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동양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1
정약용 지음, 노태준 옮김 / 홍신문화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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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동몽훈에 따르면 무릇 관리된 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오직 세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청렴과 근신, 그리고 근면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중국 법가의 철학가이자 춘추전국시대 한나라의 귀족 출신이었던 한비자는 말하기를, 벼슬아치들이 논쟁만을 즐기며 권력쟁취를 위해 탐욕을 벌이게 될 때, 나라가 망하게 되는 지름길임을 무릇 경고하고 있기도 하다. 시대를 잠시 거슬러 올라가 고려가 멸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된 이유를 살펴보면, 몽고의 침입이 결정적이긴 했어도, 결국 국력이 약해진 그 바탕에는 귀족들의 부패가 크게 한 몫을 했음을 알 수 있으며, 조선시대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우리의 이런 역사의 구체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더라도, 과거 인류 역사이래로 어느 시대가 되었든, 관료 사회의 부패가 심했던 나라들 대부분이, 결코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 그 예는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결국 이러한 부정부패는 나라와 사회의 발전에 커다란 걸림돌일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어떠한 방법으로든 극복해내야 하는 중차대한 문제로 여겨진다.

목민심서는 조선 후기의 학자였던 다산 정약용이 정조가 승하하자 천주교도라는 죄명으로 유배되기에 이르렀는데, 그런 이유로 전라도 강진에서 귀양살이를 하다가 해배되던 해인 1818년(순조 18년)에 완성한 것으로, 우리나라와 중국의 역사서를 비롯해 자(子)·집(集) 등에서 치민과 관련된 자료를 뽑아 수록함으로써 지방 관리들의 폐해를 제거하고 지방행정을 쇄신하기 위해 지은 것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목민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여러 고을을 다니게 되었는데, 당시 국가 권력과 관리의 횡포에 도저히 배겨내지 못하는 것을 누구보다도 소상하게 알게 된 것이 이 책을 쓴 배경이 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정약용 선생님은, 아마도 당시의 사회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과 같은 양난 이후로 더욱 고착화 되어간, 지배계층의 무능력과 신분체재의 불만과 모순이 이대로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고, 무엇보다 우선하여 기득권층에서부터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다.

목민심서의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목민관이 부임을 하기 시작해서 해관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취해야 할 내용을 모두 12강으로 크게 나누었으며, 이것을 다시 각각 6조로 세분하여 전체로 보면 12강 72조로 된, 당시 목민관으로서 지켜야 하는 모든 생활을 총망라했음을 볼 수 있다. 제1편인 부임6조에서 제4편 애민6조까지는 목민관의 기본적인 자세와 연관하여, 고을의 수령은 언제나 청렴·절검을 생활신조로 명예와 재물을 탐내지 말고, 뇌물을 멀리 할 것 등의 생활신조와 백성위주의 봉사정신 내용을 담고 있다. 제5편 이전6조에서는 아전들의 단속을 철저히 하며 오늘날 별정직과 같은 인재등용에 있어 신중할 것과, 제6편 호전6조에서 농업 진흥과 민생안정을 위해 호적정비와 전정·세법 등 부세제도를 정확하게 시행함으로서 나라와 백성에게 해가 없도록 할 것을, 그리고 제7편 예전6조는 제사와 손님접대의 예와, 또한 교육을 장려하고 인재를 양성하는데 힘쓸 것을, 제8편 병전6조는 당시 가장 민폐가 심했던 군정 개혁안과 국방·군비·전략 등의 제반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제9편 형전6조는 봉건적 형벌제도의 남용을 견제함과 동시에 가급적 형벌보다는 교도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끝으로 제10편 공전6조는 각 산업 분야의 생산력 발전을 위해 선진기술을 도입할 것을 주장하는 등 산업개발 문제와 그 대책을 다루고 있고, 제11편 진황6조는 빈민구제의 방법을 제12편 해관6조는 수령이 임기가 차서 교체되는 것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독자의 입장에서 이 책은 위에서 열거한 것처럼 목민관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와 행실과 같은 구체적인 내용 외에도, 책의 해설과정을 통해서 당시 조선 시대의 사회 생활상을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부정과부패가 만연한 나라일수록 그 나라의 현재와 미래는 그리 희망적일 수 없으며, 무엇보다 이는 사회 혼란의 원인이 되고, 분열과 다툼을 야기 시켜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를 자멸로 몰아간다는 점에서, 이를 결코 쉽게 간과할 문제는 아니다. 국제적·국가적 부패 극복을 목표로 하며, 각국의 공무원이나 정치인이 얼마나 부패를 조장하는지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부패지수를 조사하는 국제투명성기구(TI)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작년 조사 대상국 178개국 중에서 39위로 그다지 좋은 성적을 나타내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이는 참으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특히 이 조사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현재 경제 규모면에서 세계 10위권이라는 쾌거를 이루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사회가 아직까지도 투명하지 못하고, 국민의 의식 수준이 경제 수준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다는 점은, 심각하게 받아 들여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시대가 바뀌고 제도가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가 추구하고자 했던 그 원칙적인 내용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교훈 적인 것임에는 틀림없다. 따라서 이 책의 내용을 통해 사회지도층이나 정치인은 물론이고 일반사람 누구라도, 나 하나쯤이야 괜찮겠지 하는 그릇된 생각을 버리고,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양심에 어긋나지 않는, 각자 있는 자리에서 솔선수범하는 실천적인 자세를 배웠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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