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자격 - 고씨 부자의 유럽 42일 생존기
고형욱.고창빈 지음 / 사월의책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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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둔 대개의 부모들이라면 누구라도 그들이 커서 향후 건강하고 올바르며 능력 있는 인재가 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자녀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외부적인 교육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도 좋지만, 이에 앞서 무엇보다 우선시 되고 중요하게 생각되어야 할 것은, 사랑을 바탕으로 한 가정 내에서의 부모와 아이들 간의 친밀한 유대감의 형성이 아닐까 싶다. 대부부의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과 친밀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부모와 관련하여 실제 아이들의 생각이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이와 상반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이 서서히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게 되는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때의 상황은 더더욱 그러한 경향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아이에게는 하나의 살아있는 현장 중심의 교육이 되기도 하고, 반면에 부모의 입장에서 조금은 동떨어져 있는 심리적, 정신적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대안의 한 가지 방편으로, 낮선 해외로의 여행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굳이 해외로의 여행이 그렇다면 국내로의 며칠간의 짧은 여행이라 하더라도,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생각하고 있는 그 주된 주제는 무엇이며,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고, 아이는 여행을 통해 부모의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면서,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서로 소통하는 기회를 얻는다면, 아마도 그것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아빠와, 요즘 아이들이 대개 그렇듯이 그들만의 놀이문화에 심취해있는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와 어느 날 우연하게 떠나게 된, 여행기간 중 한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여행 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아빠와 아이에게 있어 서로 간의 보람과 의미의 시간을 부여할 수 있었던 유럽에서의 42일 간의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를 풀어낸 여행기이다. 이 여행은 부모의 입장에서 경쟁에 함몰되어 자신의 아이가 학교에서 학원으로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획일적이고 제한된 교육환경에서 잠시 동안이라도 벗어나, 보다 넓은 세상에서의 다양하고 실질적인 문화체험을 만들어주려는, 그래서 확대된 세계관과 아이의 새로운 가치관을 위한 야심차고 상당히 획기적인 제안이었고, 아이에게 있어서는 아이대로 낮선 타국으로의 새로운 문화의 경험과 다양한 볼거리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일종의 호기심과 기대감에 의한 것이었다. 여행계획은 아이의 방학에 맞춰 8월 초 서울에서 출발하여 포르투갈의 마드리드에 도착하는 것을 시작으로,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를 거쳐 영국을 돌아보는 것으로 맞추었지만, 42일간의 기나긴 여행이다 보니, 아이의 학교 개학날짜와 맞물려 일정기간 학교를 무단결석을 감수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고, 최대한 발품을 판다하더라도 소요되는 여행경비 또한 적지 않아 나름대로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행을 통해 부모와 자식 간의 보이지 않는 틈이랄까,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고 친밀해지려는, 더불어 인생에 있어 하나의 자극제가 되기를 바라는 거시적인 목적 앞에 그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낮선 해외여행이라 출발하기 전부터 여행지에서 조심해야 할 것과, 그곳에서 각자 분담해야 하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어느 정도 논의가 있었기에, 이번 여행은 기대했던 만큼 설레는 여행이 될 것 이라고 판단되었으나, 생각과는 달리 실제 첫날부터 이들의 여행길은 쉽지 만은 않게 전개된다. 여행 도중 많은 미술관을 방문했고 각 나라의 여러 역사 문화유적지를 돌아보면서도, 아버지의 적극성과는 다르게 아이는 소극적이었고 그래서 그동안 소원했던 관계를 만회하기 위한 충분한 대화를 서로 나누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마치 배낭여행과 같은 힘든 여정 속에서도 이들 두 부자는, 그 기간 동안 서로 간에 몰랐던 많은 것을 깨닫게 되는 소중한 경험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아빠의 입장에서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며 조급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하는 것과, 아이가 진정 관심을 가지고 무엇을 바라는 지를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볼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아이는 아이대로 여행지에서 이리 저리 자신을 위해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려고 애쓰는 아버지의 모습을 직접 피부로 조금씩 체험하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됨으로서, 자주는 아니더라도 더러 이런 여행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느끼게 하지 않나싶다.

미국 인디언들의 자녀교육을 위한 10계명을 보면 꾸지람 속에 자란 아이는 비난을 배우고, 안정감 속에 자라난 아이는 신념을 배우며, 격려 속에서 자란 아이는 자신감을 배운다는 말이 있다. 얼핏 생각하면 쉬운 이야기로 들릴 수 있을지 모르나, 실제 우리의 가정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이를 실천한다는 것이 꽤나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번 여행이 만족할 만큼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자신과 아이에게 있어서 후회 없는 선택이 되었고, 함께한 여행 시간에서 벌어졌던 갖가지 에피소드를 통해서 서로가 한층 친밀해지는 가치 있는 시간이 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따라서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이들의 여행의 계획과 비슷하게 스케줄을 만들어, 그동안 서로 소통하지 못했던 문제점은 무엇이었고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마음을 열어보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본다면, 한결 뜻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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