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 21세기 세계 판도를 결정할 새로운 패러다임의 탄생
CCTV 경제 30분팀 지음, 홍순도 옮김, 박한진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지난 과거의 역사를 공부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그와 똑같은 시행착오를 또다시 겪지 않게 하기 위함인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 책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신항로를 개척해 무역시장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이래, 지난 500년 동안 진행됐던 국제무역의 과정을 되짚어 보면서, 그 안에서 진행된 수많은 무역의 내용을 두고 그러한 사실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인식하고 깨달을 것인지를 살펴보고자 했고, 또한 오늘날 급변하고 있는 국제 경제의 현실을 올바르게 직시함으로써, 무역과 연관하여 앞으로 더욱 나은 국제경제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하지 않았나 싶다. 또한, 저자는 이 책에서 지금까지의 국제 무역의 흐름을 중상주의시대의 식민지 무역에서 자유무역으로, 그리고 오늘날 국가를 초월한 글로벌화까지 크게 3가지로 나누면서, 시대별로 어떤 형태의 무역이 이루어져 왔으며 그 전개과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구체적이고 가급적 객관적으로 서술하여 그 이해를 돕고 있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오늘의 국제경제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참고해도 좋을 만큼, 유익한 경제교양도서로 삼아도 될듯하다.

우선 중상주의 시대의 무역과정을 보면, 저자는 이 책에서 당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글로벌 무역 경로를 장악해 부를 축적했다면, 네덜란드는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을 통해서 이를 성취했으며, 영국은 제도혁신을 통해 경제 강국의 위치에 있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즉 저자는 이들 나라의 예를 통해서, 국가를 진흥시키고 강대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바로 끊임없는 혁신이 있었음을 강조한다. 특히 영국은 자국의 제반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았음에도 혁신을 통해 강국으로 부상한 이후, 이전의 몇 나라에서 시행했던 식민지 점령을 통한 부의 축적에서 벗어나,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애덤스의 자유무역 이론에 따른 자유무역주의를 활발히 전개함으로써, 현대사에서 1세기 동안 선두국가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영국의 자유무역정책은 제2차 산업 혁명이 전개되면서 서서히 무너졌고, 반면에 독일과 미국은 제2차 산업 혁명을 통해 새로운 강국으로 부상하는 계기를 맞는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미국은 경제성장 초기에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무역장벽을 쌓으면서 보호무역에 앞장섰지만, 그들은 경제가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하자 영국이 그래 왔던 것처럼 전 세계에 자유무역주의 이념을 주장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또 하나 우리가 이 책에서 관심 있게 봐야 할 것은, 미국이 일본과 독일의 경제성장으로 말미암아 무역적자가 날로 심해지자, 자국의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패권적인 권위를 이용해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 내며 무리한 요구를 하는 등의, 자국의 이익을 위해 강압적인 행동을 일삼는 미국의 속내를 은연중 꼬집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몇 십년동안 사상 유례가 없는 초고속 성장을 이룩하며 현재 G2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중국이, 이러한 그동안에 미국의 저질러왔던 여러 행태를 두고 그리 달갑게 만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서, 앞으로 이들 국가의 행보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지금 세계 경제는 1998년과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 최근 유럽 경제 위기까지 걷잡을 수 없는 혼란한 상황으로 점차 변모해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작금의 현실은 이제 단순한 경제 위기가 아닌, 극심한 경제 불황의 늪에 깊이 빠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저자는 이 책에서 결론적으로 각국은 작금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보호무역주의가 또다시 고개를 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는듯하다. 하지만 이는 한편으로 보면 영국이나 미국이 행했던 것처럼 이젠 중국이 그러한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요즈음 우리 경제 현안 중에서 아마도 가장 중요한 이슈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단연코 미국과의 FTA 협상 결과에 대한 비준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대체적인 시각들을 보면, 정부와 여당은 오랜 시간 동안 협상에 이은 내용을 수용하고 비준하자는 입장인 듯하고, 반대로 야당은 반대의 견해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 국민 역시 이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비준 안에 관해 반대의 목소리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찬성하자는 의견도 제법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가 미국과의 새로운 무역협정을 비준했던 안 했던 간에, 이 문제가 향후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누구도 명확하게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문제를 쉽게 간과할 수만 없는 것은, 대외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지금의 협상안이 행여 앞으로 우리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협정을 반드시 해야 하는 우리만의 어떤 불가피한 문제가 없다면, 이를 성급하게 다루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비준 안이 가져올 영향력을 고려한 충분한 논의와 대책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세계는 자신의 국익을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무역전쟁 중에 있고 우리는 그 선상 위에 서 있다. 그리고 이는 이전에도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진행되어 갈 것이다. 결국, 오늘 우리가 변화무쌍하게 돌아가는 세계 무역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이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경제 위상은, 하루아침에 경제후진국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으로 본다. 따라서 이 책은 앞으로 무역의 중요성이 더욱 커져가는 현실에서,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의 무역의 진행과정을 통해 오늘의 경제위기를 어떻게 기회의 장으로 만들어 갈 것인가 하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서,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한번 읽어보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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