증언과 현장에서의 증거를 토대로, 1년 전 엘리사 실종 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용의자 추적에 나서는데, 그 과정에서 전혀 예상치 않았던 결과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면서 경찰수사본부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 작품은 동생을 찾으려는 한 소년의 집념에 의해 미지의 사건으로 남아 있던 범죄사실이 다시 재조명 되면서, 이와 관련하여 의도치 않았던 여러 사건들이 새로이 연결됨으로서 긴장감의 연속과, 빠른 이야기의 전개, 그리고 전체적인 작품의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역작으로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배경과 심리에 대한 리얼한 묘사나 개성적인 등장인물, 또한 이야기 전개에 따른 섬세하고 유려한 문장의 표현들도 독자들이 주목해 볼만 요소로 꼽힌다 하겠다. 특히 작품 속 주인공인 소년의 눈을 통해, 불의를 보고도 자신의 일이 아니면 눈을 감게 되는 우리의 모순된 행동과, 가식과 위선의 이면에 가려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시각을 일깨우고 있는 점은, 단순한 재미를 떠나 독자의 입장에서 깊이 인식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동생을 잃어버리고 이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현실의 부당함에 맞서, 사회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가슴에 담아 거친 세상으로 뛰어드는 열세 살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한 순간도 끊어지지 않는 스릴의 묘미와 여러 이야기가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흥미롭게 펼쳐지고 있어, 장르 소설을 좋아 하는 독자들에게 충분한 만족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진 살인사건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혼진 살인사건 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추리소설은 국내에서도 익히 알려진 <이누가미 일족>을 비롯하여 <팔묘촌><옥문도> 와 같은 작품을 선보이며,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를 내세워 독자들로 하여금 장르 소설의 재미와 신선함을 안겨주었던, 일본 본격 미스터리의 거장 요코미조 세이시의 미공개 작품으로 이번에 새로이 출간된 추리작품이다. 이 소설은 출간 당시 일본 내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여러 차례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을 계기로 이후 그의 많은 추리소설들이 등장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독자의 입장에서 작품내용을 통해 그 진가가 어떠한지를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작품 속에는 대표작으로 장편으로 이루어진 ‘혼진 살인사건’ 외에, 중편인 ‘도르래 우물은 왜 삐걱거리나’ 그리고 단편으로 된 흑묘정 사건 등 모두 세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작품마다 추리요소의 특징 중 하나인 정교하게 장치된 다양한 밀실트릭의 묘미를 맛볼 수 있고, 또한 작품의 배경과 연관하여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몰락해가던 당시 일본의 불안한 사회의 한 측면을 사건을 통해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볼만 하다 하겠다. 특히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일부 작품의 경우는 서간체나 신문기사의 형식이 전개되어 있고, 전체적으로는 작중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더불어 범죄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가늠하기 힘든 치밀하고 마치 미로에 빠진 것과 느낌을 갖게 하는 미스터리가 주를 이루고 있어, 그의 작품이 왜 지금까지 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호평과 관심을 이끌고 있는지에 대한, 그 이유와 실체를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직접 확인해보았으면 한다.

이 소설 속의 첫 번째 작품인 ‘혼진 살인사건’은 일본의 봉건 사회의 잔재가 남아 있는 명문 가문의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에도 시대 이후로 명문으로 이름을 날린 이치야나기 가문의 장남 겐조는 집안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한때 자신의 가문에 소작농의 딸과 우여곡절 끝에 결혼식을 올리게 되지만, 안타깝게도 결혼 첫날밤 이들 부부는 누군가에 피살된 모습으로 발견된다. 경찰 조사 결과 범인이 남기고 몇 가지 간 흔적으로 보이는 증거에 의해, 결혼식 며칠 전 외지인으로 보이는 수상한 남자를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하게 되지만, 사건의 피해자였던 신부의 삼촌은 당시 정황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의심을 품게 되면서, 한때 자신이 도움을 주었던 사립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에게 사건 해결의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이후 그의 활약으로 사건 현장에 뜻하지 않은 트릭이 감추어져 있음이 발견되고,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의아한 결과가 도출된다.

두 번째로 ‘도르래 우물은 왜 삐걱거리나’ 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작품은, 지역사회의 비극을 다룬 이야기로, 전쟁 이후로 판이하게 달라진 두 가문의 후대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에 따른 그 내막이 펼쳐져 있는데, 고리대금업으로 다른 가문의 토지와 집을 마구잡이로 사들이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몰락해버린 가문의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쌓이게 된 원한을 의문의 죽음과 연결시켜 사실적으로 그려가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그 서술 방식이 서간체와 신문기사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독자의 입장에서는 다소 색다른 묘미를 줄 수 있을듯하다. 끝으로 단편으로 되어 있는 ‘흑묘정 사건’은 얼굴 없는 시체를 표면에 드러냄으로서 1인 2역의 멋진 트릭이 감추어져 있는 작품으로, 흑묘라는 선술집 근처에서 얼굴이 심하게 부패된 한 여성의 시체가 발견되는데, 이 사건의 중심에 흑묘주점을 운영하던 주인 부부의 얽히고설킨 인간관계가 연관되면서, 범인이 누구인지 가늠하기 힘든 기묘한 트릭이 숨겨져 있어 독자의 눈을 즐겁게 만들고 있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세편의 작품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를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만든 그의 초기 역작으로, 사건의 해결 과정에 있어 논리적인 구조에 의한 추리기법과, 인물과 배경의 사실적인 묘사와 함께 다양하고 정교한 밀실 트릭 등을 이 한권의 소설에서 모두를 감상할 수 있는데, 이 점은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없는 장점이 아닐까 싶다. 또한 각 작품 속에는 단순한 살인사건의 해결을 넘어, 일본전통사회의 붕괴에서 오는 가치관의 갈등의 문제라든지,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의 이기심과 탐욕에 따른 인간성 상실과 고질적인 병폐들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점도 주목해볼만 하다. 이 소설에서 소개되어 있는 세편의 작품의 내용들은, 일본의 독자와 평단으로부터 이미 검증이 되어 상당한 호평을 받은바 있다. 따라서 추리장르소설을 좋아 하는 국내 독자들의 기대에도 충분한 만족을 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소도구를 이용해 펼쳐지는 아기자기한 밀실트릭과 빠른 전개로 공포와 긴장감을 떨어트리지 않으면서도, 책 속으로의 몰입과 흥미를 증폭시켜주는 이 작품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추리 소설의 또 다른 묘미를 감상해보았으면 싶고, 특히 외모적으로 어수룩한 모습과는 달리 탁월한 두뇌회전으로 사건의 핵심을 짚어가는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매력을 이 기회에 한번 느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목민심서 동양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1
정약용 지음, 노태준 옮김 / 홍신문화사 / 200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명심보감 동몽훈에 따르면 무릇 관리된 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오직 세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청렴과 근신, 그리고 근면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중국 법가의 철학가이자 춘추전국시대 한나라의 귀족 출신이었던 한비자는 말하기를, 벼슬아치들이 논쟁만을 즐기며 권력쟁취를 위해 탐욕을 벌이게 될 때, 나라가 망하게 되는 지름길임을 무릇 경고하고 있기도 하다. 시대를 잠시 거슬러 올라가 고려가 멸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된 이유를 살펴보면, 몽고의 침입이 결정적이긴 했어도, 결국 국력이 약해진 그 바탕에는 귀족들의 부패가 크게 한 몫을 했음을 알 수 있으며, 조선시대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우리의 이런 역사의 구체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더라도, 과거 인류 역사이래로 어느 시대가 되었든, 관료 사회의 부패가 심했던 나라들 대부분이, 결코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 그 예는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결국 이러한 부정부패는 나라와 사회의 발전에 커다란 걸림돌일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어떠한 방법으로든 극복해내야 하는 중차대한 문제로 여겨진다.

목민심서는 조선 후기의 학자였던 다산 정약용이 정조가 승하하자 천주교도라는 죄명으로 유배되기에 이르렀는데, 그런 이유로 전라도 강진에서 귀양살이를 하다가 해배되던 해인 1818년(순조 18년)에 완성한 것으로, 우리나라와 중국의 역사서를 비롯해 자(子)·집(集) 등에서 치민과 관련된 자료를 뽑아 수록함으로써 지방 관리들의 폐해를 제거하고 지방행정을 쇄신하기 위해 지은 것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목민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여러 고을을 다니게 되었는데, 당시 국가 권력과 관리의 횡포에 도저히 배겨내지 못하는 것을 누구보다도 소상하게 알게 된 것이 이 책을 쓴 배경이 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정약용 선생님은, 아마도 당시의 사회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과 같은 양난 이후로 더욱 고착화 되어간, 지배계층의 무능력과 신분체재의 불만과 모순이 이대로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고, 무엇보다 우선하여 기득권층에서부터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다.

목민심서의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목민관이 부임을 하기 시작해서 해관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취해야 할 내용을 모두 12강으로 크게 나누었으며, 이것을 다시 각각 6조로 세분하여 전체로 보면 12강 72조로 된, 당시 목민관으로서 지켜야 하는 모든 생활을 총망라했음을 볼 수 있다. 제1편인 부임6조에서 제4편 애민6조까지는 목민관의 기본적인 자세와 연관하여, 고을의 수령은 언제나 청렴·절검을 생활신조로 명예와 재물을 탐내지 말고, 뇌물을 멀리 할 것 등의 생활신조와 백성위주의 봉사정신 내용을 담고 있다. 제5편 이전6조에서는 아전들의 단속을 철저히 하며 오늘날 별정직과 같은 인재등용에 있어 신중할 것과, 제6편 호전6조에서 농업 진흥과 민생안정을 위해 호적정비와 전정·세법 등 부세제도를 정확하게 시행함으로서 나라와 백성에게 해가 없도록 할 것을, 그리고 제7편 예전6조는 제사와 손님접대의 예와, 또한 교육을 장려하고 인재를 양성하는데 힘쓸 것을, 제8편 병전6조는 당시 가장 민폐가 심했던 군정 개혁안과 국방·군비·전략 등의 제반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제9편 형전6조는 봉건적 형벌제도의 남용을 견제함과 동시에 가급적 형벌보다는 교도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끝으로 제10편 공전6조는 각 산업 분야의 생산력 발전을 위해 선진기술을 도입할 것을 주장하는 등 산업개발 문제와 그 대책을 다루고 있고, 제11편 진황6조는 빈민구제의 방법을 제12편 해관6조는 수령이 임기가 차서 교체되는 것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독자의 입장에서 이 책은 위에서 열거한 것처럼 목민관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와 행실과 같은 구체적인 내용 외에도, 책의 해설과정을 통해서 당시 조선 시대의 사회 생활상을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부정과부패가 만연한 나라일수록 그 나라의 현재와 미래는 그리 희망적일 수 없으며, 무엇보다 이는 사회 혼란의 원인이 되고, 분열과 다툼을 야기 시켜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를 자멸로 몰아간다는 점에서, 이를 결코 쉽게 간과할 문제는 아니다. 국제적·국가적 부패 극복을 목표로 하며, 각국의 공무원이나 정치인이 얼마나 부패를 조장하는지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부패지수를 조사하는 국제투명성기구(TI)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작년 조사 대상국 178개국 중에서 39위로 그다지 좋은 성적을 나타내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이는 참으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특히 이 조사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현재 경제 규모면에서 세계 10위권이라는 쾌거를 이루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사회가 아직까지도 투명하지 못하고, 국민의 의식 수준이 경제 수준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다는 점은, 심각하게 받아 들여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시대가 바뀌고 제도가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가 추구하고자 했던 그 원칙적인 내용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교훈 적인 것임에는 틀림없다. 따라서 이 책의 내용을 통해 사회지도층이나 정치인은 물론이고 일반사람 누구라도, 나 하나쯤이야 괜찮겠지 하는 그릇된 생각을 버리고,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양심에 어긋나지 않는, 각자 있는 자리에서 솔선수범하는 실천적인 자세를 배웠으면 하는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658, 우연히 데이브 거니 시리즈 1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특정한 대상이나 혹은 무작위로 여러 차례에 걸쳐 다수의 피해자를 살해하는 사이코적인 기질을 지닌, 연쇄 살인범의 이야기를 다루는 장르 소설들이 매년 어김없이 등장하지만, 독자들의 욕구를 충분히 만족시켜주는 작품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던듯하다. 그러한 이유 중에 하나는 그만큼 공포, 스릴러소설을 대하는 독자들의 눈높이가 조금씩 높아진 것도 있을 것이고, 혹은 기존 작품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비슷비슷한 이야기에 조금은 식상해진 탓도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언제나 그랬듯이 기존의 작품들을 능가하는 새로운 작품들의 출현은 더러 있게 마련인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아마도 이 작품은 그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독자의 입장에서 만족할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야 할듯하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조금 생소했던 것은 이 소설의 작가가 국내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만큼 알려져 있지 않은데다가, 겉표지 역시 보통의 추리소설과는 다르게 평범하게 치장 되어 있어서 그리 주목을 크게 끌고 있지 못했다는 것이지만, 추리소설이라는 것이 그런 외부적인 측면 보다는 작품 내용에 따른, 추리의 기본적인 요소가 되는 공포와 스릴 그리고 이야기 속에 은밀하게 장치되어 있는 트릭이나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와 같은 부분이 자연스러운 조화를 거쳐 과연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지니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 중요시 되는 만큼, 작품의 전체적인 내용으로 볼 때, 이 소설은 그 어느 것 하나 흠잡기 힘들 정도로 근래 보기 드문 멋진 한편의 추리작품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작품 속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흡입력과 더불어,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한 차원 높였다고 할 수 있는, 탄탄한 스토리가 바탕이 된 이 작품에, 많은 독자들의 관심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작품 표지의 숫자에서 보듯 이 소설은 누군가를 향해 숫자와 관련한 미스터리 같은 수수께끼를 담은 묘령의 편지 한통이 배달되면서부터 사건이 진행된다. 주인공 데이브 거니는 한때 논리적이고 범인의 허점을 파고드는 치밀한 수사과정을 무기로 뉴욕경찰서에서 명성을 날렸지만, 지금은 퇴직하여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부인과 함께 유유자적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자신의 대학 동창으로부터 간곡히 도와 달라는 메일 한통을 우연히 받게 된다. 그리고 그에게로부터 배달된 몇 통의 편지의 내용을 전달 받고 난 뒤, 그는 조만간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다. 아니나 다를까 이후 며칠 지나지 않아 그가 짐작했던 대로, 그의 친구는 누군가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되고, 주인공 거니는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경찰 수사본부를 지휘하던 검사의 제의를 받고, 온통 미스터리만 둘러싸인 이 뜻하지 않은 사건에 직접 관여하기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현장에서 범인을 예측할만한 그 어떤 확실한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더욱이 경찰을 당황하게 만들었던 것은, 이 사건의 범죄자가 다른 사건들과는 달리 정상적인 사람의 사고로는 이해되지 않는, 몇 가지 원인과 결과가 불투명한 특이한 흔적들을 사건 현장에 남겨 놓았다는 점이다. 주인공 거니를 포함한 경찰은 그 누구도 쉽게 파악되지 않는 기묘한 미스터리를 남기고 사라진 범인의 흔적을 찾기 위해, 한편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골몰하게 되지만, 실마리를 풀 만한 그 어떠한 것도 찾아내지 못하게 되면서, 사건은 점차 알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버리고 만다.

이 작품이 연쇄 살인범의 이야기를 다룬 기존의 작품들과 차이를 보이면서도 흥미롭게 생각되는 것은, 우선 치밀하고도 박진감 있게 전개되는 사건의 이야기 속에, 추리 소설로서 갖추어져야 하는 여러 요소들, 즉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엄습해오는 공포와 스릴, 범인이 살해의 현장에 만들어 놓은 교묘한 미스터리적인 트릭, 그리고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퇴직 형사 거니의 명쾌하고도 예리한 논리적 추리의 내용이 작품 전반에 걸쳐 적절하게 잘 배분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완벽한 범죄를 위해 범인이 사전에 철저하고도 완벽하게 설정해 놓은 은밀한 비밀들을 하나하나 퍼즐 조각을 맞추듯 풀어가는 거니 형사의 뛰어난 활약은, 전문적인 프로파일러를 연상케 할 만큼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펼쳐지고 있어서 이 소설의 재미를 한층 더해준다 하겠다. 다만 조금 더 세밀하게 다루었으면 했던 것은, 사건 해결에 있어서 뛰어난 집중력과 감정을 배제한 이성적인 논리로 중무장 되어 있는 주인공 거니 형사의 개인적인 능력의 이면에, 그의 인생 저변에 깔려 있는 과거 어두운 심리적인 부분과 연관하여, 이를 지켜보는 부인과의 애틋한 연민의 관계를 여운 있게 부가적으로 약간 부분만 이라도 확장해서 이끌어 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한 사람의 목숨을 겨냥한 숫자 게임을 담은 미스터리 편지를 필두로 긴박하게 펼쳐지는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작품다운 작품을 만난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소설은 당분간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을 듯싶다. 그래서 혹시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쉽게 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강렬한 서스펜스와 스릴이 흥미롭게 전개되는 이 작품을 결코 놓치지 말았으면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빠의 자격 - 고씨 부자의 유럽 42일 생존기
고형욱.고창빈 지음 / 사월의책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녀를 둔 대개의 부모들이라면 누구라도 그들이 커서 향후 건강하고 올바르며 능력 있는 인재가 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자녀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외부적인 교육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도 좋지만, 이에 앞서 무엇보다 우선시 되고 중요하게 생각되어야 할 것은, 사랑을 바탕으로 한 가정 내에서의 부모와 아이들 간의 친밀한 유대감의 형성이 아닐까 싶다. 대부부의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과 친밀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부모와 관련하여 실제 아이들의 생각이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이와 상반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이 서서히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게 되는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때의 상황은 더더욱 그러한 경향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아이에게는 하나의 살아있는 현장 중심의 교육이 되기도 하고, 반면에 부모의 입장에서 조금은 동떨어져 있는 심리적, 정신적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대안의 한 가지 방편으로, 낮선 해외로의 여행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굳이 해외로의 여행이 그렇다면 국내로의 며칠간의 짧은 여행이라 하더라도,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생각하고 있는 그 주된 주제는 무엇이며,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고, 아이는 여행을 통해 부모의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면서,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서로 소통하는 기회를 얻는다면, 아마도 그것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아빠와, 요즘 아이들이 대개 그렇듯이 그들만의 놀이문화에 심취해있는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와 어느 날 우연하게 떠나게 된, 여행기간 중 한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여행 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아빠와 아이에게 있어 서로 간의 보람과 의미의 시간을 부여할 수 있었던 유럽에서의 42일 간의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를 풀어낸 여행기이다. 이 여행은 부모의 입장에서 경쟁에 함몰되어 자신의 아이가 학교에서 학원으로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획일적이고 제한된 교육환경에서 잠시 동안이라도 벗어나, 보다 넓은 세상에서의 다양하고 실질적인 문화체험을 만들어주려는, 그래서 확대된 세계관과 아이의 새로운 가치관을 위한 야심차고 상당히 획기적인 제안이었고, 아이에게 있어서는 아이대로 낮선 타국으로의 새로운 문화의 경험과 다양한 볼거리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일종의 호기심과 기대감에 의한 것이었다. 여행계획은 아이의 방학에 맞춰 8월 초 서울에서 출발하여 포르투갈의 마드리드에 도착하는 것을 시작으로,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를 거쳐 영국을 돌아보는 것으로 맞추었지만, 42일간의 기나긴 여행이다 보니, 아이의 학교 개학날짜와 맞물려 일정기간 학교를 무단결석을 감수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고, 최대한 발품을 판다하더라도 소요되는 여행경비 또한 적지 않아 나름대로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행을 통해 부모와 자식 간의 보이지 않는 틈이랄까,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고 친밀해지려는, 더불어 인생에 있어 하나의 자극제가 되기를 바라는 거시적인 목적 앞에 그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낮선 해외여행이라 출발하기 전부터 여행지에서 조심해야 할 것과, 그곳에서 각자 분담해야 하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어느 정도 논의가 있었기에, 이번 여행은 기대했던 만큼 설레는 여행이 될 것 이라고 판단되었으나, 생각과는 달리 실제 첫날부터 이들의 여행길은 쉽지 만은 않게 전개된다. 여행 도중 많은 미술관을 방문했고 각 나라의 여러 역사 문화유적지를 돌아보면서도, 아버지의 적극성과는 다르게 아이는 소극적이었고 그래서 그동안 소원했던 관계를 만회하기 위한 충분한 대화를 서로 나누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마치 배낭여행과 같은 힘든 여정 속에서도 이들 두 부자는, 그 기간 동안 서로 간에 몰랐던 많은 것을 깨닫게 되는 소중한 경험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아빠의 입장에서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며 조급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하는 것과, 아이가 진정 관심을 가지고 무엇을 바라는 지를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볼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아이는 아이대로 여행지에서 이리 저리 자신을 위해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려고 애쓰는 아버지의 모습을 직접 피부로 조금씩 체험하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됨으로서, 자주는 아니더라도 더러 이런 여행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느끼게 하지 않나싶다.

미국 인디언들의 자녀교육을 위한 10계명을 보면 꾸지람 속에 자란 아이는 비난을 배우고, 안정감 속에 자라난 아이는 신념을 배우며, 격려 속에서 자란 아이는 자신감을 배운다는 말이 있다. 얼핏 생각하면 쉬운 이야기로 들릴 수 있을지 모르나, 실제 우리의 가정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이를 실천한다는 것이 꽤나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번 여행이 만족할 만큼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자신과 아이에게 있어서 후회 없는 선택이 되었고, 함께한 여행 시간에서 벌어졌던 갖가지 에피소드를 통해서 서로가 한층 친밀해지는 가치 있는 시간이 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따라서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이들의 여행의 계획과 비슷하게 스케줄을 만들어, 그동안 서로 소통하지 못했던 문제점은 무엇이었고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마음을 열어보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본다면, 한결 뜻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