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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과 관련한 많은 영화들이 있어왔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을 맡았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라는 작품이다. 알코올중독자로 순간 모든 것을 잃고, 한손에 움켜쥔 보드카를 마시며 오늘도 여전히 술에 취해 서서히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우울한 남자가 있다. 그런 그 앞에 낮선 여인이 문득 나타난다. 그리고 마침내 이들은 서로 필요에 의해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헤어지고 만다. 시간이 지나고 우연한 기회에 다시 조우한 이들 두 사람은, 그때서야 사랑이 무언지를 진정 깨닫게 되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미 남아 있지 않았다. 애절하면서도 우리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로맨스가 펼쳐졌던 이 영화를 아마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우선하여 생각났던 것은, 전개되는 이야기의 내용과는 사뭇 다르지만, 예전에 보았던 내 기억 속의 바로 그 영화였다.

 

이 작품은 한순간의 불의의 사고로 인해 거의 전신 마비의 상태가 되어버린 뒤, 이제는 살아갈 희망조차도 생각하기 힘든 한 남자의 처절하면서도 애틋하고, 그러면서도 가슴이 저미어질 만큼 아름다운 삶의 과정이 흥미롭게 담아져 있다. 그래서 메마른 우리의 감성을 일깨워주는 이 가을의 계절에 읽기에 적당하다고 할까 싶은 책으로 여겨진다. 작품 속 주인공은 현재 자신에게 처해진 상황이 더 이상 진전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삶의 끈을 이대로 이어가야 하는 건가에 대한 심한 번뇌의 갈등과 느끼다가, 6개월 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스스로를 맡기게 된다. 그 시간 안에 어떤 기적을 바라는 것이 아닌, 적어도 지금까지 자신이 느끼지 못했고 진정으로 품을 수 없었던 어떤 새로운 의미 있는 일들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에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소박한 삶을 소망하는 지극히 평범한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이들은 서로 간의 공통점도 전혀 없었고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보였지만, 그들이 함께한 불과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관계는 애초 서로가 의도했던 목적과는 달리 서서히 뜻하지 않았던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상하게도 이 작품은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어떤 무엇을 강제하거나 유도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이야기의 흐름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만약 주인공이 당신이라면 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집요하게 묻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 마치 독자가 어느새 주인공처럼 동일시 되어버려, 그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해야 할까 하고 안절부절 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으로 보인다. 특히 줄거리 전개과정에서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듯한 입체적인 느낌과, 읽으면 읽을수록 감정의 이입이 고조되는 강한 흡입력을 불러일으키고 있어서, 독자들이 쉽게 책에서 눈을 떼게 하지 못하게 만드는 강점을 지니고 있지 않나 싶다. 게다가 마지막 페이지쯤에 도착하게 되면, 애잔하면서도 감동이 있고, 씁쓸하면서도 한편 작은 미소를 짓게 만들고, 무언가 아쉬우면서도 결과적으로는 개운한 느낌이 들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도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현실과는 조금 괴리된 내용이 아닌가 싶고, 또한 어디선가 한번 본 것 같은 통속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일부의 독자들에게는 결말이 너무 쉽게 예상되는 한마디로 너무 뻔하다 싶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어쩌면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있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는, 사랑과 죽음에 대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독자들이 한번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더구나 이 작품은 발표되자마자 영국과 미국의 많은 독자들에게 상당한 호평을 받았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사연을 담은 이 책을 통해서 과연 진정한 사랑이란 무얼 두고 말하는지 다시금 돌이켜보는 계기를 삼아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사랑은 돈으로도 살수 없고, 인위적으로 강제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우리 중 누군가는 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어찌 됐든 살아가다 보면 그때는 미처 몰랐어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절실하게 가슴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그것이 아니면 살아갈 의미와 가치를 잃어버릴 만큼 간절하고 소중한 그런 것들 말이다. 아마 이 중에는 사랑이라는 것도 분명 그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우리들은 사랑이 어디까지를 포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물론 그 깊이와 넓이가 어디까지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가 생각하는 범위 이상은 되지 않을까 싶다. 또 진정한 사랑은 원래 그런 것이어야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작품 속 주인공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것과 같은 사랑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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