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호형사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일본을 대표하는 SF소설가로 꼽히는 쓰쓰이 야스타카의 첫 번째 미스터리 소설이 되는 이 작품은, 다소 독특한 설정과 상큼한 유머, 그리고 논리 정연한 추리를 바탕으로 발간되자마자 자국 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으면서, 2005년 아사히 TV에서 드라마로 제작되는 등의 독자들로부터 상당한 호평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그의 많은 작품들은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과학소설이 대부분인데다가, 미스터리 추리물과 관련한 소설은 고작 3편에 불과해, 이 작품은 독자의 입장에서 그의 또 다른 면모를 감상하는데 좋은 계기가 될듯하다. 그를 좋아 하는 국내외의 많은 독자들이나, 그의 작품에 대한 일본 평단에서의 이야기에서 보듯, 쓰쓰이 작가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작품 속에 우리의 정치 사회와 관련한 불합리한 부분을 예리하게 꼬집어내어, 이를 비판하는 식의 은근한 블랙유머들을 볼 수 있고, 또한 어떤 규격화된 틀을 고집하지 않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실험정신이 강한 파격적인 부분들을 작품 속에 녹여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 작품에도 작가 특유의 개성을 엿볼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이 있어, 독자들에게는 색다른 묘미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간베 다이스케 형사라는 중심으로 모두 4편의 다양한 사건이 다루어져 있다. 특이할만한 것은 다름 아닌 작품 속 주인공이 되는 간베 형사인데, 그는 경찰서에서 일개 말단형사에 불과하지만, 그의 집안배경을 보면 재벌의 외동아들로 평상시 고가의 캐딜락을 출근하는 한편, 한 개에 수 만원이 넘는 시가를 즐길 정도로 돈에 구애받지 않는 넉넉한 생활의 소유자다. 하지만 그런 부유한 환경에서도 그는 자신의 부에 따른 과시를 하기보다는 순수하고 정직하면서도 여린 심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가 맡은 첫 번째 사건은 범죄 사건이 일어난 지 7년이 지나면서 이제 만기 시효일이 얼마 남지 않은 5억 엔의 현금 강탈 사건이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경찰 본부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을 내놓지만, 간베 형사는 상상을 초월한 자기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범인을 잡는데 일조한다. 두 번째 사건은 범인지 누구인지 모를 모호한 밀실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인데, 그는 이 사건을 풀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 모험정신으로 범인이 숨겨놓은 트릭을 간파해낸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기발한 발상으로 범인을 잡는데 최선을 다하는 간베 형사의 세 번째 사건은, 돈을 목적으로 어린이를 납치하는 유괴 사건인데, 여기서는 작가 특유의 실험정신이 드러나 보이면서도 흥미 있는 트릭과 함께 플롯 전개가 볼만하다. 끝으로 등장하는 사건은 이전에 그가 맡은 사건과는 조금 다른 일본의 폭력조직으로 일컬어지는 야쿠자들과 벌이게 되는 황당한 해프닝을 다루고 있다. 수백 명으로 이루어진 두 계파 간의 야쿠자 조직이, 어느 군소 도시에서 회합을 가진다는 정보를 입수한 경찰은, 회합 도중에 예기치 못한 폭력이 발생할 것을 대비하여 어떤 대책을 세울 것인가를 두고 골몰하게 되는데, 간베 형사는 기발한 생각으로 이들 모두를 숙소 한곳에 묶게 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별다른 문제없이 이들의 회합이 끝나갈 것 같던 상황에서 의외한 살인 사건이 발생된다. 당시 사건 현장에 있던 야쿠자 조직원들은 모두들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 하는 가운데, 간베 형사는 유력한 용의자를 지목해 동료 형사들을 놀라게 한다.

이 작품은 백만장자 형사를 중심으로 내세워 사건을 해결해 간다는, 독자들이 생각하기에 애초 그 설정에 있어 독특함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작품 안에 여러 가지 형태의 각기 다른 사건들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과, 사건 해결에 있어 논리적인 추리의 과정도 의외로 볼만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하나의 사건을 두고 치밀한 구성에 의한 전개과정이라든지, 놀라운 반전과 긴장감이 펼쳐지는 식의 장편 추리물과는 거리가 있어서, 이를 기대한 독자들에게는 충분한 만족을 주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보이지 않나 싶다. 하지만 이 작품이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혀지는 것은, 기존의 추리물에서는 볼 수없는 파격적인 캐릭터의 설정에서 시작되는 코믹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고, 더불어 자극적인 부분이 가급적 배제되어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따라서 약간은 어눌하면서도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간베 형사가 사건 해결을 위해 맹활약이 펼쳐지는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추리물로서의 색다른 재미와 신선함을 느껴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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