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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 팔레스타인
홍미정.서정환 지음 / 시대의창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국내외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뉴욕에서 개막되는 제66차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이 독립국 승인 결의안을 제출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팔레스타인 독립국 승인 표결 문제에 대해 과연 어떤 결론이 날지를 두고 지금 세계는 그 이목에 집중하고 있는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에 팔레스타인이 유엔에서 승인을 얻어 그동안 국가가 아닌 조직이라는 형태에서, 국가 자격으로 유엔에 참여하게 된다면 그들의 지위와 권리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온다는 데 있기 때문이며, 그런 이유로 팔레스타인이 오랜 기간에 걸쳐 자신들의 터전을 강제로 빼앗고 수많은 자국의 국민을 핍박해왔던 이스라엘에 대해, 국제법 위반 행위로 국제 형사 재판소에 제소하게 되는 경우, 그 결과를 놓고 앞으로 국제 정세에 대한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동안 이스라엘과 친밀한 외교관계에 놓여 있었던 유엔의 상임 이사국인 미국과 몇몇 서방국가들은, 이전에 그래 왔던 것처럼 팔레스타인이 현재 겪고 있는 현안의 문제를 외면하고 언제나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주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것은 아랍의 봄으로 요즘 이집트를 비롯한 민주화를 갈망하는 중동국가들의 움직임이 예전과 달리 심상치 않은데다가, 러시아와 중국을 포함한 전체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이 팔레스타인 독립국 인정을 지지하고 있는 마당에, 만약 이를 무시하고 이전처럼 대충 얼버무리거나 혹은 일방적인 방향으로 강행 처리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자국 내의 금융위기로 갈 길이 바쁜 미국의 처지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곤란한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기에 그렇다. 그런데 지난 60여 년 동안 유엔의 결정과 양측 지도자들과의 수차례 협상에도, 아직 이 분쟁의 원활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이 책은 2차 대전 이후 강대국에 의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로부터 자신들의 땅을 강탈당한 역사적인 과정과 또한 그 과정에서 고통스럽고 힘든 삶을 살아야 했던 사실들을, 르포의 형식으로 담아 독자들에게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더 이상의 갈등과 폭력이 없는 평화로운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모색해보고자 했다. 더불어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한때 일본의 제국주의적인 침략에 의해 조국을 잃고 암울한 시간을 보내야 했던 우리의 과거 치욕적인 역사를 상기시켜 보면서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엄연한 사실에 근거한 그들의 슬픈 현실을 외면하기보다, 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다보는 하나의 계기로 삼고자 했다. 또한, 독자의 입장에서 오늘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문제가, 단순히 그들만의 문제는 아니며 또한, 우리가 직면해 있는 남북 분단이라는 현실 문제와 연관하여 깊이 생각해보았으면 싶은 생각이다.
유엔에서 논의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분쟁 원인의 시작은, 이스라엘이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무렵 영국과 협상을 시도하여 전쟁에 지원해 주는 조건으로, 종전 후 옛 유대 땅에 이스라엘 건국을 약속받아내었으며, 이후 영국이 전후에 중동지역을 위임통치하게 되면서 이스라엘에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되었다가, 마침내 1947년 유엔총회에서 독립아랍국가와 유대인국가의 분할을 결정으로, 이스라엘이 국가 수립을 선포하고 세계각지에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을 팔레스타인 땅에 강제 이주를 감행하게 되면서부터다. 그러나 범 아랍주의를 주창했던 아랍인들의 입장에서는 유엔의 이러한 일방적인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팔레스타인 지역을 둘러싼 아랍 측과 이스라엘 양측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4차례의 전쟁을 벌여왔다. 그리고 이후 여러 차례의 협정과 유엔에서의 최종결의안이 통과되었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슬람교, 기독교 유대교의 성지로 알려 있는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성지 회복이라는 종교 신자들 간의 갈등과 반목은 계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 의회가 구약 신화에 따른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공표함으로써, 이를 정치적인 문제로 끌어들였고, 마침내는 유엔이 정한 결의안을 무시한 채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해갔다는 것이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스라엘은 자국의 국민 보호라는 명목 아래, 팔레스타인 전 지역에 분리 장벽을 세우고, 팔레스타인인들을 정치 경제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면서 압박의 정도를 더욱 강하게 죄어가고 있음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엔과 국제 사회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잔혹한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이를 도외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에 의해 거의 모든 권리를 박탈당한 채 통제된 지역에서 점차 자신들의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또한, 그동안 수차례의 전쟁을 통해 난민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국외 원조 없이는 단 며칠간도 버티기 어려운 나날을 보내야 하는 암울한 현실에 살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이집트혁명에 영향을 받아, 오래전부터 분열되어 이전투구를 벌였던 팔레스타인 정부 내의 파타당과 하마스가 다시 하나로 뭉치면서, 그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이 서서히 힘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다. 팔레스타인 분쟁의 그 모든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문제의 핵심은 미국 등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한 희생물에 불과하지 않나 싶다. 저자는 이 책에서 결론으로 많은 국외 언론들과 전문가들이 그동안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이스라엘의 생존권의 문제에서만 보아왔을 뿐, 이들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취한 수십 년간에 걸친 야만적이고 폭압적인 행태에는 문제로 삼지 않는 편협한 시각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더불어 미국이 야심을 가지고 진행해왔던 허구적인 중동 구상은 이제 폐기되어야 할 때라는 것이다. 2011년 2월에 30년 동안 독재정권을 이루며 친미적이었던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이 마침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이를 기점으로 중동지역에 새로운 변화의 조짐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은 러시아를 포함한 국제 사회에 자신들의 문제에 관심을 둘 것을 간곡하게 호소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와 달리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이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는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