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스
어빈 웰시 지음, 김지선 옮김 / 단숨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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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선 트레인포스팅이라는 책이나 영화를 혹시 보아온 독자들이 있다면, 아마도 이 작품의 작가를 금방 떠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경쟁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밀려나와 꿈과 희망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젊은 청춘들의 모습을 냉정한 시각으로 파헤친 당시의 작품은, 절망적이고 고통스러운 그들의 현실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여 우리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며 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었던 것으로 기억 된다. 작품의 내용을 통해 상대적인 선은 존재할지 모르나, 절대적인 선은 결코 없다는 작가의 단언적 외침에서 보듯이, 이번에 새롭게 발표된 필스라는 작품은, 어떻게 보면 그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또한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해 신랄한 독설로 퍼부음으로서 그 비판의 힘이, 이전의 작품에 비해 더 강하고 무겁게 실려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이전 작품에서 느꼈던 것 이상으로 적잖은 충격과 당황스러움에 한동안 아득한 혼미가 있지 않았나 싶다. 그렇지만 작품을 읽는 내내 주인공의 동선을 따라가면서 과연 이러한 삶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하는 의아함을 뇌까리며 몰입해서 읽는 동안은, 의외의 흥미로움과 함께 즐거운 독서의 시간을 가지지 않았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 소설은 대책이 없는 어느 부패한 경찰관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영상미가 느껴지는 사실적 묘사와, 한 인간의 끝없는 추락의 과정을 적나라하면서도 실감나게 전개함으로서, 어느새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버린 부조리의 일상을 직시하게 만든다.


작품 전반에 걸쳐 일종의 마초적인 냄새가 물씬 풍겨지는 이 작품은, 작가 특유의 개성 있는 문체에 힘입어 시작부터 끝나는 부분까지 온갖 욕설이 난무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여러 사회적 범죄의 내용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주인공은 경찰관이라는 직업의 특수성을 이용하여 범죄자로부터 마약을 얻어 복용하고, 동료의 부인과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불륜을 저지르기도 하며, 자신의 업무와는 전혀 무관한 일을 하면서도 이를 초과수당으로 청구하여 불법적인 금전적 이득을 얻는 등의 극도로 타락한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절도와 살인, 협박과 같은 범죄를 막아야 할 공적인 신분의 위치하면서도, 오히려 범죄자보다도 더 심한행위를 벌이면서도 이를 마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생활의 일부분으로 여기며 살아간다. 이 세상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작품의 말미에 주인공 부르스가 왜 자신의 그릇된 행동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파괴적인 삶에 모든 것을 맡겨버리는지 그 이유를 명시하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읽는 일부 독자들에게는 상당한 불쾌감을 주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들 정도로 그 전개내용이 노골적이면서도 파격적인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드러내고자하는 그 본질적인 내용을 깊이 생각해본다면, 오히려 그러한 반감보다는 인간에 의해 저질러지는 도덕적 타락과 부패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서, 그 바탕에 도덕적 불감증에 걸린 우리의 행동양식에 일깨움을 주고 있지 않나 싶다.


우리 모두가 주지하다시피 지난 과거의 오랜 우리의 역사를 거슬러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도덕적 타락과 부패의 실상은, 시대와 상관없이 꾸준히 진행되어져 왔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국가나 공권력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그 타락의 강도는, 일반의 그것에 비해 훨씬 교묘하고도 잔혹하게 이루어진다. 이를 광범위하게 확대해보면 체제불법의 한 형태로도 볼 수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부분에 대한 범죄적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의 정립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사실 이런 일은 정당하지 못한 집단에 의해 그 사회가 유지될 때 혹은 민주화가 더딘 사회일수록 그 내용이 훨씬 더 심각하고 다양하게 나타난다. 문제는 그 대상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고, 설사 처벌한다 해도 미미한 부분에 그친다는데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 작품은 단순한 어느 경찰관 개인의 문제로 넘겨볼 것이 아닌,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까지 접근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해야 할듯하다. 개인적으로 작품 속 주인공의 모습은 예전 투캅스에 등장했던 안성기가 역할을 맡았던 부패한 형사의 이미지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 그런 느낌이다. 아마도 작가는 작품 속 주인공을 통해 공권력의 부조리한 부분을 한껏 부각시켜 독자들에게 그 실상을 알리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공권력은 결코 개인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도구나 수단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아직 접하지 않은 독자들이 있다면, 다른 어떤 부분보다 이러한 내용에 중점을 두고 읽혀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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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수 같은 이웃집 탐정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신주혜 옮김 / 지식여행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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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대개 독자들은, 작품 속에 나타나 있는 강렬한 서스펜스와 놀라운 반전의 묘미, 그리고 짜임새 있는 줄거리 전개를 통한 논리 정연한 구성과 같은 요소들을 먼저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리고 많은 추리물들이 이러한 정형적인 방식을 고집해왔고 지금도 여전히 일반화 되어있음을 본다. 하지만 이런 전반적 추세에도 불구하고 이를 탈피하여 기존의 추리작품들과 조금은 색다른 내용을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의 작가다. 그의 작품이 요즈음 국내에도 많이 출간되고 있어,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 이라면 한번쯤 그의 작품을 읽어봤을 법한데, 이 작품 역시 줄거리의 전반에 유쾌한 코믹 내용을 넣어 작가 특유의 개성을 고스란히 표출하여 선보이고 있는 것이 눈에 띤다. 물론 일부 독자들의 경우에는 이런 추리형식을 두고 조금은 가볍게 생각하거나, 진중하지 못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테지만, 한편으로 보면 독특한 캐릭터들을 내세워 이들 간에 골계미 넘치는 대화내용과 추리의 과정에서도 논리를 무장한 흥미로운 트릭이 숨겨져 있어, 기존의 추리작품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신선함을 내포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따라서 이 작가의 작품을 아직 접하지 않은 독자들이 있다면, 한번쯤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듯하여 선택해보기를 권해본다.


이 작품은 모두 5개의 단편추리소설을 모아놓은 일종의 모음집의 형태로 되어있다. 각각의 단편에는 살인사건과 관련하여 예상을 뛰어넘는 다양한 트릭과 논리적 추리의 과정이 펼쳐져 있는데, 그 전개 과정의 내용을 살펴보면 주인공 캐릭터의 코믹스런 대화나 행동이 실제사건과 대조의 이루고 있어 유쾌하면서도 쉽게 읽혀지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더구나 밀실살인에서부터 윤곽이 쉽게 잡히지 않는 미스터리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사건들이 나열되어 있기도 해서 추리의 묘미도 한껏 즐길 수 있기도 하다. 이 작품을 읽다보면 독자의 입장에서 아무래도 이 작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이카가와라는 어느 한적한 도시에서 사립탐정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주인공 우카이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는 자의든 타의든 간에 자신에게 맡겨진 사건을 해결함에 있어, 의외의 예리한 판단력과 해박한 논리를 펼쳐내어 상당한 활약을 보이는데, 그런 이유때문인지 간혹 허세를 부리는 모습에도 왠지 밉지가 않고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능글맞은 말투로 폭소를 자아내지만 어색한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조금은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개인적으로 볼 때 이 작품은, 사건과 관련하여서는 흥미로운 추리과정의 부분과 사건 전반에 걸쳐져 있는 웃음을 코드가 적절하게 녹아져 있어 작품을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는 즐거움을 전해주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이전 작품들이 그래왔듯이 이 작품 역시도 어떻게 보면 독자들에게 그 호불호가 분명하게 드러날 만큼, 여타의 다른 추리물들과는 다른 개성이 있는 추리물에 속한다고 하겠다. 그래서 본격적인 추리물을 선호하는 마니아들에게는 다소 꺼려질 수도 있을 듯하다. 또한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일부 트릭의 경우도, 이전의 다른 작품들 어디에선가 보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눈에 익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그러나 대개의 추리물들이 강조해왔던 이를테면 임팩트 있는 스릴이나 예상을 뒤엎는 반전의 묘미 같은 비슷비슷한 흐름의 형태에서 벗어나, 독특한 캐릭터를 등장시킴과 동시에 해학적이고 재치 있는 내용을 담아 누구나 부담 없이 추리물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측면에서 높이 살만하다. 올해부터 일본 아사히 방송은 이 작가의 작품을 토대로 탐정드라마가 방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예상해 보건데 이 작품 역시도 그 프로그램의 일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은 이 작품이 그만큼 대중들에게 손쉽게 다가설 수 있으며, 추리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하나의 척도로 판단해도 될듯하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추리의 묘미를 즐기고 싶은 독자들이나, 기존의 추리물에서 어떤 지루함이나 따분함을 느끼는 독자들이 혹시 있다면, 이 작품을 통해 색다른 추리의 재미를 느껴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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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 유 미 비포 유 (살림)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과 관련한 많은 영화들이 있어왔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을 맡았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라는 작품이다. 알코올중독자로 순간 모든 것을 잃고, 한손에 움켜쥔 보드카를 마시며 오늘도 여전히 술에 취해 서서히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우울한 남자가 있다. 그런 그 앞에 낮선 여인이 문득 나타난다. 그리고 마침내 이들은 서로 필요에 의해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헤어지고 만다. 시간이 지나고 우연한 기회에 다시 조우한 이들 두 사람은, 그때서야 사랑이 무언지를 진정 깨닫게 되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미 남아 있지 않았다. 애절하면서도 우리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로맨스가 펼쳐졌던 이 영화를 아마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우선하여 생각났던 것은, 전개되는 이야기의 내용과는 사뭇 다르지만, 예전에 보았던 내 기억 속의 바로 그 영화였다.

 

이 작품은 한순간의 불의의 사고로 인해 거의 전신 마비의 상태가 되어버린 뒤, 이제는 살아갈 희망조차도 생각하기 힘든 한 남자의 처절하면서도 애틋하고, 그러면서도 가슴이 저미어질 만큼 아름다운 삶의 과정이 흥미롭게 담아져 있다. 그래서 메마른 우리의 감성을 일깨워주는 이 가을의 계절에 읽기에 적당하다고 할까 싶은 책으로 여겨진다. 작품 속 주인공은 현재 자신에게 처해진 상황이 더 이상 진전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삶의 끈을 이대로 이어가야 하는 건가에 대한 심한 번뇌의 갈등과 느끼다가, 6개월 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스스로를 맡기게 된다. 그 시간 안에 어떤 기적을 바라는 것이 아닌, 적어도 지금까지 자신이 느끼지 못했고 진정으로 품을 수 없었던 어떤 새로운 의미 있는 일들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에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소박한 삶을 소망하는 지극히 평범한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이들은 서로 간의 공통점도 전혀 없었고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보였지만, 그들이 함께한 불과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관계는 애초 서로가 의도했던 목적과는 달리 서서히 뜻하지 않았던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상하게도 이 작품은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어떤 무엇을 강제하거나 유도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이야기의 흐름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만약 주인공이 당신이라면 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집요하게 묻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 마치 독자가 어느새 주인공처럼 동일시 되어버려, 그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해야 할까 하고 안절부절 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으로 보인다. 특히 줄거리 전개과정에서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듯한 입체적인 느낌과, 읽으면 읽을수록 감정의 이입이 고조되는 강한 흡입력을 불러일으키고 있어서, 독자들이 쉽게 책에서 눈을 떼게 하지 못하게 만드는 강점을 지니고 있지 않나 싶다. 게다가 마지막 페이지쯤에 도착하게 되면, 애잔하면서도 감동이 있고, 씁쓸하면서도 한편 작은 미소를 짓게 만들고, 무언가 아쉬우면서도 결과적으로는 개운한 느낌이 들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도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현실과는 조금 괴리된 내용이 아닌가 싶고, 또한 어디선가 한번 본 것 같은 통속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일부의 독자들에게는 결말이 너무 쉽게 예상되는 한마디로 너무 뻔하다 싶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어쩌면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있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는, 사랑과 죽음에 대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독자들이 한번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더구나 이 작품은 발표되자마자 영국과 미국의 많은 독자들에게 상당한 호평을 받았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사연을 담은 이 책을 통해서 과연 진정한 사랑이란 무얼 두고 말하는지 다시금 돌이켜보는 계기를 삼아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사랑은 돈으로도 살수 없고, 인위적으로 강제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우리 중 누군가는 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어찌 됐든 살아가다 보면 그때는 미처 몰랐어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절실하게 가슴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그것이 아니면 살아갈 의미와 가치를 잃어버릴 만큼 간절하고 소중한 그런 것들 말이다. 아마 이 중에는 사랑이라는 것도 분명 그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우리들은 사랑이 어디까지를 포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물론 그 깊이와 넓이가 어디까지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가 생각하는 범위 이상은 되지 않을까 싶다. 또 진정한 사랑은 원래 그런 것이어야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작품 속 주인공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것과 같은 사랑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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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집행인의 딸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1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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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개인적으로 픽션이 되었던 논픽션이던 상관없이 역사와 관련한 배경과 그 이면에 숨겨진 여러 이야기들을 살펴보는 것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더욱이 이 소설은 공교롭게도 추리의 내용을 주요소로 하여 줄거리가 전개되어 있어서, 출간 전부터 내게 상당한 관심과 눈길을 이끌어 반가움이 앞섰던 책으로 기억 된다. 사실 지금도 여전히 여러 출판사들에 의해 다양한 추리작품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역사추리물들에 관한 출간의 빈도는 무척 낮은 경향을 보였었다. 그래서 이 작품은 그러한 측면에서 장르소설을 좋아 하는 독자들에게 있어 폭넓은 선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역사추리소설만이 갖는 여러 특징들, 이를테면 당시의 시대상황을 우리가 다시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것과, 그 시기에 행해졌을 다양한 범죄의 실태와 이를 추적하는 수사의 과정, 그리고 심판의 절차까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들여다 볼 수 있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아마도 이 작품은 이 책을 읽는 나뿐만이 아닌, 여타의 독자들에게도 의외의 흥미로운 책읽기의 시간을 제공해주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실제로 존재했던 사실을 토대로 픽션을 가미하여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 이 작품은, 한 소년의 석연치 않은 죽음이 발견되면서부터 시작된다. 소년의 몸은 누군가에 의해 여러 차례 칼에 찔린 상태였는데, 몸의 한쪽에 어떤 표식을 의미하는 작은 기호가 그려져 있다. 작품 속 주인공이 되는 사형 집행인은 소년의 몸에 나타난 상처를 두고 이를 근거로 누군가에 의한 타살이라는 결론을 내리지만, 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구경꾼들은 시체의 몸에서 발견된 기묘한 모양을 보고, 이는 분명 마녀와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찬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이야기는 그 진실이 과연 어디에 있을지를 두고 팽팽한 긴장감 속에 흥미롭게 진행 된다. 이 작품은 독자들 입장에서 소설 속에 애초 발단이 된 줄거리의 앞부분의 전개내용으로만 판단해 본다면, 이성적인 논리에서 조금은 벗어난 괴리된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다소 의아함을 보일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연이어 발생되는 살인 사건에 대한 미스터리의 배경과, 마녀사냥이 과연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에 대해 그 음모의 근원지를 밝혀내려는 주인공의 행보에 무게감이 서로 균형적으로 맞물리고 있어서, 기존의 추리물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색다른 묘미의 매력을 가진 작품으로 다가서지 않을까 싶다.


우선 이 작품에서 직접적이며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마녀사냥에 관한 것이다. 사실 이러한 마녀사냥에 대한 논리는, 물론 그 내용은 조금 달리하겠지만 과학의 발전에 따른 많은 혜택을 입고 사는 오늘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우리의 사회 속에 끊임없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눈길을 끄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중세 독일의 한 마을에서 벌어진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마녀사냥이 어떻게 전개되고 실행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작품은, 이성적인 논리보다 실체를 분별하지 못하는 광기에 사로잡힌 군중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이채롭다. 특히 독자의 입장에서 무엇보다 주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마녀사냥을 주제를 펼쳐진 이야기에 흡인력 있는 전개과정과, 시작에서부터 시종일관 느껴지는 긴장감, 그리고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통한 사실감 넘치는 세밀한 묘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들을 적절하게 조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러한 면에 비추어 볼 때, 장르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역사추리소설로 여겨진다. 더구나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주제의 깊은 속뜻을 독자들이 생각해 본다면, 단순한 재미만을 주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소설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여겨졌던 부분이 의외로 많았는데,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를 언급하자면, 중세시대에 마구잡이로 행해졌던 비이성적이며 비논리적인 마녀사냥에 대한 실존적 이야기를 펼쳐냄으로서, 작품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올바른 사고의 중요성과 가치관의 정립에 적잖은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시대나 사회를 막론하고 법이나 규칙 그리고 사회관습에 반하는 많은 범죄들이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범죄행위들은 마땅히 법에 의해 그에 상응한 처벌이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과는 다른,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을 통해 인위적이고 의도적인 방법에 의한 것이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본다면 이 소설은 내용에 있어 추리적 흥미의 요소뿐만 아니라, 그 형태와 방식이 다를지는 몰라도 우리 사회에 혹시 모를 마녀사냥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아 독자들에게 전달해주고 있지 않나 싶다. 더불어 자신의 목숨에 위협을 받으면서도 의지와 신념을 가지고 진실을 찾으려고 했던 이 소설 주인공의 실천적 행동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도 이와 같은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졌으면 하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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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의 고향 - 조선시대 학자들의 리더십과 역사 기행
KBS 학자의 고향 제작팀 엮음 / 서교출판사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성리학을 정치의 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시대는 형식적으로 왕권에 의해 통치된 사회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신권에 의한 사회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조선을 왕의 나라가 아닌 선비의 나라였다고 말하기도 한다. 강력한 왕권의 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선의 역사 내용을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국이 있었던 초기의 시기를 제외한 나머지 기간 대부분은, 왕권에 의존한 정치라기보다는 신권에 의한 정치였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듯하다. 그렇다 보니 당시의 시대를 이끌어 가던 많은 대학자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고, 이들은 곧 조선의 핵심적인 중추세력이기도 했다. 물론 신권이 대두되면서 생겨난 문제점이 없진 않았다. 이를테면 중기 이후부터 등장하기 시작 했던 붕당 정치는 이해세력 간의 분열을 조장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로 말미암아 당쟁이 심화되기도 했으며, 민생이 때로 뒷전이 되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조선 왕조 500여년의 기간 동안에 다른 어떤 나라의 문화에도 전혀 꿀리지 않는, 많은 문화의 창달이 있었으며 도덕과 의리를 강조한 이들의 삶과 사상은, 오늘날까지 우리가 본받아야 할 가치 있는 정신적 문화유산으로 남아 있다. 이 책은 조선왕조가 개창 된 이후 어려운 난국에서도 뛰어난 안목과 리더십을 보여주었던 당대 학자들의 일면을 집중 조명하고자 했다. 따라서 독자들이 그들이 남겨놓은 다양한 업적들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황을 오늘의 시각에서 이해하고, 교훈적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유익한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한때 TV에서 방송되었던 <학자의 고향>이라는 프로그램에 등장했던 조선시대의 학자들을 중심으로 다루었는데, 그 인물들 하나하나의 삶을 역사의 사실에 근거하여 세부적으로 다루고 있어 주목해볼 만하다. 시기를 크게 나누어 이 책속에서 소개하고 있는 인물 중에 대표적인 학자들을 살펴보자면, 고려가 멸망하고 새롭게 들어선 조선 초기에는, 개국의 사상적 지주였으며 정치사회 전반에 그 기틀을 다져놓았던 정도전이 있었고, 성군이라고 일컬어지며 문화의 꽃을 피웠던 세종 때에는, 위민정치의 모범이 되었던 황희가 있었다. 조선 중기는 임진왜란을 비롯해 붕당정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였기에, 대내외적으로 혼란스럽고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뛰어난 자질을 지닌 학자들은 속속 등장했는데, 설득과 통합을 기치로 내세워 국난을 극복해냈던 유성룡과 이원익이 있었으며, 벼슬보다는 학문과 자신을 수양하는데 힘쓰며 지조 높은 선비상을 보여주었던 이황과, 더불어 맥락은 조금 다르지만 변화된 시대에 맞춰 개혁을 추구하고자했던 이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조선 후기에도 눈여겨 볼만한 많은 선비들이 있었는데, 병자호란 이후 새로운 조선을 열망하고자 했고 실학의 문을 열었던 유형원과, 폭넓은 분야의 저술활동과 함께 이를 현실에 접목시키고 부흥시켰던 정약용을 들 수 있겠다. 이들은 저마다 각자의 위치에서 정치적 견해와 소신은 달리했지만, 우리가 이들로부터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점은, 자신의 명예와 안위를 먼저 생각하기보다 국가와 사회 그리고 백성을 위해 긍정정인 방향으로 리더십을 발휘했다는데 있다.


조선시대는 이미 오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그 시기에 존재했던 대학자들의 사상과 도덕적 함양의 정신은 오늘에까지 면면이 이어져오고 있다. 중국의 공자는 선비의 자격으로 제일 우선시 되어야했던 덕목으로, 행동에 염치가 있어야함을 말했으며, 맹자는 옳음의 자리에 서며 도리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고려시대에도 이러한 선비의 정신을 갖춘 학자들이 있었지만, 이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것은 조선시대였다. 대부분 알다시피 조선왕조가 진행되었던 시기에 누가 더 낫다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선비적 기질을 지닌 많은 대학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상대견제세력들의 압력에 의해 때로는 유배를 당하기도 하고 목숨까지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지만, 그때마다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의를 행하며 신하의 도리에 충실했음을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평가가 어느 한쪽에 치우친 것이 아닌 다각적인 면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이들은 선비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추지 않았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영웅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러한 영웅의 출현 이면에는, 그를 뒷받침 했던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이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간혹 망각하곤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조선이 500년을 넘는 긴 역사를 자랑할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이들이 존재했기 때문은 아닐까. 요즘 우리 사회에 멘토라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는듯하다. 그런데 이를 멀리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책 속에 설명되어 있는 조선의 대학자들의 지나온 생애를 더듬어보면서, 그들이 추구하려고 했던 도덕적 가치관이나 학문적 소양을 배워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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