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의 고향 - 조선시대 학자들의 리더십과 역사 기행
KBS 학자의 고향 제작팀 엮음 / 서교출판사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성리학을 정치의 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시대는 형식적으로 왕권에 의해 통치된 사회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신권에 의한 사회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조선을 왕의 나라가 아닌 선비의 나라였다고 말하기도 한다. 강력한 왕권의 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선의 역사 내용을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국이 있었던 초기의 시기를 제외한 나머지 기간 대부분은, 왕권에 의존한 정치라기보다는 신권에 의한 정치였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듯하다. 그렇다 보니 당시의 시대를 이끌어 가던 많은 대학자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고, 이들은 곧 조선의 핵심적인 중추세력이기도 했다. 물론 신권이 대두되면서 생겨난 문제점이 없진 않았다. 이를테면 중기 이후부터 등장하기 시작 했던 붕당 정치는 이해세력 간의 분열을 조장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로 말미암아 당쟁이 심화되기도 했으며, 민생이 때로 뒷전이 되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조선 왕조 500여년의 기간 동안에 다른 어떤 나라의 문화에도 전혀 꿀리지 않는, 많은 문화의 창달이 있었으며 도덕과 의리를 강조한 이들의 삶과 사상은, 오늘날까지 우리가 본받아야 할 가치 있는 정신적 문화유산으로 남아 있다. 이 책은 조선왕조가 개창 된 이후 어려운 난국에서도 뛰어난 안목과 리더십을 보여주었던 당대 학자들의 일면을 집중 조명하고자 했다. 따라서 독자들이 그들이 남겨놓은 다양한 업적들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황을 오늘의 시각에서 이해하고, 교훈적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유익한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한때 TV에서 방송되었던 <학자의 고향>이라는 프로그램에 등장했던 조선시대의 학자들을 중심으로 다루었는데, 그 인물들 하나하나의 삶을 역사의 사실에 근거하여 세부적으로 다루고 있어 주목해볼 만하다. 시기를 크게 나누어 이 책속에서 소개하고 있는 인물 중에 대표적인 학자들을 살펴보자면, 고려가 멸망하고 새롭게 들어선 조선 초기에는, 개국의 사상적 지주였으며 정치사회 전반에 그 기틀을 다져놓았던 정도전이 있었고, 성군이라고 일컬어지며 문화의 꽃을 피웠던 세종 때에는, 위민정치의 모범이 되었던 황희가 있었다. 조선 중기는 임진왜란을 비롯해 붕당정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였기에, 대내외적으로 혼란스럽고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뛰어난 자질을 지닌 학자들은 속속 등장했는데, 설득과 통합을 기치로 내세워 국난을 극복해냈던 유성룡과 이원익이 있었으며, 벼슬보다는 학문과 자신을 수양하는데 힘쓰며 지조 높은 선비상을 보여주었던 이황과, 더불어 맥락은 조금 다르지만 변화된 시대에 맞춰 개혁을 추구하고자했던 이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조선 후기에도 눈여겨 볼만한 많은 선비들이 있었는데, 병자호란 이후 새로운 조선을 열망하고자 했고 실학의 문을 열었던 유형원과, 폭넓은 분야의 저술활동과 함께 이를 현실에 접목시키고 부흥시켰던 정약용을 들 수 있겠다. 이들은 저마다 각자의 위치에서 정치적 견해와 소신은 달리했지만, 우리가 이들로부터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점은, 자신의 명예와 안위를 먼저 생각하기보다 국가와 사회 그리고 백성을 위해 긍정정인 방향으로 리더십을 발휘했다는데 있다.


조선시대는 이미 오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그 시기에 존재했던 대학자들의 사상과 도덕적 함양의 정신은 오늘에까지 면면이 이어져오고 있다. 중국의 공자는 선비의 자격으로 제일 우선시 되어야했던 덕목으로, 행동에 염치가 있어야함을 말했으며, 맹자는 옳음의 자리에 서며 도리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고려시대에도 이러한 선비의 정신을 갖춘 학자들이 있었지만, 이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것은 조선시대였다. 대부분 알다시피 조선왕조가 진행되었던 시기에 누가 더 낫다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선비적 기질을 지닌 많은 대학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상대견제세력들의 압력에 의해 때로는 유배를 당하기도 하고 목숨까지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지만, 그때마다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의를 행하며 신하의 도리에 충실했음을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평가가 어느 한쪽에 치우친 것이 아닌 다각적인 면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이들은 선비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추지 않았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영웅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러한 영웅의 출현 이면에는, 그를 뒷받침 했던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이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간혹 망각하곤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조선이 500년을 넘는 긴 역사를 자랑할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이들이 존재했기 때문은 아닐까. 요즘 우리 사회에 멘토라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는듯하다. 그런데 이를 멀리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책 속에 설명되어 있는 조선의 대학자들의 지나온 생애를 더듬어보면서, 그들이 추구하려고 했던 도덕적 가치관이나 학문적 소양을 배워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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