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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집행인의 딸 ㅣ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1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픽션이 되었던 논픽션이던 상관없이 역사와 관련한 배경과 그 이면에 숨겨진 여러 이야기들을 살펴보는 것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더욱이 이 소설은 공교롭게도 추리의 내용을 주요소로 하여 줄거리가 전개되어 있어서, 출간 전부터 내게 상당한 관심과 눈길을 이끌어 반가움이 앞섰던 책으로 기억 된다. 사실 지금도 여전히 여러 출판사들에 의해 다양한 추리작품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역사추리물들에 관한 출간의 빈도는 무척 낮은 경향을 보였었다. 그래서 이 작품은 그러한 측면에서 장르소설을 좋아 하는 독자들에게 있어 폭넓은 선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역사추리소설만이 갖는 여러 특징들, 이를테면 당시의 시대상황을 우리가 다시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것과, 그 시기에 행해졌을 다양한 범죄의 실태와 이를 추적하는 수사의 과정, 그리고 심판의 절차까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들여다 볼 수 있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아마도 이 작품은 이 책을 읽는 나뿐만이 아닌, 여타의 독자들에게도 의외의 흥미로운 책읽기의 시간을 제공해주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실제로 존재했던 사실을 토대로 픽션을 가미하여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 이 작품은, 한 소년의 석연치 않은 죽음이 발견되면서부터 시작된다. 소년의 몸은 누군가에 의해 여러 차례 칼에 찔린 상태였는데, 몸의 한쪽에 어떤 표식을 의미하는 작은 기호가 그려져 있다. 작품 속 주인공이 되는 사형 집행인은 소년의 몸에 나타난 상처를 두고 이를 근거로 누군가에 의한 타살이라는 결론을 내리지만, 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구경꾼들은 시체의 몸에서 발견된 기묘한 모양을 보고, 이는 분명 마녀와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찬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이야기는 그 진실이 과연 어디에 있을지를 두고 팽팽한 긴장감 속에 흥미롭게 진행 된다. 이 작품은 독자들 입장에서 소설 속에 애초 발단이 된 줄거리의 앞부분의 전개내용으로만 판단해 본다면, 이성적인 논리에서 조금은 벗어난 괴리된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다소 의아함을 보일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연이어 발생되는 살인 사건에 대한 미스터리의 배경과, 마녀사냥이 과연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에 대해 그 음모의 근원지를 밝혀내려는 주인공의 행보에 무게감이 서로 균형적으로 맞물리고 있어서, 기존의 추리물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색다른 묘미의 매력을 가진 작품으로 다가서지 않을까 싶다.
우선 이 작품에서 직접적이며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마녀사냥에 관한 것이다. 사실 이러한 마녀사냥에 대한 논리는, 물론 그 내용은 조금 달리하겠지만 과학의 발전에 따른 많은 혜택을 입고 사는 오늘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우리의 사회 속에 끊임없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눈길을 끄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중세 독일의 한 마을에서 벌어진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마녀사냥이 어떻게 전개되고 실행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작품은, 이성적인 논리보다 실체를 분별하지 못하는 광기에 사로잡힌 군중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이채롭다. 특히 독자의 입장에서 무엇보다 주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마녀사냥을 주제를 펼쳐진 이야기에 흡인력 있는 전개과정과, 시작에서부터 시종일관 느껴지는 긴장감, 그리고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통한 사실감 넘치는 세밀한 묘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들을 적절하게 조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러한 면에 비추어 볼 때, 장르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역사추리소설로 여겨진다. 더구나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주제의 깊은 속뜻을 독자들이 생각해 본다면, 단순한 재미만을 주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소설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여겨졌던 부분이 의외로 많았는데,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를 언급하자면, 중세시대에 마구잡이로 행해졌던 비이성적이며 비논리적인 마녀사냥에 대한 실존적 이야기를 펼쳐냄으로서, 작품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올바른 사고의 중요성과 가치관의 정립에 적잖은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시대나 사회를 막론하고 법이나 규칙 그리고 사회관습에 반하는 많은 범죄들이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범죄행위들은 마땅히 법에 의해 그에 상응한 처벌이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과는 다른,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을 통해 인위적이고 의도적인 방법에 의한 것이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본다면 이 소설은 내용에 있어 추리적 흥미의 요소뿐만 아니라, 그 형태와 방식이 다를지는 몰라도 우리 사회에 혹시 모를 마녀사냥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아 독자들에게 전달해주고 있지 않나 싶다. 더불어 자신의 목숨에 위협을 받으면서도 의지와 신념을 가지고 진실을 찾으려고 했던 이 소설 주인공의 실천적 행동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도 이와 같은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졌으면 하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