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독 귀족 탐정 피터 윔지 3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추리소설의 등장은 19세기 문학이 상품화 되면서 문학 본래의 순수함에서 벗어나 대중의 기호에 영합하는 대중문학이 시작되면서부터였다고 하며, 이를 기점으로 이후 여러 추리 단편들이 등장 하다가 1920년대부터 추리소설의 부흥기라고 할 만큼, 다양한 내용을 담은 많은 추리소설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아가사 크리스티도 이 시기에 많은 작품들을 내놓은 바 있는데, 당시 그녀의 명성 못지않게 좋은 작품으로 많은 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가 바로 도로시 세이어즈다. 그녀는 1923년 첫 소설 ‘시체는 누구’라는 작품으로 시작으로 15년 동안 수많은 작품들을 발표하면서 훗날 평단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왔는데, 특히 그녀의 작품 중 대표할 만한 것으로 피터 윔지 경 시리즈를 꼽을 수 있겠다. 이 작품은 괴짜 귀족 탐정이었던 피터 윔지 경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그 세 번째 이야기로, 자신의 연인을 독살했다는 죄명으로 체포되어 법정에 서게 된 한 여인에 대해, 피터 윔지 경의 활약으로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되는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맹독이라는 섬뜩함이 느껴지는 책의 제목과는 달리, 작품의 전반적인 내용은 재미있는 유머와 달콤한 로맨스의 분위기가 잘 어울려져 있어서, 독자들이 치밀하게 구성된 사건의 전개 양상과 더불어 낭만의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생각 된다. 또한 작품의 배경을 통해서 1920년대 당시 영국 시민 사회를 간접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과, 범죄 사실에 대한 주인공 피터 경의 예리하고 논리적인 추리기법의 과정은 독자의 눈을 충분히 즐겁게 만들어 줄 것으로 보인다.

작품의 간략적인 내용을 살펴보자면, 추리소설작가를 직업으로 삼고 있던 해리엇 베인이란 여성은, 자신이 한때 사랑했던 연인 필립 보이스를 비소라는 독약을 이용하여 살해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어 법원 배심원의 판결을 받게 된다. 자신의 연인을 독살시키려 했다는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면서, 대중들의 여론은 그녀에게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렀고, 재판정에서 사건의 정황을 토대로 여러 증인들의 증언들을 종합한 결과, 피의자였던 베리엇에게 유죄가 내려질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러나 최종적인 배심원 회의에서 그녀가 무죄라는 일부 의견들이 대두되면서, 결국 만장일치를 보지 못하고 재판이 무효화 되는 상황을 맞는다. 한편 재판의 과정을 그동안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던 귀족출신의 탐정 피터 경은, 그녀는 분명코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으며 억울한 무고의 혐의를 받고 있다고 확신하며, 다음 재판을 위해 대기 중인 그녀를 찾아가, 자신은 범인을 잡는데 최선을 다하겠노라는 말과 함께, 이 사건이 원만하게 해결되면 자기와 결혼해달라는 이해할 수 없는 묘한 제의를 하기에 이른다. 그렇다면 현재 나타나 있는 거의 모든 증거와 증언들이 피의자에게 불리한 상황에서, 피터 경은 어떤 이유로 이 사건에 개입하게 되며 그리고 무슨 방법으로 이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작품은 사건의 전개 내용을 통해서 여타의 추리소설들과는 달리 눈길을 끄는 몇 가지 특징들을 보이는데, 우선 사건과 관련하여 범죄자에 의한 실제 범행의 과정이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이야기 전개에 있어 다소 스릴감이 반감되어 자칫 흥미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보이지만, 작품내용을 읽다보면 오히려 그런 우려감 보다는 피터 경의 논리적이면서도 치밀하고 놀라운 추리능력과, 더불어 따뜻하고 감성적인 인간미가 느껴지는 그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되지 않을까 싶다. 또 하나는 작품의 배경과 관련하여 봉건주의적 잔재가 남아있는 당시 시대적 흐름에 반하여,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여성들의 모습을 이 작품을 통해 간접적이나마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사건을 해결하는데 있어 주인공인 피터 경의 활약이 상당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는 탐정요원으로서 그에게 적극적인 도움을 아끼지 않은 여성들이 있었는데, 이점에 있어 작가는 한때 차별받고 사회로의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던 여성들의 긍정적인 모습을 작품 속에 등장시켜 이를 적극 반영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작가는 독자들이 사건의 실제 범인이 누구일지 어느 정도 쉽게 예측할 수 있도록 했으면서도, 이를 억지가 아닌 증거를 통해 어떻게 논리적으로 풀어 갈 것인가 하는 방법적인 측면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도, 추리장르를 좋아 하는 독자들에게는 흥미로운 부분으로 여겨지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사건에 관련된 피의자의 모습을 보고 연민의 감정을 느끼면서도, 감정에 치우치기 보다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태도를 견지하며, 사건 속에 감추어진 은밀한 음모를 파헤쳐가는 탐정 피터 경의 활약이 돋보이는 이 작품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제/경영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경제 현안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방안들이 등장하고 있는듯하다. 이 책은 장하준 교수가 출간하여 국내에서 큰 반응을 불러 일으켰던 그의 저서와 관련하여, 허와 실을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우리 경제가 앞으로 나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찾아보고, 독자들로 하여금 경제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하고 있어서 주목해 볼만 책으로 여겨진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재정적자 문제와 관련하여, 최근 신용등급 하락에 이르기 까지 미국의 경제에 대한 위상이 예전에 비해 크게 위축되어 있지 않나 싶다. 이 책은 금융패권을 둘러싸고 달러가 앞으로 세계경제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할지,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는 달러의 위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조망하고 있어서 독자들이 한번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라딘신간평가단 2011-10-12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크 완료했습니다. 첫번째 미션 수행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라진 소녀들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서유리 옮김 / 뿔(웅진)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에 소개된 대부분의 장르 소설들이 대부분 영미권이나 일본의 작품이 많았던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럽 쪽의 작품은 미미하지 않았나 싶었는데, 요즘 의외의 좋은 작품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어 우선 개인적으로 반가운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은 독일 사이코스릴러 소설계의 신동으로 평가 받는 안드레아스 빙켈만의 네 번째 소설로,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와 광기에 대한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어, 독자로 하여금 소름 돋는 서스펜스와 스릴을 실감나게 전해줄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반사회성 인격 장애를 겪고 있는 범죄자가, 자신의 욕정을 채우기 위해 특정대상인 장애를 가지고 있는 어린 소녀들을 납치하고 자신의 원하는 방향으로 사육해 가는 과정, 그리고 그의 흔적을 찾아 뒤를 추적하는 형사와, 한때 자신의 뜻하지 않은 실수로 인해 사랑하는 여동생이 유괴를 당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했던 한 남자의 아픈 과거의 추억이 맞물리면서,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광기와 공포를 심층적으로 담아내고 있어, 전형적인 심리 스릴러를 추구한 작품으로 여겨진다. 특히 눈먼 장애를 가진 소녀가 누군가에게 납치되어 위험에 빠져 있으면서도 살아남아야겠다는 생존 본능의 의지와, 과거의 일로 정신적 트라우마를 지닌 한 남자가 겪게 되는 심리적 갈등의 부분, 또한 같은 사건을 두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사건이 전개되면 될수록 책 속으로 빠지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어서,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주목해 볼만 하다.

작품의 일부 내용을 살펴보면, 태어나서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를 지니고 있는 여동생 지니를 돌봐야 하는 막스는, 자녀의 양육에 관심 없는 부모를 대신해 최선을 다하지만, 잠깐의 실수로 동생을 홀로 남겨두고 친구들과 지내고 있는 사이 누군가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막스는 이 엄청난 일로 인해 부모로부터 원망과 함께 죄책감을 느끼고 집을 뛰쳐나와 자신의 동생을 앗아간 복수심을 키우며 권투선수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흐른 뒤, 지나가 유괴되었던 사건과 유사한 범죄가 경찰에 신고 된다. 이 사건의 피해자인 사라는 시각 장애를 앓고 있는 이유로 장애 아동 보호 기관에서 지내다가 어느 날 낮선 남자로부터 유괴되었던 것인데, 사건을 맡게 된 강력반 여형사 프란치스카의 치밀한 조사 끝에, 이 사건이 막스의 여동생 유괴 사건과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한편 자신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막스는 경찰에 협조하는 것과 별개로 스스로 범죄자의 추적에 나선다. 그들은 과연 아무런 사고 없이 유괴되었던 사라을 구해내고 범죄자를 잡을 수 있을 것인가.

이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무엇보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암울한 분위기를 시작으로 작품 내내 독자들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과, 사건을 통해 억지가 아닌 자연스러우면서도 섬뜩한 서스펜스가 돋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사건과 연관하여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저마다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불완전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냄으로서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 볼만 하다. 하지만 중간 중간 이야기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고, 증폭되어 있던 긴장감을 떨어트리는 다소 어색한 인물들 간의 애매모호한 설정은 독자의 입장에서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게다가 장르 소설에서 흔히 등장하는 반전의 요소가 너무 약해서, 이를 기대했던 독자들에게는 다소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새삼 다시 느끼게 되었던 것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반사회성 인격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경각심이다. 이들에 의한 범죄가 두렵고 무서운 것은 이들은 사회적 규범이 없는 사람들로서 타인의 권리를 무시하고 침범해, 다른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않는 매우 폭력적이고, 비열한 모습을 보인다는데 있다. 최근 장애 학교 학생에 대한 성폭력 사건의 그 실체가 드러나면서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듯하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점점 사라져 가는 오늘날, 이 작품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시하고 있지 않나 싶다. 인간의 비뚤어진 사악한 본능과 맞서는 소녀의 생존 본능이 선사하는 섬뜩한 서스펜스가 흥미롭게 펼쳐지는 이 작품에 독자들의 관심을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제학혁명]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경제학 혁명 - 신화의 경제학에서 인간의 경제학으로
데이비드 오렐 지음, 김원기 옮김, 우석훈 해제 / 행성B(행성비)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냉랭하게 휩쓸고 지나간 것이 불과 얼마 되지 않아, 요즘 그것보다는 한층 강도가 세어진 새로운 위기가 다가오는 것이 아니냐 하는 불안 섞인 예측들이 난무하고 있는듯하다. 그런데 이를 가볍게 넘겨버릴 수만은 없는 것은, 현재 유로존에서 벌어지고 있는 디폴트 위기가 그리스와 포르투갈, 아일랜드로 한정되어 있다가,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중심국들로 번지는 과정에 있고, 특히 9월에 유로존 3위 경제대국 이탈리아의 국채 상환이 집중되어 있어, 이에 적절한 대응방안을 강구하지 못한다면 유로존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어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그동안 경제와 관련하여 많은 새로운 대책들이 등장했고, 경제 안정화를 위해 월가를 중심으로 최첨단 분석 기법에 의한 여러 방안들이 논의되어 왔다. 하지만 이를 해결할 뾰족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총체적 난관에 빠져 있는듯하다. 그렇다면 오늘날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는 경제의 문제의 원인을 해결할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신고전주의 경제학자들은 경제의 그 흐름에 있어 일시적인 변화는 있을 수 있으나, 종국에는 안정적인 방향으로 전환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벌어진 경제 상황을 돌이켜보면, 그들의 주장과는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 책에서 경제학자들이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하는 이유를, 그들이 지금까지 그토록 중요시하고 철칙으로 여겨 왔던 경제이론의 기초가 되는 대부분의 근본적인 가정들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주류 경제이론이 범하고 있는 오류의 원인이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어 진 것인지를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그 오류를 밝혀내고, 그것이 우리에 생활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다시 말해 그는 경제와 관련하여 그동안 우리의 생각을 지배해오며 그래서 이제는 고착화 되어버린 경제이론의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 오늘의 경제 현안이 비추어 이를 바라보는데 있어 새로운 접근방법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는듯해 보인다.

그는 책에서 많은 경제학자들이 언급해왔던 내용대로라면, 오늘날과 같은 기이한 경제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를 반문하면서, 현실의 경제는 그들의 주장해왔던 것과는 달리 불공정하고, 불안정하며,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그러한 예측 불가능한 모든 변화의 상황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러한 토대에서 합리적인 대안과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이후 시카고학파가 주장했던 효율적 시장 가설의 이론이, 최근 금융위기와 맞물리면서 심각한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점을 볼 때,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이야기는 상당한 설득력 있게 들린다. 책 속에서 저자는 경제는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 경제적 위험은 통계를 이용해 쉽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 경제는 안정적이며,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며, 중립적이라는 것 등, 경제학이 저지른 오류를 크게 10가지로 구분해 설명하고 있는데, 이러한 잘못된 가정들은 이제 버려져야 하며 경제를 바라보는데 있어 새로운 관점에서의 경제학 혁명이 대두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학이 본격적으로 연구되면서 많은 학자들에 여러 이론들이 등장했지만, 경제의 불균형과 불확실성을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자의 말대로 이제는 기존의 경제 이론을 답습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서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물론 주류 경제학이 다루는 많은 부분들이 현실에 부합하는 것이 사실이긴 하다. 그러나 그것의 일부가 불공정하며 비합리적으로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한다면 이를 마냥 신뢰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경제행위의 목적이 인간의 욕망 충족에 있는 것이고, 경제학은 그러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경제를 둘러싸고 불거지고 있는 논란을 생각하면, 지금까지의 경제학은 그 유용성의 한계에 다다랐는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주류 경제학이 주장하는 관념들을 배제하고, 환경의 오염이나 행복지수, 생태계를 경제 체계 안에 포함시키는 것과 같은 새로운 접근법으로 경제학의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주장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이 있었으면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아캄페시나 - 세계화에 맞서는 소농의 힘
아네트 아우렐리 데스마레이즈 지음, 엄은희 옮김 / 한티재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의 주요 먹거리가 되는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은,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논리에 의해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져 가면서 점차 몰락의 길을 걸어왔다. 그 결과로 농업에 종사하던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들었고, 농촌에는 사람이 없어 농사를 짓기에도 급급한 암울한 현실을 맞고 있는 실정이다. 사람이 먹지 않고 살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 중 누군가는 식량을 생산해야만 한다. 하지만 오늘 우리 농민의 삶은 그리 밝지 못하다. 그동안 농업은 비교우위론과 같은 경제 이론에 의거해 다국적 기업들에 의해 독점화되었고, 애초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소작농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겨왔으며,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그렇게 농업의 기반을 휩쓸어 간 대국적 대기업들이 이윤을 목적으로 한 횡포로 인해 실제 세계의 식량 수급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개발한 화학 비료와 유전자 조작 유기체를 사용으로 인해 농업의 생물학적 다양성은 파괴되었고, 더불어 수출과 산업을 위해 오로지 상품 작물만을 재배하는 대농장의 형태로 변모하면서, 상대적으로 오늘날 수백만의 농민들이 가난과 굶주림을 면치 못하는 하급 노동자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아직도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암울한 현실의 여건 하에서도 전 세계의 많은 농민들은 불평등과 빈곤을 양산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맞서, 색다른 투쟁방안을 모색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국제농민운동조직인 ‘비아캄페시나’의 결성이다.

이 책은 국제적인 농민운동조직인 비아캄페시나가 국제무대에 어떻게 등장하였고 무엇을 실천해왔는가를 보여주면서, 세계화에 따른 식량체계와 사회운동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소농투쟁을 세계화하고 희망을 세계화하자는 기치를 내건 국제농민운동조직인 비아 캄페시나는 세계 각국의 중소규모 생산자, 농업노동자, 농촌여성, 원주민공동체 조직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유럽, 동남․동아시아, 남부아시아, 북미, 중미, 남미의 총 7개 지역에 지역사무국을 두고, 토지개혁, 식량주권과 무역, 인권, 생명다양성과 대안적 농업 모델과 같은 의제들을 채택하여 국제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 운동과 관련하여 우리가 중요시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현재 세계 농산물 시장의 90%는 10여개의 다국적 기업에 의해, 종자나 생명공학 분야, 농약 및 비료 등을 생산하는 농화학 분야, 식품 가공 및 유통분야 등 농업 및 식량과 관련된 모든 분야들이 철저하게 통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인식하는 일반인들은 드물다는 점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문제는 그리 간단하게 넘길 사안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지금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농산물의 가치는 이전보다 2배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거대한 다국적 기업의 횡포에 의해 정작 식량을 생산하는 농민들의 삶은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빚에 쪼들리는 어려움 겪고 있다. 또한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동유럽, 등 식량을 자급했던 인구 과밀 국가들이 오히려 식량 수입국으로 전락하는 기이한 현상까지도 벌어지고 상황이다. 결국 다국적 기업이 힘이 강화되면 될수록 소농들은 보호 받고 권장되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의 현실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따라서 저자는 비아캄페시나의 운동의 중요성을 이 책을 통해 강조하면서, 이 운동을 기반으로 우리 농촌의 환경을 개선하고 농민 문화와 농업경제를 존중하는 대안적인 농민 모델을 구축하는데, 시민사회의 참여와 관심을 촉구하고자 했다.

세계 곳곳에서는 아직도 농업과 관련하여 토지를 둘러싼 심각한 문제들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대부분의 토지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집중되어 이윤 추구를 위한 노동착취와 더불어 소농들을 더욱 빈곤한 상황으로 내몰아가고 있다. 이에 대해 비아캄페시나는 농민들만을 위한 배타적 이익이 아닌, 토지개혁을 통해 농산물에 대한 생산수단과 무역에 관한 통제권의 민주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해가기 위해 농민들 간의 연대를 강화 하고 교류를 통해 나름대로의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생각해보면 오늘의 농업현실은 토지를 경작하는 소농들의 문제이기 이전에, 식량주권과 맞물린 우리의 식생활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 소농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따로 떼어내어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사항으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며, 특히 우리의 먹거리가 지금처럼 일부 다국적 기업에 의해 임의대로 좌지우지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 두어서는 안 될 일이다. 한때 세계 최대 식량 생산국이었던 아르헨티나는 신자유주의 논리에 의해 장기적인 경제침체를 경험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중산층 붕괴와 사회 양극화를 초래 하며 빈곤과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권력을 등에 업고 자본의 힘을 앞세운 신자유주의적 경제 세계화에 대항하여 새로운 세상을 열어 가려는 비아캄페시나의 분투적인 노력에 대해, 이제는 일반 민중들의 적극적인 격려와 지지가 있어야 할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