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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제국의 몰락 - 70년간 세계경제를 지배한 달러의 탄생과 추락
배리 아이켄그린 지음, 김태훈 옮김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미국의 달러는 2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둔 시점에서 브레턴우즈 협정을 기점으로, 기축통화로서의 확고한 자리를 잡으면서 오늘날까지 국제 무역거래에서 기준이 되는 통화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미국은 국제적으로 달러라는 기축통화 지위를 갖게 되면서, 그 이유만으로 상당한 혜택을 누려왔고 또한 앞으로도 그 권한을 잃지 않는다면 이러한 흐름은 당연히 계속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금융위기로 인해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기축통화의 지위에 변화를 예고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듯하다. 물론 앞으로의 세계경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얼마 전 IMF(국제통화기금)의 총재 라가드나와 세계은행 총재인 로버트 졸릭이 말했던 바와 같이 지금 세계경제는 심각한 위험국면에 처해 있다고 이야기한 것을 보면, 지금의 경제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에 처해있는지 이를 반증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특히 이들 기구가 그동안 미국의 입장을 주로 대변해왔다는 점에서, 현재 부채증가와 재정적자라는 골치 아픈 문제에 대해 어떤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하지 못한다면, 기축 통화의 기반이 되었던 달러의 운명은 향후 나락의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은 최근 국제 경제의 위기와 연관하여, 미국의 달러가 앞으로 세계경제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할지,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는 달러의 위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국제통화시스템은 어떻게 변모할지 달러 몰락 이후의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이 관심을 두고 주목해볼 만한 도서로 생각된다.

이 책은 미국보다 미국 밖에서 더 많이 사용되는 달러가 어떻게 해서 오늘날 그러한 절대적 지위를 지니게 되었는지 그 역사의 과정을 면밀하게 분석한 것을 시작으로, 유럽단일통화가 된 유로의 탄생 과정과 작금의 세계적인 위기를 초래한 금융위기의 원인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인지와 그리고 만약 향후 어떤 대응책을 찾지 못한 채 달러가 몰락을 피할 수 없다면, 과연 유로와 위안이 달러를 대신할 수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했다. 누구나 알다시피 20세기 초반의 당시 무역거래의 주요 기반이 되었던 통화는, 산업혁명을 발판으로 막대한 자산을 축적했던 영국의 파운드였다. 그러나 달러가 국제통화로서의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일반적으로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로 알려졌지만, 저자의 말에 따르면 달러는 1차 세계대전과 미국의 연방기준위원회의 부단한 노력으로 이미 1925년부터 파운드를 앞질렀다는 것이다. 이후 달러의 기반이 점차 강화되면서 한동안 파운드와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서로 나누어 가졌다가, 2차 대전 중 영국이 과도한 전비 지출로 세게 경제를 이끌고 나갈 동력을 잃어버리고 난 뒤, 미국은 세계 산업생산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국력이 강화되면서 금 보유량을 늘렸고 유동성 확대를 통해 자연스럽게 그 지위를 홀로 누릴 수 있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오늘날 달러가 몰락할 것이라는 이야기의 근원적 배경이 되어버린 2008년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을, 규제받지 않은 금융계의 무분별한 영업 관행이 자행됨으로써 초래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지적은 이미 여러 경제 전문가들에 의해 다루어졌던 사안이어서 그리 솔깃할 것은 없다. 그러나 당시 위기와 관련하여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비롯한 당시 정책 당사자들의 안일한 대책과 그 과정에서 수학적 분석기술을 활용하면 리스크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집단적 사고방식에 함몰된 당시의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하면서 달러의 미래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러의 몰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예상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을 보인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재정적자에 취약한 미국정부가 앞으로도 상당한 정도의 빚을 지게 될 것이며, 결국 미국 정부는 인플레를 통해 채무 부담을 덜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해외투자자들이 이를 가만히 좌시하지만은 않겠지만, 다른 어떤 뾰족한 강구수단이 현재로서는 없어 보이지 않나 싶다.

2008년 미국 월가를 뒤흔든 금융위기와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그리고 이어진 유럽의 경제위기를 두고 많은 금융 전문가들은, 이제는 달러의 대안이 되는 다른 통화를 찾아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의견에 대해 달러를 대신할 대안으로 일본의 엔화나 유럽단일통화인 유로, 그리고 중국의 위안화에 대해 저마다의 문제점을 들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또한, 금이나 IMF가 1960년대 말에 공식 국제거래에서 달러를 대체하려고 만들었던 특별인출권 역시 핵심적인 보유통화로 자리 잡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저자는 현재 달러가 지니고 있는 과도한 특권이 과연 지속될 것인가에 관해, 만약에 앞으로 달러가 폭락한다는 몇 가지 시나리오를 말하면서도 이것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듯하다. 따라서 저자는 결론적으로 현재 미국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하더라도,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지위는 변함없을 보이며, 다만 앞으로 미국 정부는 자체적으로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노력해야 하고, 대외적으로는 유럽이나 중국 등과의 금융관계를 경쟁적으로 몰아가기보다 서로 상생하는 차원에서 협력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어서, 향후 미국 정부의 행보가 어떻게 전개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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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없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가격은 없다 - 당신이 속고 있는 가격의 비밀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 최정규.하승아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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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는 누구나 각자 자신의 능력에 따라 재화나 용역을 제공하고, 그에 합당한 소득을 얻으며 또한 소득을 바탕으로 소비와 저축을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이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기본이념으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많은 사람은 저마다 원활하고 안정된 생활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그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정량의 꾸준한 소득은 필수 불가피한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임에도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바로 소비라는 부분이다. 다시 말해 아무리 소득이 높다 하더라도 이를 넘어선 과도한 소비를 한다면 안정된 생활을 바라기는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소득에 따라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며 만족을 주는 소비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우리에게 있어서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이 책은 기업들이 엄청난 돈을 들여 마케팅 기법을 통해 우리를 현혹하고 있는 가격책정의 과정에, 우리가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해야 하는 소비자의 처지에서, 그 이면에 가격에 대한 어떤 조작과 전략들이 숨어 있는지를 상세하게 밝히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과연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는가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따라서 소비를 우리의 일상생활에 접목해 건전한 경제행위를 해야 하는 우리에게 있어, 관심을 두고 한번 읽어볼 만한 유익한 경제교양도서로 생각된다.

이 책에 의하면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매겨진 가격과 관련한 일련의 숫자들은 겉보기에 매우 단순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의 숨어 있는 교묘한 조작과 장치에 의해 실제로 우리의 구매 행동에 관련하여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소비라는 측면에서 경제학적으로 대개 인간은 주어진 정보와 자료를 토대로 자신에게 효용이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얼핏 생각하면 이 말은 인간이 이성적인 행동을 한다는 점에서 일면 맞는 말처럼 보이지만, 심리학자나 행동경제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러한 견해와는 사뭇 다른 의견과 주장을 내세운다.

우리는 소비와 관련하여 자신에게 적합한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게 될 때, 사전에 기존의 경험이나 혹은 새로 얻게 된 다양한 정보들을 근거로 나름대로 분석의 과정을 통해 선택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도 우리가 혼란스럽지 않게 최종적인 구매과정에 이르게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모르는 불확실하고 복잡한 상황에서도, 휴리스틱이라고 하는 자신의 직관적인 판단이나, 일반적인 상식과 경험에 따른 즉흥적이고 단순한 추론에 의해 행동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휴리스틱에 의한 우리의 대표적인 소비행태를 보면, 대형슈퍼마켓이 소형에 비해 비교적 값이 싸다고 단정하거나, 가격에 높으면 그만큼 품질이 뛰어나지 않을까 라는 추측들을 하게 되면서, 이러한 판단이 결국에는 마치 합리적인 의사결정인양 스스로 고착화 해버리고 이를 즉시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따라서 행동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소비성향을 근거로 하여 실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세부적인 내용을 냉정하게 생각하지 않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고 있음을 우리가 은연중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의 이러한 휴리스틱에 의한 비합리적 소비행위를 토대로, 이 책에서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이 지금까지 소비자들의 눈을 현혹하는 다양한 기법을 통해 지금껏 선량한 소비자들을 속여 왔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표적인 사례를 들자면 시중에 나와 있는 과자나 아이스크림의 경우, 제품의 포장용기와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교묘한 방법으로 내용물에 대한 중량을 줄이는 것이다. 이러한 눈속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려는 목적으로 여러 좋은 물건들을 99센트에 파는 것처럼 광고해놓고, 막상 소비자가 매장을 들어가서 그러한 제품을 찾으려고 하면, 그 가격에 의한 제품은 정작 몇 개 되지 않고 가격이 높은 제품을 판다든지, 혹은 비싼 제품을 팔기 위해 기능 면이나 품질 면에서 큰 차이가 없음에도 더 비싼 제품을 새로 만들고 이를 나란히 전시하여 소비자들로 하여금, 애초 팔려고 했던 제품이 전혀 비싸지 않음을 소비자에게 인식하는 등의 다양한 판매 전략으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기도 하다. 이외에도 우리가 흔히 보게 되는 쿠폰제도나 포인트 적립카드, 통신 시장에서의 다양한 요금제도, 항공사나 여행사에서 파는 패키지 상품 등,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그동안 잘 몰랐던 다양한 내용을 열거하여 가격 속의 내재하여 있는 비밀스러운 장치들을 속속들이 파헤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결론적으로 가격은 집단적인 착각이며 위험한 조작 장치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도 적정가격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가격은 마음속 욕망을 표출하고자 하는 일반 대중들이 욕망을 단지 숫자라는 언어에 불과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세계경제 불황에 발맞춰 국내 물가인상에 빨강 신호등이 켜지면서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시작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추세에 편승하여 이익에 눈이 먼 기업들이 이를 가속해 간다는 적잖은 우려감이 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이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폭넓은 소비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고, 더불어 물가안정에 대한 우리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는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가격과 관련된 대중들의 심리와 사회현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놓은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가 기업의 판매 전략에 휘말려 엉뚱한 소비를 하지 않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소비자가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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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설헌 -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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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떤 사안을 두고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수 있고, 또 이를 어떤 방향으로 이해하고 인식했는가에 따라 그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것처럼, 인물에 대한 평가 역시도 아마 그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부차적인 문제로 말미암아 본질을 호도되지 않도록 하는 객관적인 시각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역사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평가를 보면,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정도로 자신의 역량과 업적이 뛰어났음에도 어떠한 이유에서 인지 사실이 곡해되어 세인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가 있는 반면에, 그 사실과 내용이 과대포장 되거나 왜곡되어 잘못 알려지면서 후대에 이르러 본의 아니게 추앙을 받는 인물들이 있을 것으로 본다. 정치적인 인물을 빼고 조선 시대의 여성 중에서 우리에게 알려진 그나마 유명한 인물을 말하라고 한다면, 대개 많은 사람은 신사임당이나 황진이 정도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에서 끝나버린다. 의아한 것은 당시에도 자신의 타고난 재능을 바탕으로 비범한 능력을 보인 여성들이 분명히 여럿 있었을듯한데,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것은,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만큼 우리들의 관심과 또한 여성인물에 대한 평가가 올바르게 이루어져 있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따라서 그러한 맥락에서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인물 중 한 사람을 짚어 본다면 바로 허난설헌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은 조선의 천재적인 여류시인이라고 평가받는 허난설헌이, 자유로운 가풍 속에서 자신의 타고난 재능을 자랑하며 당대의 시인으로 알려졌던 손곡 이달에게 시를 배우면서 자신의 기재를 펼쳐가던 중에, 15세가 되어 안동김씨 가문의 며느리가 된 이후로 그녀의 삶의 방향이 바뀌면서 불행하게도 스물일곱이라는 젊은 나이에 짧은 생을 마감해야 했던 그녀의 일대기를 소설화함으로써 시인이자 문학가로서 그녀의 생애를 오늘의 시각에서 재조명하고자 했다. 사회적 제약이 유독 심했던 조선 시대에 태어난 재능 있는 많은 여성은, 자신들이 처한 환경을 생각해보면 대부분 불우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시대적 여건이나 가치관이 여성의 처지에서 볼 때, 그들에게는 체계적인 교육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을뿐더러, 더구나 전통적 관습에 따라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가게 됨에 따라, 시댁에서의 낯선 환경과 엄한 위계 속에 편입된 채 살아가는 것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던 시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 속에도 자세히 나와 있듯이 수많은 여성이 그래 왔던 것과 같이, 허난설헌 역시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으면서도 그녀의 남편이나 시댁에 의해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남편이 몇 차례의 과거 시험에서 낙방함으로써 글공부를 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따로 떨어져 홀로 지내야 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 때문에 호된 시집살이 와중에도 틈틈이 남편을 그리워하는 글을 지었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음탕한 여자로 취급받았으며 이후 어렵게 두 아이를 낳았지만, 이마저도 시부모에 의해 자신의 품속에서 키우지 못하고 결국 이승으로 보내야 하는 뼈아픈 고통 속에서 지내야 했다. 더불어 그러한 고통에 더하여 그동안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고 아낌없는 사랑으로 보살펴주었던, 그래서 그녀에게는 정신적으로 큰 버팀목이 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 허엽과 그녀의 오빠 허봉이 뜻하지 않은 객사를 당하게 되었던 것도, 그녀에게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하나의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작품 속에 간간이 등장하는 허난설헌의 글들을 보면 자신의 그러한 슬픔과 회한을 미학적으로 표현되었음을 볼 수 있고, 현실에서 이루지 못했던 행복한 삶을 동경하는 이상적인 세계를 갈구했음을 엿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이 작품은 조선의 봉건주의적 사고를 은근히 비판하면서, 허난설헌의 기구한 인생을 사실과 허구를 적절하게 조화시켜 드라마틱하게 펼쳐나가고 있어, 독자로 하여금 잔잔한 여운과 함께 심금을 울리게 한다. 특히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그녀의 천재적인 문학의 재능이 이제는 대중들에게 폭넓게 알려져야 하지 않을까 싶고, 허난설헌이라는 인물에 대해 평가가 왜곡되지 않도록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 더욱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작품의 내용을 통해서 볼 때, 그녀의 처지에서 보면, 자신이 말했던 여자로 태어난 것, 그것도 조선의 여자로 태어난 것, 그리고 남편의 아내가 된 것이 후회된다는 말은 괜한 것이 아닌듯해 보인다. 허난설헌은 분명 시대를 잘못 타고난 불행한 삶을 살았던 듯하다. 하지만 시대가 바뀐 만큼 이제는 그녀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잘못된 인식들은 바뀌어야 할 것이다. 조선의 으뜸가는 명문장가의 집안에서 태어나 자신의 천재적인 재능을 발견하고도 이를 활짝 피워보지도 못하고 짧은 생을 마감해야 했던 그녀의 넋을 기리며, 아무쪼록 독자들이 이러한 책을 통하여 그녀의 문학적인 진가를 다시금 되새겨보는 좋은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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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방 모중석 스릴러 클럽 29
할런 코벤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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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은 가정이라는 테두리 안에 살면서 그 구성원으로서 사랑과 신뢰가 바탕이 된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원할 것이다. 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그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으며,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인내와 노력이 뒤따라야 함을 알게 될 때가 있다. 사실 가족이라는 구성체 외의 여타 다른 집단의 경우에는, 자신의 생각과 뜻에 부합되지 않아 만족감이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돌아서면 되지만,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의 경우에는 그런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도 아닐뿐더러 가능하지도 않다. 또한, 가족이라는 존재는 어떻게 보면 쉽게 부서지지 않는 단단한 결합체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한순간에 허망하게 부서질 수도 있는 마치 유리잔과 같을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이 작품은,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한두 번쯤 고민하고 경험해봤을 만한, 부모와 자식 간의 세대 차이에서 흔히 생기게 되는 소통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함과 동시에,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인 구속과 희생을 강요당해야 하는 다소 불합리한 부분들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어, 독자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작품 속의 주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마이크는 장기이식의 의사로 변호사인 아내와 함께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들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남매를 둔 가장이다. 부자는 아니더라도 남부럽지 않을 정도의 행복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던 이들 부부는 요즈음, 전에 없던 아들의 급작스런 태도변화가 심상치 않음을 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그의 아들 애덤은 자신과 절친했던 한 친구가 어느 날 예고 없이 자살을 선택하고 난 뒤, 한 때 자신이 좋아하던 아이스하키에도 관심을 끊어버리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게 부모와 담을 쌓고, 집안에 있을 때면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에 매달리는 자폐아적인 행동을 보인다. 이들 부부는 아이의 행동에 어떤 변화를 주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했지만, 어떤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다가 결국 아들이 쓰는 컴퓨터에 몰래 스파이 프로그램을 설치해 아이의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일종의 감시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이들 부부는 그의 아들이 건전해 보이지 않는 모임에 나가게 될 것이라는 누군가와의 비밀 대화내용을 알게 되고, 그곳에 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아버지 마이크는 아들에게 특별한 제안을 하게 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던 마이크는, 어디로 간다는 말도 없고 전화 연락도 되지 않는 아들의 행방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그는 누군가로부터 목숨을 위협하는 습격을 받게 되고, 또한 뜻하지 않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이름 모를 두 남녀가 모종의 여인을 납치해 잔인하게 살해하는 과정이 등장하면서 앞으로 전개될 과정이 결코 심상치 않음을 예고하며 전개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들의 범죄행각은 추후에 또 다른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긴장감과 스릴 그리고 의혹을 증폭시키는 등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며 책 속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독자의 시각으로 보면 이 작품은 애초 미스터리적인 두 가지 별개의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지만, 중반 이후부터 교묘하게 이야기들이 다시 하나로 결합하면서 사건에 대한 진실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어, 작가의 치밀한 구성과 설정이 돋보이지 않나 싶다. 더구나 작품의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마이크의 아들이 언제부터인가 모르게 사뭇 다른 행동을 보이게 되는 그 이면에, 친구의 자살과 연관하여 새로운 사실들이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애초 형성된 긴장된 분위기의 흐름을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점은, 작가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게 하지 않나 싶다.  

특히 이 작품에서 독자들이 주목할 만한 것은,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을 향해 자신들이 과연 자녀 양육에서 과연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에 조용히 묻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작가는 작품의 내용과 연관하여 은연중,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폭력에 시달렸던 아이가 나중에 부모가 되어 다시 그들의 아이에게 폭력을 일삼는다든지, 자신의 어머니를 두들겨 패는 아버지를 보고 자란 아이가 훗날 자신의 아내를 향해 똑같은 행위를 보이는, 폭력이 반복되고 있는 점에 대한 비판과 또한 시대가 변하고 가치관이 달라졌음에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부모들 자신의 사고방식을 고수하는 그릇된 인식에 일침을 가하고 있기도 하다. 더불어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성을 두고, 이에 대해 특별한 이유 없이 단지 전통적이고 사회적인 요인에 의해 강제될 때, 예기치 않는 폭력이나 범죄를 야기 시킬 수도 있다는 점은 독자들이 새겨들을 만하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그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이 작품은, 우리가 언젠가 가족 간의 불편한 관계를 놓여 있을지도 모를 일련의 상황을 예의적절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한번 읽어 볼만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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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 21세기 세계 판도를 결정할 새로운 패러다임의 탄생
CCTV 경제 30분팀 지음, 홍순도 옮김, 박한진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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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가 지난 과거의 역사를 공부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그와 똑같은 시행착오를 또다시 겪지 않게 하기 위함인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 책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신항로를 개척해 무역시장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이래, 지난 500년 동안 진행됐던 국제무역의 과정을 되짚어 보면서, 그 안에서 진행된 수많은 무역의 내용을 두고 그러한 사실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인식하고 깨달을 것인지를 살펴보고자 했고, 또한 오늘날 급변하고 있는 국제 경제의 현실을 올바르게 직시함으로써, 무역과 연관하여 앞으로 더욱 나은 국제경제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하지 않았나 싶다. 또한, 저자는 이 책에서 지금까지의 국제 무역의 흐름을 중상주의시대의 식민지 무역에서 자유무역으로, 그리고 오늘날 국가를 초월한 글로벌화까지 크게 3가지로 나누면서, 시대별로 어떤 형태의 무역이 이루어져 왔으며 그 전개과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구체적이고 가급적 객관적으로 서술하여 그 이해를 돕고 있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오늘의 국제경제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참고해도 좋을 만큼, 유익한 경제교양도서로 삼아도 될듯하다.

우선 중상주의 시대의 무역과정을 보면, 저자는 이 책에서 당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글로벌 무역 경로를 장악해 부를 축적했다면, 네덜란드는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을 통해서 이를 성취했으며, 영국은 제도혁신을 통해 경제 강국의 위치에 있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즉 저자는 이들 나라의 예를 통해서, 국가를 진흥시키고 강대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바로 끊임없는 혁신이 있었음을 강조한다. 특히 영국은 자국의 제반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았음에도 혁신을 통해 강국으로 부상한 이후, 이전의 몇 나라에서 시행했던 식민지 점령을 통한 부의 축적에서 벗어나,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애덤스의 자유무역 이론에 따른 자유무역주의를 활발히 전개함으로써, 현대사에서 1세기 동안 선두국가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영국의 자유무역정책은 제2차 산업 혁명이 전개되면서 서서히 무너졌고, 반면에 독일과 미국은 제2차 산업 혁명을 통해 새로운 강국으로 부상하는 계기를 맞는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미국은 경제성장 초기에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무역장벽을 쌓으면서 보호무역에 앞장섰지만, 그들은 경제가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하자 영국이 그래 왔던 것처럼 전 세계에 자유무역주의 이념을 주장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또 하나 우리가 이 책에서 관심 있게 봐야 할 것은, 미국이 일본과 독일의 경제성장으로 말미암아 무역적자가 날로 심해지자, 자국의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패권적인 권위를 이용해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 내며 무리한 요구를 하는 등의, 자국의 이익을 위해 강압적인 행동을 일삼는 미국의 속내를 은연중 꼬집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몇 십년동안 사상 유례가 없는 초고속 성장을 이룩하며 현재 G2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중국이, 이러한 그동안에 미국의 저질러왔던 여러 행태를 두고 그리 달갑게 만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서, 앞으로 이들 국가의 행보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지금 세계 경제는 1998년과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 최근 유럽 경제 위기까지 걷잡을 수 없는 혼란한 상황으로 점차 변모해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작금의 현실은 이제 단순한 경제 위기가 아닌, 극심한 경제 불황의 늪에 깊이 빠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저자는 이 책에서 결론적으로 각국은 작금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보호무역주의가 또다시 고개를 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는듯하다. 하지만 이는 한편으로 보면 영국이나 미국이 행했던 것처럼 이젠 중국이 그러한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요즈음 우리 경제 현안 중에서 아마도 가장 중요한 이슈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단연코 미국과의 FTA 협상 결과에 대한 비준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대체적인 시각들을 보면, 정부와 여당은 오랜 시간 동안 협상에 이은 내용을 수용하고 비준하자는 입장인 듯하고, 반대로 야당은 반대의 견해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 국민 역시 이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비준 안에 관해 반대의 목소리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찬성하자는 의견도 제법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가 미국과의 새로운 무역협정을 비준했던 안 했던 간에, 이 문제가 향후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누구도 명확하게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문제를 쉽게 간과할 수만 없는 것은, 대외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지금의 협상안이 행여 앞으로 우리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협정을 반드시 해야 하는 우리만의 어떤 불가피한 문제가 없다면, 이를 성급하게 다루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비준 안이 가져올 영향력을 고려한 충분한 논의와 대책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세계는 자신의 국익을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무역전쟁 중에 있고 우리는 그 선상 위에 서 있다. 그리고 이는 이전에도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진행되어 갈 것이다. 결국, 오늘 우리가 변화무쌍하게 돌아가는 세계 무역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이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경제 위상은, 하루아침에 경제후진국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으로 본다. 따라서 이 책은 앞으로 무역의 중요성이 더욱 커져가는 현실에서,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의 무역의 진행과정을 통해 오늘의 경제위기를 어떻게 기회의 장으로 만들어 갈 것인가 하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서,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한번 읽어보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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