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캄페시나 - 세계화에 맞서는 소농의 힘
아네트 아우렐리 데스마레이즈 지음, 엄은희 옮김 / 한티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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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요 먹거리가 되는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은,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논리에 의해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져 가면서 점차 몰락의 길을 걸어왔다. 그 결과로 농업에 종사하던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들었고, 농촌에는 사람이 없어 농사를 짓기에도 급급한 암울한 현실을 맞고 있는 실정이다. 사람이 먹지 않고 살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 중 누군가는 식량을 생산해야만 한다. 하지만 오늘 우리 농민의 삶은 그리 밝지 못하다. 그동안 농업은 비교우위론과 같은 경제 이론에 의거해 다국적 기업들에 의해 독점화되었고, 애초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소작농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겨왔으며,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그렇게 농업의 기반을 휩쓸어 간 대국적 대기업들이 이윤을 목적으로 한 횡포로 인해 실제 세계의 식량 수급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개발한 화학 비료와 유전자 조작 유기체를 사용으로 인해 농업의 생물학적 다양성은 파괴되었고, 더불어 수출과 산업을 위해 오로지 상품 작물만을 재배하는 대농장의 형태로 변모하면서, 상대적으로 오늘날 수백만의 농민들이 가난과 굶주림을 면치 못하는 하급 노동자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아직도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암울한 현실의 여건 하에서도 전 세계의 많은 농민들은 불평등과 빈곤을 양산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맞서, 색다른 투쟁방안을 모색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국제농민운동조직인 ‘비아캄페시나’의 결성이다.

이 책은 국제적인 농민운동조직인 비아캄페시나가 국제무대에 어떻게 등장하였고 무엇을 실천해왔는가를 보여주면서, 세계화에 따른 식량체계와 사회운동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소농투쟁을 세계화하고 희망을 세계화하자는 기치를 내건 국제농민운동조직인 비아 캄페시나는 세계 각국의 중소규모 생산자, 농업노동자, 농촌여성, 원주민공동체 조직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유럽, 동남․동아시아, 남부아시아, 북미, 중미, 남미의 총 7개 지역에 지역사무국을 두고, 토지개혁, 식량주권과 무역, 인권, 생명다양성과 대안적 농업 모델과 같은 의제들을 채택하여 국제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 운동과 관련하여 우리가 중요시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현재 세계 농산물 시장의 90%는 10여개의 다국적 기업에 의해, 종자나 생명공학 분야, 농약 및 비료 등을 생산하는 농화학 분야, 식품 가공 및 유통분야 등 농업 및 식량과 관련된 모든 분야들이 철저하게 통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인식하는 일반인들은 드물다는 점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문제는 그리 간단하게 넘길 사안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지금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농산물의 가치는 이전보다 2배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거대한 다국적 기업의 횡포에 의해 정작 식량을 생산하는 농민들의 삶은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빚에 쪼들리는 어려움 겪고 있다. 또한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동유럽, 등 식량을 자급했던 인구 과밀 국가들이 오히려 식량 수입국으로 전락하는 기이한 현상까지도 벌어지고 상황이다. 결국 다국적 기업이 힘이 강화되면 될수록 소농들은 보호 받고 권장되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의 현실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따라서 저자는 비아캄페시나의 운동의 중요성을 이 책을 통해 강조하면서, 이 운동을 기반으로 우리 농촌의 환경을 개선하고 농민 문화와 농업경제를 존중하는 대안적인 농민 모델을 구축하는데, 시민사회의 참여와 관심을 촉구하고자 했다.

세계 곳곳에서는 아직도 농업과 관련하여 토지를 둘러싼 심각한 문제들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대부분의 토지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집중되어 이윤 추구를 위한 노동착취와 더불어 소농들을 더욱 빈곤한 상황으로 내몰아가고 있다. 이에 대해 비아캄페시나는 농민들만을 위한 배타적 이익이 아닌, 토지개혁을 통해 농산물에 대한 생산수단과 무역에 관한 통제권의 민주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해가기 위해 농민들 간의 연대를 강화 하고 교류를 통해 나름대로의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생각해보면 오늘의 농업현실은 토지를 경작하는 소농들의 문제이기 이전에, 식량주권과 맞물린 우리의 식생활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 소농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따로 떼어내어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사항으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며, 특히 우리의 먹거리가 지금처럼 일부 다국적 기업에 의해 임의대로 좌지우지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 두어서는 안 될 일이다. 한때 세계 최대 식량 생산국이었던 아르헨티나는 신자유주의 논리에 의해 장기적인 경제침체를 경험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중산층 붕괴와 사회 양극화를 초래 하며 빈곤과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권력을 등에 업고 자본의 힘을 앞세운 신자유주의적 경제 세계화에 대항하여 새로운 세상을 열어 가려는 비아캄페시나의 분투적인 노력에 대해, 이제는 일반 민중들의 적극적인 격려와 지지가 있어야 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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