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시장 - 부자나라들과 투자집단의 은밀한 세계 장악을 폭로한 충격 보고서
에릭 J. 와이너 지음, 김정수 옮김, 곽수종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겉으로 드러난 것 보다 때로는 드러나지 않은 것이 더 무서운 때가 있는 법이다. 왜냐하면 드러나지 않은 것이 향후 어떤 파급을 불러올지 예측할 수도 없고, 설사 그에 따른 대비책을 세웠다 할지라도, 그 핵심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가늠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2008년 미국에서 불거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상당한 충격을 받은 국제 경제의 상흔이 채 아물기도 전에,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과 그리스를 시작으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유럽의 재정위기는 세계 경제를 또 다시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듯하다. 한편 미국의 월스트리트가에서는 거대자본의 막강한 권력에 강한 거부감을 갖게 된 일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에 적극 가담하기 시작 했고, 이제는 미국 전역을 넘어 전 세계로까지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와 같은 세계경제의 위기의 근본적 문제점은 무엇이며, 경제와 관련한 여러 전문가들은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에 대해 독자의 입장에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 동안 행해졌던 국제 자본의 흐름을 예의 주시하면서, 여러 사례를 통해 세계 경제의 구조적인 변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어, 독자들이 잘 모르고 있었던 모종의 세력들이 펼치는 은밀한 금융 거래와, 자본에 의한 국제 정치권력의 내막을 상세히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 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말하기를, 오늘의 이런 심각한 경제 위기의 이면에는 거대한 자본을 손에 쥔 그림자 시장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동안 세계 경제 주도해왔던 미국을 위시한 서구 유럽의 세력이 점차 약화 되고, 이제는 그 자본의 힘이 동쪽으로 서서히 이동해가고 있다고 말한다. 어느 누구에 의해 딱히 주도된다고도 볼 수 없고 그 실체도 명확치 않아, 그림자 시장이라고 일컬어지는 이 거대한 자본 세력들은, 서로 정치와 사회적인 어떤 연관을 맺지 않으면서도 엄청난 자본의 앞세워 투자를 통한 이익은 물론이고 국제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비록 결속력은 약하지만 규제가 제법 자유로운 경로를 통해 주도면밀하게 행동함으로서 국제 금융의 흐름에 직간접으로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책의 내용을 통해 분석한 내용들을 살펴보면, 먼저 지금 세계 경제를 주도 하는 세력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G7 국가들이 아니며, 수년 동안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고성장을 유지해 온 중국과 석유를 통해 수익을 올려왔던 중동의 산유국, 그리고 싱가포르, 노르웨이 같은 슈퍼리치 국가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헤지펀드와 비공개 투자펀드, 국부펀드처럼 대체로 규제받지 않는 투자 수단을 통해 금융 상품을 보유하며 세계 권력의 중심부로 접근해가고 있는 점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근거로 저자는 지난 몇 년에 걸쳐 중국이 블랙스톤 그룹과 영국의 사모펀드 회사에 수십억을 투자했으며, 그리고 이와 비슷한 규모로 투자를 해왔던 아랍에미레트와 쿠웨이트 그리고 싱가포르의 경우를 들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최대 채권자이자 세계 경제 2대 강국으로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이를 국제 정치에 이용해왔으며, 중동의 산유국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일례로 영국에 재정적 영향력을 행사한 리비아가 유죄로 판결 받은 테러리스트들을 석방시켰다는 점은, 이들이 가진 자본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히 짐작케 한다. 또한 북유럽의 대표적인 복지국가 노르웨이는 유전개발로 벌어들인 자본력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여, 이웃나라 아이슬란드의 경제 몰락을 부추기는 원인을 제공함으로서, 겉으로는 윤리적인 투자를 말하고 있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꼭 그렇지 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제와 관련한 많은 전문가들은, 한때 세계 자본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제공해왔던 미국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재정정책의 실패와 소비 패턴의 문제로, 이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지게 됨에 따라, 미국의 경제 패권 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런 예측들을 내놓고 있으며, 저자는 그러한 과정에 그림자 시장이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이 책에서 시사한다. 그러나 독자의 입장에서 그림자시장이 미국을 비롯한 서구 여러 나라에 적대적이며, 자본을 이용해 정치적인 목적을 추구하려 한다는 이야기에 그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만, 국내 일부 대기업들이 벌이는 투자의 일면만을 보고 한국을 경계해야할 부자나라 라고 단정하고 있는 것과, 그리고 현재 미국이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해도,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국제 금융 영향력을 상당부분 도외시 해버리는 등이 일부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든다. 어떻든 저자가 이 책에서 밝힌 여러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그림자 시장의 새로운 등장으로 세계 경제의 구도는 어떤 방식으로든지 개편은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림자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어질지에 대해서 아무도 알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우리가 직시해야 할 것은 이러한 세력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지금과 같은 국제 경제 위기의 시기를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만들어 보려는 나름대로의 노력들이 있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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