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의 역사 - 왜 상식은 포퓰리즘을 낳았는가?
소피아 로젠펠드 지음, 정명진 옮김 / 부글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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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상식이라고 말하는 것들은, 대개 어떤 사실이나 가치에 대해 사회구성원들로 하여금 보편타당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동서양에 구분하지 않고 동일하게 적용한다 해도 아마 무리는 없을 것이다. 만약에 보편적이지 않은 극단적인 내용의 것을 가지고 상식이라고 주장한다면, 아마도 일반적인 가치관을 부정하는 곤란한 상황에 우리가 직면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의 일면을 보면 상식에 어긋난 억지에 가까운 많은 일이 벌어지면서, 이를 두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대중들의 열망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고,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인터넷 확장에 따른 미디어의 보급으로 정보의 대중화에 힘입어, 정치권에서는 포퓰리즘, 즉 대중들의 의견을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정치에 반영한다는 하나의 전략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형태가 각종 정책 마련에 현실성이나 가치판단, 옳고 그름 등 본래의 목적을 외면하고, 일반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하여 이를 호도하여 지지도를 이끌어내어 권력을 쟁취하려는데 그 중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상식이 아닌 것이 상식으로 왜곡된다거나 혹은 상식을 위장한 편견에 불과한 것이라면 이는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상식이라는 개념의 흐름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면서, 상식이 시대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어떻게 정의되고 이용됐는지,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의 변화된 내용을 통해 독자들이 상식의 본질과 그 의미를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책 저자에 의하면 상식은 매우 오래된 용어이며, 그 기원을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론’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인간은 태어나면서 5가지 기본적인 감각을 지니게 되는데, 이 감각들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에는 공통감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통감각의 이해는 중세를 거쳐 근대 초기에 이르기까지 여러 학문 분야와 맞물리면서 다양하게 논의되기 시작했고, 이것은 다시 철학의 사상으로 이어져 오면서 오늘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상식으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근대 초기 유럽에서 상식을 거론하는 것은 보통사람들의 평범한 지혜에 호소하는 지름길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 상식은 너무 자명한 진리 혹은 특별한 지식이 없이도 누구나 파악할 수 있는 통념을 의미하게 되었으며, 정치영역으로까지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인들이 평범한 지식이라고 말했던 상식에 대한 개념이, 근대로 넘어오면서 정치적인 포퓰리즘으로 변화할 수 있었던 그 이면에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었는데, 그 하나는 도시들의 성장이었다. 이들 도시의 특징은 주로 상권과 연결된 런던과 파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상들이 형성될 수 있는 공간들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당시 다양한 종교와 사상이 혼재했던 도시들 안에 새로운 사회적 세력들, 즉 소설과 연극, 그리고 신문기사, 철학적 논문, 강의 등을 통해 자신을 진리의 대변자라고 자처했던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높은 사회적 지위 또는 지적 영향력을 누리던 일부 특권층에게 도전하면서 정치판으로 적극 참여를 도모했던 것이다. 일례로 17세기 영국은 명예혁명을 거치면서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어느 정도 정착시켰고, 이때 이질적인 사회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한 목적으로 떠올린 것이 바로 상식이었음을 들 수 있겠다. 그리고 상식은 18세기 초부터 이미 역사와 법, 관습, 신앙, 논리, 이성 등 기존의 권위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는 인식적 권위로 평가받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20세기 무렵에는 민족주의와 연결되면서 많은 정치인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왔다. 물론 다다이즘을 통한 상식의 권위를 포함한 모든 권위의 구조를 해체하려 노력이 없진 않았으나 그 힘은 미미했고, 이후 파시즘과 공산주의에 맞서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면서, 오히려 새로운 상식의 정치이론이 민주정치의 버팀목으로 탄생했음을 볼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상식은 보편적이고 영원하며 그 누구의 공격대상이 되지도 않고, 이데올로기에도 초연하며 모든 사람의 경험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어서, 오늘날 정치인들과 광고업자들은 이를 이용하여 원하는 바를 얻으려고 하는 것이며, 또한 상식은 도시에 집중해 있으면서 언론과 같은 인쇄매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엘리트들에 의해 정의되고 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 계급 간 유대 또는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 못지않게 새로운 형태의 배제를 만들어 낸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를테면 어떤 사항을 두고 논쟁이나 새로운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봉합하기 위해 상식에 호소하게 되는 경우, 이를 종식하기보다는,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이 책의 말미에서 민주주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통가치의 촉진이 필요하고, 동시에 정치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식이라 불리는 무언가가 있다는 인식이 분명히 있어야 하겠지만, 반면에 비공식적인 시스템과 정치권위로서 언제나 민주주의 이상들을 훼손시키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가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상식이 자주 동원되고 있는 오늘날의 정치지형에서 우리로서는, 프랑스의 대표적 사회주의 이론가 피에르 부르디가 ‘상식은 우리가 모두 서로 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 한편으로 우리가 들을 수 있는 말과 들을 수 있는 사람을 제한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던 내용에 그 진정한 의미를 깊이 상기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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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 팔레스타인
홍미정.서정환 지음 / 시대의창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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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외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뉴욕에서 개막되는 제66차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이 독립국 승인 결의안을 제출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팔레스타인 독립국 승인 표결 문제에 대해 과연 어떤 결론이 날지를 두고 지금 세계는 그 이목에 집중하고 있는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에 팔레스타인이 유엔에서 승인을 얻어 그동안 국가가 아닌 조직이라는 형태에서, 국가 자격으로 유엔에 참여하게 된다면 그들의 지위와 권리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온다는 데 있기 때문이며, 그런 이유로 팔레스타인이 오랜 기간에 걸쳐 자신들의 터전을 강제로 빼앗고 수많은 자국의 국민을 핍박해왔던 이스라엘에 대해, 국제법 위반 행위로 국제 형사 재판소에 제소하게 되는 경우, 그 결과를 놓고 앞으로 국제 정세에 대한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동안 이스라엘과 친밀한 외교관계에 놓여 있었던 유엔의 상임 이사국인 미국과 몇몇 서방국가들은, 이전에 그래 왔던 것처럼 팔레스타인이 현재 겪고 있는 현안의 문제를 외면하고 언제나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주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것은 아랍의 봄으로 요즘 이집트를 비롯한 민주화를 갈망하는 중동국가들의 움직임이 예전과 달리 심상치 않은데다가, 러시아와 중국을 포함한 전체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이 팔레스타인 독립국 인정을 지지하고 있는 마당에, 만약 이를 무시하고 이전처럼 대충 얼버무리거나 혹은 일방적인 방향으로 강행 처리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자국 내의 금융위기로 갈 길이 바쁜 미국의 처지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곤란한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기에 그렇다. 그런데 지난 60여 년 동안 유엔의 결정과 양측 지도자들과의 수차례 협상에도, 아직 이 분쟁의 원활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이 책은 2차 대전 이후 강대국에 의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로부터 자신들의 땅을 강탈당한 역사적인 과정과 또한 그 과정에서 고통스럽고 힘든 삶을 살아야 했던 사실들을, 르포의 형식으로 담아 독자들에게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더 이상의 갈등과 폭력이 없는 평화로운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모색해보고자 했다. 더불어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한때 일본의 제국주의적인 침략에 의해 조국을 잃고 암울한 시간을 보내야 했던 우리의 과거 치욕적인 역사를 상기시켜 보면서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엄연한 사실에 근거한 그들의 슬픈 현실을 외면하기보다, 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다보는 하나의 계기로 삼고자 했다. 또한, 독자의 입장에서 오늘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문제가, 단순히 그들만의 문제는 아니며 또한, 우리가 직면해 있는 남북 분단이라는 현실 문제와 연관하여 깊이 생각해보았으면 싶은 생각이다.

유엔에서 논의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분쟁 원인의 시작은, 이스라엘이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무렵 영국과 협상을 시도하여 전쟁에 지원해 주는 조건으로, 종전 후 옛 유대 땅에 이스라엘 건국을 약속받아내었으며, 이후 영국이 전후에 중동지역을 위임통치하게 되면서 이스라엘에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되었다가, 마침내 1947년 유엔총회에서 독립아랍국가와 유대인국가의 분할을 결정으로, 이스라엘이 국가 수립을 선포하고 세계각지에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을 팔레스타인 땅에 강제 이주를 감행하게 되면서부터다. 그러나 범 아랍주의를 주창했던 아랍인들의 입장에서는 유엔의 이러한 일방적인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팔레스타인 지역을 둘러싼 아랍 측과 이스라엘 양측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4차례의 전쟁을 벌여왔다. 그리고 이후 여러 차례의 협정과 유엔에서의 최종결의안이 통과되었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슬람교, 기독교 유대교의 성지로 알려 있는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성지 회복이라는 종교 신자들 간의 갈등과 반목은 계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 의회가 구약 신화에 따른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공표함으로써, 이를 정치적인 문제로 끌어들였고, 마침내는 유엔이 정한 결의안을 무시한 채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해갔다는 것이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스라엘은 자국의 국민 보호라는 명목 아래, 팔레스타인 전 지역에 분리 장벽을 세우고, 팔레스타인인들을 정치 경제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면서 압박의 정도를 더욱 강하게 죄어가고 있음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엔과 국제 사회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잔혹한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이를 도외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에 의해 거의 모든 권리를 박탈당한 채 통제된 지역에서 점차 자신들의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또한, 그동안 수차례의 전쟁을 통해 난민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국외 원조 없이는 단 며칠간도 버티기 어려운 나날을 보내야 하는 암울한 현실에 살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이집트혁명에 영향을 받아, 오래전부터 분열되어 이전투구를 벌였던 팔레스타인 정부 내의 파타당과 하마스가 다시 하나로 뭉치면서, 그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이 서서히 힘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다. 팔레스타인 분쟁의 그 모든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문제의 핵심은 미국 등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한 희생물에 불과하지 않나 싶다. 저자는 이 책에서 결론으로 많은 국외 언론들과 전문가들이 그동안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이스라엘의 생존권의 문제에서만 보아왔을 뿐, 이들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취한 수십 년간에 걸친 야만적이고 폭압적인 행태에는 문제로 삼지 않는 편협한 시각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더불어 미국이 야심을 가지고 진행해왔던 허구적인 중동 구상은 이제 폐기되어야 할 때라는 것이다. 2011년 2월에 30년 동안 독재정권을 이루며 친미적이었던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이 마침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이를 기점으로 중동지역에 새로운 변화의 조짐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은 러시아를 포함한 국제 사회에 자신들의 문제에 관심을 둘 것을 간곡하게 호소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와 달리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이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는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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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이후의 세계 -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낼 인터넷의 미래
제프리 스티벨 지음, 이영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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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님으로서, 자연환경의 위협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고, 또한 이를 통한 과학문명의 발달에 힘입어 생활의 편리와 풍요로운 삶은 물론이고, 그러한 과정에서 사고의 영역을 확대하는 하나의 계기로 삼아왔다. 그리고 근래에 이르러서는 개인 컴퓨터 보급에 의한 인터넷을 만들어 내면서, 우리의 생활을 보다 획기적인 방향으로 바꾸는 새로운 전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인터넷은 1969년 미 국방성에서 계획한 '아르파넷(ARPANet)'이라는 군사적인 목적의 네트워크에서 시작하여, 1990년 초에 이르러 기업과 개인에게로 상용화 되면서, 이후 사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인터넷 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부문에 걸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인터넷은 네트워크화를 통해 물리적인 세계와는 달리, 시간과 거리와 공간의 개념을 없애면서 누구라도 원하기만 한다면, 자유롭게 정보에 대한 접근이나 전자상거래 등 e비즈니스를 가능하게 만들었으며, 상호작용적 기능을 수반하여 자연스럽게 세계화를 이루면서 이제는 다양한 형태로의 발전을 모색하고 있는듯하다. 물론 이런 인터넷의 거대화에 따른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긴 했었다. 이더넷을 발명하고 스리콤을 설립한 밥 메트칼프(Bob Metcalfe)는, 많은 사이트의 등장으로 비대해진 인터넷 네트워크에 대해 몇 가지 이유를 들어 마침내 비극적인 붕괴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러한 우려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인터넷은 더 강해졌고 더 널리 퍼지는 결과를 가져 왔다. 그렇다면 향후 인터넷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되어 갈 것 인가.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의 신체 중에서 뇌가 생각하는 기계와 같다고 보면, 앞으로의 인터넷도 우리의 뇌와 비슷한 형태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의 뇌는 1천억 개의 신경세포와 약 3천억 개의 교질세포로 이루어져있으며, 이들은 100개조에 달하는 시냅스로 병렬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동시에 여러 대규모의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그런데 저자의 말에 의하면 컴퓨터에도 우리의 뇌와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일례로 컴퓨터의 메모리에 든 반도체가 작동하는 방식이 뇌의 뉴런과 비슷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섬유가 뇌의 시냅스 및 축색돌기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둘 다 거대한 정보 저장소이자 검색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물론 현재의 컴퓨터가 인간의 뇌에 견줄 만큼의 복잡성과 정교함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간의 뇌도 600년 전까지만 해도 유인원의 뇌와 별다를 것이 없었으며, 이후 꾸준한 진화를 거쳐 지금처럼 추론하는 능력이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능력 등의 상당한 발전을 가져온 것처럼, 우리의 인터넷도 앞으로 20년 후 쯤에는 인간의 뇌와 견줄 만큼의 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는 사이버 공간이 생물이 성장하는 것처럼 자라나는 것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독자의 입장에서 그가 말하고 있는 주장을 생각해보면, 한편으로 조금은 황당하게 생각될지도 모르겠으나, 라이트 형제가 처음 비행을 했을 때, 오늘날의 비행 발전을 기대하지 않았던 것처럼, 같은 맥락에서 앞으로의 인터넷이 과연 우리의 뇌와 근접한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그의 주장은 단순하게 넘겨버릴 것만은 아닌듯하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많은 과학자와 기술자들은, 컴퓨터가 인간에 뇌의 기능과 비슷하다는 점이 많다는 것에 주목하고 이를 접목시킨 차세대 컴퓨터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저자는 현재의 진행되고 있는 이와 같은 여러 사례를 들어 앞으로 인터넷의 지능은 지구상의 그 어떤 것보다도 더 빨리 발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면서 인터넷 자체가 인간처럼 어떤 의식을 가질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에서 의식이 태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부인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아마도 우리는 조만간 웹에서 다양한 의식이 탄생하는 것을 목격하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터넷의 어떤 시스템은 인간처럼 가장 똑똑한 동물만이 가지고 있다는 여겨온 의식 수준에 도달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과 관련하여 우리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러한 현재의 다양한 연구에 의한 인터넷의 진화가 인간에게 언제나 이로운 방향으로만 흐를 것인지 하는 점이다. 따라서 인터넷의 발전 과정에서 혹여 모를 문제점을 철저하게 체크해보면서, 순기능이 아닌 역기능적인 부분이 가급적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나름대로의 노력들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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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시장 - 부자나라들과 투자집단의 은밀한 세계 장악을 폭로한 충격 보고서
에릭 J. 와이너 지음, 김정수 옮김, 곽수종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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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드러난 것 보다 때로는 드러나지 않은 것이 더 무서운 때가 있는 법이다. 왜냐하면 드러나지 않은 것이 향후 어떤 파급을 불러올지 예측할 수도 없고, 설사 그에 따른 대비책을 세웠다 할지라도, 그 핵심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가늠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2008년 미국에서 불거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상당한 충격을 받은 국제 경제의 상흔이 채 아물기도 전에,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과 그리스를 시작으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유럽의 재정위기는 세계 경제를 또 다시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듯하다. 한편 미국의 월스트리트가에서는 거대자본의 막강한 권력에 강한 거부감을 갖게 된 일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에 적극 가담하기 시작 했고, 이제는 미국 전역을 넘어 전 세계로까지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와 같은 세계경제의 위기의 근본적 문제점은 무엇이며, 경제와 관련한 여러 전문가들은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에 대해 독자의 입장에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 동안 행해졌던 국제 자본의 흐름을 예의 주시하면서, 여러 사례를 통해 세계 경제의 구조적인 변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어, 독자들이 잘 모르고 있었던 모종의 세력들이 펼치는 은밀한 금융 거래와, 자본에 의한 국제 정치권력의 내막을 상세히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 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말하기를, 오늘의 이런 심각한 경제 위기의 이면에는 거대한 자본을 손에 쥔 그림자 시장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동안 세계 경제 주도해왔던 미국을 위시한 서구 유럽의 세력이 점차 약화 되고, 이제는 그 자본의 힘이 동쪽으로 서서히 이동해가고 있다고 말한다. 어느 누구에 의해 딱히 주도된다고도 볼 수 없고 그 실체도 명확치 않아, 그림자 시장이라고 일컬어지는 이 거대한 자본 세력들은, 서로 정치와 사회적인 어떤 연관을 맺지 않으면서도 엄청난 자본의 앞세워 투자를 통한 이익은 물론이고 국제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비록 결속력은 약하지만 규제가 제법 자유로운 경로를 통해 주도면밀하게 행동함으로서 국제 금융의 흐름에 직간접으로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책의 내용을 통해 분석한 내용들을 살펴보면, 먼저 지금 세계 경제를 주도 하는 세력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G7 국가들이 아니며, 수년 동안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고성장을 유지해 온 중국과 석유를 통해 수익을 올려왔던 중동의 산유국, 그리고 싱가포르, 노르웨이 같은 슈퍼리치 국가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헤지펀드와 비공개 투자펀드, 국부펀드처럼 대체로 규제받지 않는 투자 수단을 통해 금융 상품을 보유하며 세계 권력의 중심부로 접근해가고 있는 점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근거로 저자는 지난 몇 년에 걸쳐 중국이 블랙스톤 그룹과 영국의 사모펀드 회사에 수십억을 투자했으며, 그리고 이와 비슷한 규모로 투자를 해왔던 아랍에미레트와 쿠웨이트 그리고 싱가포르의 경우를 들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최대 채권자이자 세계 경제 2대 강국으로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이를 국제 정치에 이용해왔으며, 중동의 산유국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일례로 영국에 재정적 영향력을 행사한 리비아가 유죄로 판결 받은 테러리스트들을 석방시켰다는 점은, 이들이 가진 자본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히 짐작케 한다. 또한 북유럽의 대표적인 복지국가 노르웨이는 유전개발로 벌어들인 자본력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여, 이웃나라 아이슬란드의 경제 몰락을 부추기는 원인을 제공함으로서, 겉으로는 윤리적인 투자를 말하고 있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꼭 그렇지 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제와 관련한 많은 전문가들은, 한때 세계 자본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제공해왔던 미국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재정정책의 실패와 소비 패턴의 문제로, 이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지게 됨에 따라, 미국의 경제 패권 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런 예측들을 내놓고 있으며, 저자는 그러한 과정에 그림자 시장이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이 책에서 시사한다. 그러나 독자의 입장에서 그림자시장이 미국을 비롯한 서구 여러 나라에 적대적이며, 자본을 이용해 정치적인 목적을 추구하려 한다는 이야기에 그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만, 국내 일부 대기업들이 벌이는 투자의 일면만을 보고 한국을 경계해야할 부자나라 라고 단정하고 있는 것과, 그리고 현재 미국이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해도,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국제 금융 영향력을 상당부분 도외시 해버리는 등이 일부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든다. 어떻든 저자가 이 책에서 밝힌 여러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그림자 시장의 새로운 등장으로 세계 경제의 구도는 어떤 방식으로든지 개편은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림자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어질지에 대해서 아무도 알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우리가 직시해야 할 것은 이러한 세력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지금과 같은 국제 경제 위기의 시기를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만들어 보려는 나름대로의 노력들이 있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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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호형사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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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을 대표하는 SF소설가로 꼽히는 쓰쓰이 야스타카의 첫 번째 미스터리 소설이 되는 이 작품은, 다소 독특한 설정과 상큼한 유머, 그리고 논리 정연한 추리를 바탕으로 발간되자마자 자국 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으면서, 2005년 아사히 TV에서 드라마로 제작되는 등의 독자들로부터 상당한 호평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그의 많은 작품들은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과학소설이 대부분인데다가, 미스터리 추리물과 관련한 소설은 고작 3편에 불과해, 이 작품은 독자의 입장에서 그의 또 다른 면모를 감상하는데 좋은 계기가 될듯하다. 그를 좋아 하는 국내외의 많은 독자들이나, 그의 작품에 대한 일본 평단에서의 이야기에서 보듯, 쓰쓰이 작가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작품 속에 우리의 정치 사회와 관련한 불합리한 부분을 예리하게 꼬집어내어, 이를 비판하는 식의 은근한 블랙유머들을 볼 수 있고, 또한 어떤 규격화된 틀을 고집하지 않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실험정신이 강한 파격적인 부분들을 작품 속에 녹여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 작품에도 작가 특유의 개성을 엿볼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이 있어, 독자들에게는 색다른 묘미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간베 다이스케 형사라는 중심으로 모두 4편의 다양한 사건이 다루어져 있다. 특이할만한 것은 다름 아닌 작품 속 주인공이 되는 간베 형사인데, 그는 경찰서에서 일개 말단형사에 불과하지만, 그의 집안배경을 보면 재벌의 외동아들로 평상시 고가의 캐딜락을 출근하는 한편, 한 개에 수 만원이 넘는 시가를 즐길 정도로 돈에 구애받지 않는 넉넉한 생활의 소유자다. 하지만 그런 부유한 환경에서도 그는 자신의 부에 따른 과시를 하기보다는 순수하고 정직하면서도 여린 심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가 맡은 첫 번째 사건은 범죄 사건이 일어난 지 7년이 지나면서 이제 만기 시효일이 얼마 남지 않은 5억 엔의 현금 강탈 사건이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경찰 본부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을 내놓지만, 간베 형사는 상상을 초월한 자기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범인을 잡는데 일조한다. 두 번째 사건은 범인지 누구인지 모를 모호한 밀실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인데, 그는 이 사건을 풀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 모험정신으로 범인이 숨겨놓은 트릭을 간파해낸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기발한 발상으로 범인을 잡는데 최선을 다하는 간베 형사의 세 번째 사건은, 돈을 목적으로 어린이를 납치하는 유괴 사건인데, 여기서는 작가 특유의 실험정신이 드러나 보이면서도 흥미 있는 트릭과 함께 플롯 전개가 볼만하다. 끝으로 등장하는 사건은 이전에 그가 맡은 사건과는 조금 다른 일본의 폭력조직으로 일컬어지는 야쿠자들과 벌이게 되는 황당한 해프닝을 다루고 있다. 수백 명으로 이루어진 두 계파 간의 야쿠자 조직이, 어느 군소 도시에서 회합을 가진다는 정보를 입수한 경찰은, 회합 도중에 예기치 못한 폭력이 발생할 것을 대비하여 어떤 대책을 세울 것인가를 두고 골몰하게 되는데, 간베 형사는 기발한 생각으로 이들 모두를 숙소 한곳에 묶게 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별다른 문제없이 이들의 회합이 끝나갈 것 같던 상황에서 의외한 살인 사건이 발생된다. 당시 사건 현장에 있던 야쿠자 조직원들은 모두들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 하는 가운데, 간베 형사는 유력한 용의자를 지목해 동료 형사들을 놀라게 한다.

이 작품은 백만장자 형사를 중심으로 내세워 사건을 해결해 간다는, 독자들이 생각하기에 애초 그 설정에 있어 독특함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작품 안에 여러 가지 형태의 각기 다른 사건들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과, 사건 해결에 있어 논리적인 추리의 과정도 의외로 볼만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하나의 사건을 두고 치밀한 구성에 의한 전개과정이라든지, 놀라운 반전과 긴장감이 펼쳐지는 식의 장편 추리물과는 거리가 있어서, 이를 기대한 독자들에게는 충분한 만족을 주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보이지 않나 싶다. 하지만 이 작품이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혀지는 것은, 기존의 추리물에서는 볼 수없는 파격적인 캐릭터의 설정에서 시작되는 코믹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고, 더불어 자극적인 부분이 가급적 배제되어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따라서 약간은 어눌하면서도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간베 형사가 사건 해결을 위해 맹활약이 펼쳐지는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추리물로서의 색다른 재미와 신선함을 느껴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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