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강 메콩에서
김이기 지음 / 시간여행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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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자주 접하지는 못하지만, 조금의 시간적 여유가 생기게 되면, 자연과 관련한 이야기나 각 나라의 흥미로운 문화를 소개한 다큐멘터리를 찾아,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보고 있는 내 자신을 문득 발견하곤 한다. 그런데 이런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자연의 위대함이나 경이로움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자연을 거스르려는 인간의 무지한 욕망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그리고 자연에 맞선 인간의 작디작은 그 왜소함이 왜 그리 부각될 수밖에 없는지를 은연 중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인류의 문명은 자연의 산물 중 하나로 여겨지는 강을 중심으로 발전되어 왔다. 인간은 생존을 위한 터전으로 물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었고, 더불어 맹수와 같은 육지의 짐승들을 사냥하는데 대한 수고스러움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것이 한결 간편하고 쉬운 방법이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강은 어쩌면 과거에도 그래왔고 현재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한 친구와 같은 존재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메콩강에 관한 이야기도 그런 관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는듯하다. 책 속에는 우리의 문화권에 인접한 동남아시아의 최대의 강으로 불리는 메콩강과 그 지역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집중조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메콩강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이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의미다.



사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메콩강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이 강은 어느 특정국에 한정되어 흐르지 않고 여러 나라의 지역을 지나고 있어 그 이름도 나라마다 제각각 다르다. 메콩강은 중국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하여 지도상으로 보면, 그 강줄기가 거의 수직에 가까운 형태를 이루면서, 라오스와 타이의 국경, 그리고 미얀마와 라오스의 국경 일부를 흐르다가 라오스·캄보디아·베트남을 거친 뒤 베트남 호치민 시를 통과하여 마침내는 남쪽 넓은 삼각주에서 남중국해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메콩강의 총길이는 무려 5천 킬로에 가깝고, 유량도 엄청나서 우리나라의 4대강을 합친 것보다 10배가 넘는 수치를 자랑한다. 특히 메콩 강 하류 유역의 경우 삼각주 지형을 이루고 있어, 농업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관계로 현재 이 부근에 4,500만이 넘는 인구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메콩강이 주는 큰 혜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메콩강 그 줄기의 흐름을 따라 힘든 생존을 펼쳐가고 있는 다양한 생물들과, 그 강에 기대어 소박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여러 소수민족들의 애환을 그리고 지금까지 진행되어 오고 있는 메콩강 주변의 여러 나라들의 문화들을 포함한 다각적인 내용을 선보이고 있어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역적으로 조금 차이는 있겠으나 대체적으로 메콩강주변 지역은 건기와 우기가 뚜렷해서, 불과 20년 전만해도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불법벌목과 야생동물의 포획이 점차 증가하면서 그 개체수가 줄어들었고, 이를 우려한 목소리들이 많아지자 일부 지역에서 레인저 활동과 같은 환경보호를 위한 자구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눈에 띠는 것으로는 다행스럽게도 캄보디아 국경부근 지역에 멸종위기에 놓여 있는 따오기의 서식처가 있으며, 아시아의 세렝게티로 불리는 몬둘끼리 숲의 경우, 호랑이를 포함한 코끼리의 낙원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할듯하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눈이 먼저 가는 곳은, 오래전부터 메콩강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삶을 유지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생활상과 문화적인 부분이다. 특히 해발 천 미터가 넘은 산허리에 자리 잡은 차 재배를 하며 살아가는 중국의 소수민족 아이니족의 소박한 삶과, 라오스 고산 지대에 사는 아카족의 경우, 가파른 지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산비탈에 겹겹이 지어놓은 벼농사를 위한 논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은 풍족하지 않은 생활에도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은, 마음과 시간의 여유조차 맘껏 누리지 못하는 우리 도시인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메콩강의 거대한 물줄기는 그동안 자연을 거스르려는 인간의 욕망에 의해 더러 이리 찢기고 저리 찢기면서도, 그 아픔을 감내하며 중국을 포함한 인도의 동쪽까지를 아우르며, 그 안에 3억의 인구를 포용하며 오늘도 여전히 유유히 흐르고 있다. 메콩강은 그들에게 있어 어머니의 강으로 불린다. 언제든 먹을 양식을 내주었고 또한 사람들에게 자신에 의지해 살아갈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소개하고 있는 메콩강의 주위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힌두문화와 유교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고, 그 주변에 많은 소수민족들이 자신들만의 독특한 전통문화를 고수하면서도, 새로 유입되는 문화에도 거부감 없이 이를 수용하며 살아가는 평화로운 일상의 모습을 여과 없이 들여다 볼 수 있다. 우리는 이 책의 내용이 알려주는 바와 같이 어디를 가든지, 단지 말과 문화의 차이만이 존재할 뿐, 사람 사는 세상은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메콩강과 그 주변의 이야기는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떻게 사는 행복한 것이며,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가를 진정 깨닫게 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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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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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적으로 대표적인 범죄느와르 작품을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말론브란도가 주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던 영화 ‘대부’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1940년대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미국 도시사회의 이면에 감추어진 어두운 뒷골목의 이야기를 실화를 바탕으로 흥미롭게 그려냄으로서, 신선한 충격과 전율을 느끼게 하여 많은 관객들로 하여금 상당한 호평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혹시 영화 대부에 흥미를 느꼈었던 독자들이 있다면, 이 소설이 전개하고 있는 내용 역시도 그에 준하는 상당한 재미와 즐거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사실 그동안 갱스터 느와르와 연관한 소설들의 경우 다른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의 독자들에게는 이에 관한 관심도가 그리 높아 보이진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것은 아무래도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이 어느 정도 크게 작용되었다고도 볼 수 있지만, 한편에는 작품이 담고 있는 어떤 의미 있는 메시지가 강조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배신과 음모, 그리고 폭력과 같은 비인간적이고 자극적인 부분들에 대해 독자들이 다소 거리감을 느꼈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이 작품 역시 그러한 부분에 자유롭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 전반적인 내용을 생각해볼 때, 영화 대부의 몇 장면을 떠올릴 수 있을 만큼의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이미지들을 감상할 수 있는데다가, 특히 작품 속 사실적 묘사에 따른 흥미로운 줄거리 전개와 함께, 뛰어난 가독성은 물론이고 휴머니스트적인 요소가 담보되어 있어서 의외의 괜찮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 조지프는 촉망받는 현직 경찰관인 아버지를 두었으나, 정작 자신은 보스턴 뒷골목의 3류 건달이나 다름없는 갱스터 생활에 푹 빠져 살아간다. 그러나 말이 갱단이지 그가 속한 갱단은 일종의 좀도둑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갱으로서 주먹이나 체력적으로는 보잘 것 없는 편에 속했지만, 두뇌회전이 빠르고 뛰어난 판단력으로, 자신보다 몇 살 위인 동료들로부터 상당한 신임과 함께 리더의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되는 잊지 못할 사건이 터지게 된다. 그날 벌어진 일의 발단은 이렇다. 조지프가 속한 일당이 여느 때와 똑같이 보스턴의 어느 비밀술집을 습격을 하던 중, 그곳에서 일하고 있던 한 여인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고 결국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 이러한 사실은 훗날 엄청난 일을 초래하게 만드는 원인의 씨앗으로 싹트게 된다. 이 작품은 1920년대 금주법이 실행되던 그 시기에 미국의 암흑가에서 비일 비재하게 벌어졌던 갱스터 간의 세력 다툼에 관한 이야기가 실감나게 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 시기에 미국은 공권력이 무색할 만큼의 많은 갱스터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는데, 이는 당시 미국 전역에 걸쳐 시행됐던 주류의 제조와 유통 금지법이 크게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밀주가 성행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는 범죄 집단의 형성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측면에서 이 작품은 시대상을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포착하여, 치밀한 구성으로 범죄느와르 분야에서 또 하나의 걸작을 탄생시키지 않았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 작품은 얼핏 보면 마초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남성위주의 작품처럼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 독자들이 어디에선가 한번 보았을 법한, 영화 속 갱스터들의 화려한 액션이나, 범죄자 간의 의리를 강조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작품의 경우는 기존 그런 작품들의 이야기에서 사뭇 다른 차이점을 볼 수 있다. 우선 작품 전반에 걸쳐 휴머니스트적인 요소가 짙게 배어 있다는 점이다. 아버지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주인공은 뒷거리의 불량한 청소년으로 자라지만, 이후 그의 모습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아마도 이러한 부분은 분명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 내용을 시사해주리라 생각한다. 또 하나는 기존 영화나 소설의 작품들이 대부분 대중적인 기호에 맞추어 흥미위주의 자극적인 면에 많은 것을 할애했다고 보면, 이 소설은 그러한 대중적인 면에 더하여 작품이 담고 있는 내용에 대해 독자들로 하여금 사색을 가능케 함으로서, 작품완성도의 측면이 한층 강화되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읽으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던 점은, 흥미로운 캐릭터들의 설정과 사건의 연속성을 통한 인물들의 변화 과정의 흐름이,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생각이 들 만큼 사실적이고 상당한 흡인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계기로 이와 유사한 성격의 많은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선보였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끝으로 시대와 배경은 다르지만,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갱스터 느와르 작품이 갖는 의미는, 비정한 암흑가의 실질적인 세계를 독자들이 한층 가까이에서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채롭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러한 작품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속성을 부각시킴으로 해서,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데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이 단순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많은 독자들에게 언젠가 혹시 모를 불편한 진실에 맞닥트리게 될 때, 흔들리지 않는 가치관 형성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시각에서 읽혀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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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만들어진 세계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 - 미국이 쓴 착한 사마리아인의 탈을 벗기다
노엄 촘스키 지음, 강주헌 옮김 / 시대의창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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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현대의 시대를 맞이하기까지 그 오랜 과정에는 폭력과 억압, 경제대공황, 이데올로기의 대결에 의한 냉전과 같은 수 없이 많은 격변의 현상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두발로 딛고 있는 이 세상이 아직 살만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아무리 어렵고 힘든 고난의 환경에도, 그때마다 불의에 타협하거나 굴복하지 않고 목숨의 위협에도 결코 주저하지 않았던 많은 이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러한 사람들이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주장하고 외치는 굳은 한마디의 말과, 정의를 바로세우고자 하는 거룩하고 숭고한 행위들을 통해, 우리는 또 하나의 새로운 사실을 깨닫고 세상에 대한 절망보다는 희망에 대한 긍정적인 힘을 얻기도 한다. 그러한 시각에 비추어 볼 때, 이 시대의 지성인으로 불리는 노암 촘스키를 그런 인물에 가까울 것이라는 의견에 부정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학자이자 세계적인 석학이며 지성인으로서, 그 실천적 사명과 모범을 보여 온 그의 최신 칼럼들을 담아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그는 그동안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고 또 지금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여러 불편한 사실들에 대해 비판과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더불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여 세계 평화와 인류번영을 위해 각국 모두가 건설적인 방향으로 힘쓸 것을 촉구한다. 그는 이 시간에도 때로 학자로서 일개의 시민으로, 강단과 언론매체를 통해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를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 본다면 이 책은 아마도 독자들에게 있어, 세계 변화의 흐름에 따른 올바른 세계관과 가치관을 정립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고,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사상적 견해와 철학을 간접적으로나마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속에는 급변하고 있는 세계정세에 대한 노암 촘스키의 다양한 생각과 의견들을 엿볼 수 있는데, 그 내용이 하나 같이 우리의 현실과 직결되어 있는 것이어서 독자의 관심과 주목을 이끈다. 이 책에는 세계적으로 군사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미국의 중동정책과 연관하여 그들의 비양심적, 비인도적인 행태들과, 금융위기를 불러온 미국 내의 금융, 정치 권력세력의 문제점, 그리고 미국의 패권에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르는 중국을 포함한 몇몇 국가들이 직면한 여러 현안들이 세밀하게 다루어져 있다. 우선 촘스키는 책 속 칼럼을 통해 미국이 그동안 줄곧 펼쳐왔던 중동의 외교정책에 많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미국은 자신들의 중동외교정책에 대해 테러에 대비한 자국의 안보와 중동전역에 평화를 정착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여러 자료의 분석에 근거한 촘스키의 말에 따르면, 이는 미국이 자국의 언론을 이용해 우리의 눈과 귀를 가려왔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미국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중동정책의 중심에는, 그들이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스라엘과 협력하여 석유자원의 안정적 지배와, 자국의 석유 기업에 막대한 이익을 벌어다주는 것이라면서, 이제라도 이러한 후안무치적인 외교정책의 기조에서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현재 그 해결의 끝이 보이지 않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골치 아픈 영토분쟁에 대해서도 수차례 반복하여 언급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양국이 서로 적대적인 대결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이 문제에 관하여, 평화로운 공존을 유지하기 위해 UN을 통한 국제기구는 이에 충분한 논의를 거쳤고, 무려 140개국이 넘는 나라의 찬성을 얻어내면서 새로운 양상을 보이는듯했다. 그러나 결국 이 문제가 여전히 원만히 해결되지 못한 것을 두고, 그 원인의 중심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있으며, 애초 약속과 달리 이를 이행치 않는 그들의 비신사적이고 비합법적인 행위에 날선 비판의 시선으로 질타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의 입장에서 특히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북한의 핵보유에 관한 문제였다. 다자회담을 통해 북한은 핵무기와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포기를 수용했지만, 이후 부시 행정부가 외교적 해결보다는 대결적인 국면을 선택함으로서,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의 긴장감이 고조되었었다. 그는 이러한 사실에 대해 미국이 과연 대화와 타협을 우선으로 삼는 진정한 민주주의국가라고 말할 수 있는지를 냉철하게 되묻고 있다. 최근 고도의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새롭게 떠오른 중국의 힘이 예전에 비해 달라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국제정세의 대부분은 미국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이 책의 내용을 통해 그러한 미국에 대하여 이들이 취해왔던 그동안의 여러 정책들에 속내를 살펴볼 수 있으며, 그 와중에 제국주의의 구태적인 행태를 버리지 못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한층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와 달리 오늘 우리가 맞닥트린 현실의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다원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에 우리가 이미 겪었던 고통스럽고 힘든 일들이 결코 적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일들은 과거보다 점점 더 심각한 양상으로 변하고 있기도 하고, 또한 어떤 부분은 언제 터질지 모를 위기에 봉착되어 있기도 해서, 향후 움직임을 쉽게 예측하기 힘든 면이 있다. 세계 패권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넘겨진 이후, 국제 정세의 대부분은 미국을 중심으로 몇몇 국가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물론 UN이라는 국제기구가 있어 각국이 서로 상충되는 부분들이 있거나, 혹은 어느 특정국에 의한 전쟁과 같은 위기상황이 있을 때 그 해결책을 도모하고는 있지만, 이 부분 역시 강대국들의 힘에 의한 논리로 흘러가기는 마찬가지다. 지금 세계 각국은 자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수시로 이합집산하며, 새로운 방향으로의 방법적 모색에 골몰하고 있는듯하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상의 어느 한쪽에서는 자본주의 발달에 따른 생활의 풍요로움을 만끽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반면에 또 다른 곳에서는 내전으로 목숨을 위협받는 불안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고, 먹을 것이 없어 기아의 상태로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들에 대해 우리는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왜 이렇게 되어버렸는지를 깊이 생각하고 판단해보는 일이다. 하지만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 아쉽게도 현재 벌어지고 있는 지구상의 많은 일들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사실인지를 가늠하기가 힘들며, 더구나 그 속내가 무엇인지 파악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담고 있는 노암 촘스키의 칼럼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속 그의 글을 통해, 세상을 향한 우리의 눈을 조금 더 확대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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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전민식 지음 / 북폴리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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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 중에 일부는 아마도 작년에 개봉되어 많은 관객들을 동원하여 흥행에 성공을 거두었던, 영화 감시자들을 보았을지 모르겠다. 이 영화는 중대한 사건에 대한 핵심 용의자를 잡기 위해 경찰 내부의 특수임무를 부여받은 감시팀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놀랐던 것은, 작품 자체의 재미도 그렇지만 이들 감시팀이 사전에 치밀한 계획과 작전을 통해 얼마나 조직적이고 빈틈없이 세부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고 사실적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표가 되는 대상을 추적하고 잡아내기 위해, 단 한 순간의 실수나 허점을 용납하지 않는 고도로 훈련된 형사들의 활약상을 보면서, 위압감과 오싹함을 느꼈던 작품으로 기억된다. 이 영화에서처럼 누군가로 하여금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거나 미행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 자체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일이 될 것인데, 만약 이러한 행위가 공권력을 등에 업고 비밀리에 자행되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 기분은 어떨까 싶다. 이 소설은 영화 감시자들의 나왔던 줄거리와는 사뭇 다른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면 유사한 점이 많은 작품이다. 물론 독자의 입장에서 전개되는 내용을 읽다보면 과연 이런 일이 있기는 한 것일까 하고 조금의 괴리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사회에 다양한 형태의 여러 불법사찰들이 실제 존재해왔음을 감안해보면, 이 작품을 그냥 무심코 넘겨버릴 만은 없는 일종의 사회고발적인 부분을 새롭게 인식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한번 주목해볼만한 작품으로 여겨진다.


부모 없이 보육원에서 어린 시절과 반항적이며 일탈적인 사춘기를 보낸 주인공은, 성인이 되어 보육원을 나오면서 앞으로 자신의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이전과는 정반대의 다른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그에게는 자신이 모르는 한 가지 사실이 있는데,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일종의 자그마한 전자 칩이 그의 몸에 심어져 있다는 것이다. 한편 전자 칩이 보내오는 신호에 따라 주인공의 모든 일상생활을 은밀하면서도 철저하게 미행하며 추적하는 한 여인이 등장한다. 그녀는 한때 조울증과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고 심지어 관음증의 증상까지 있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국가기관 소속으로 비밀리에 운영되고 있는 연구소에 취업을 하게 되고, 그녀가 맡은 업무는 바로 주인공을 행태를 관찰하여 상부에 보고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관찰당하는 자와 관찰하는 자의 개별적 시각에 각각 맞추어져 교차적인 형태를 보이며 그 내용이 흥미롭게 전개되어있다. 겉으로 보이는 작품 속 줄거리의 전개과정을 보면, 불의와 비도덕적인 세상 속의 유혹을 뿌리치려고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는 관찰대상자와, 그러한 상대를 암암리에 지켜보면서 서서히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관찰자로서의 한 여인에 대한 안타까운 현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이 작품이 나타내고자 하는 것은, 두 사람의 연관 관계 이면에 숨겨진 한 인간에 대한 집요하고 거침없는 사찰에 관한 사회성이 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을 읽다보면 독자들이 또 다른 관찰자가 되어 이 두 사람 간에 행해지는 모든 행태들을 은연 중 지켜보게 되는, 마치 관음자의 직접적인 입장이 되는 소설의 서술적 묘미를 실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은, 혹시 우리 자신은 누군가에게 기만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마치 우리가 이미 계획되고 만들어진 세계 속에서 놀아나는 순진무구한 어린아이는 아닌가 하고 말이다. 작품 속 이야기와는 별개의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과학의 눈부신 발달에 힘입어 그에 따른 생활의 편리와 같은 엄청난 혜택을 받고 있지만, 반면에 맞닥트려야 하는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는 외면하거나 혹은 모른척하고 지나가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은 그만큼 우리가 편리성이라는 달콤함에 길들여져 자신도 모르게 문명의 의존도에 크게 좌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를 곰곰이 되돌려 생각해보면 우리 자신의 상당부분은 문명이라는 굴레에 강하게 구속되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만약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 자유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유가 아니라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이 책속의 내용에서처럼 나의 사생활은 명목상 존재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며, 누군가가 나의 모든 것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감찰한다고 가정한다면, 이를 인정하고 수긍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일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무감각하게 오늘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에 자기 자신은 예외일 것이라 쉽게 단정해 버린다. 아마도 작가는 이 작품의 통해 문명의 이기에 속절없이 무너져 가는 현실의 세태를 독자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는지 모른다. 따라서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불신의 사회는 그 미래가 결코 희망적이라 할 수 없는 것처럼,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불편한 현실의 사안들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직시했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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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 이야기 - 세계 거물들은 올해도 그곳을 찾는다
문정인.이재영 지음 / 와이즈베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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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포럼은 일종에 토론형태의 또 다른 하나의 방식이지만, 공공의 장소에서 공공의 문제를 논의하되, 참여자 모두 동등한 위치에서 자유롭게 발언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특징을 갖는다. 그래서 토론자들은 물론이고 청중을 포함한 참여자들 모두가 서로 활발한 의견의 개진을 하고 최종적으로 합의를 이루어내게 된다. 독자들 중에 국내외 시사내용을 자주 접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아마도 경제포럼이니 미래포럼이니 하는 말들을 간혹 봐오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이런 포럼문화가 오늘날처럼 대중들의 시각에 일반화되기까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지만, 이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여 진다. 왜냐하면 우리의 사회가 점차 다원화 되는 경향을 나타내면서 이러한 소통방식을 통해, 각 분야에서 실질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사회 문제점에 대한 보다 나은 해결책을 효과적으로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적으로 많은 포럼들이 존재하지만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면서 주목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과 공신력을 지닌 다보스포럼을 들 수 있겠다. 요즘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다수 국가들의 언론이나 방송매체들이 보도하는 내용들을 살펴보면, 다보스포럼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는데, 이 점은 현재 다보스포럼의 지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포럼은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규모의 크기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정상들은 물론이고 다국적 기업의 CEO, 노벨수상자와 같은 각 분야에서 그야말로 내로라하는 명망 있는 인사들이 다수 참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그 위상과 파급력이 상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오늘날 UN산하의 다른 어떤 국제기구나 협의체보다 실질적인 면에서 강력한 파워와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다보스포럼의 그 주된 목적과 진행과정을 상세한 설명과 함께 그 실체를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이 언론을 통해서만 보아왔던 다보스포럼이 지니는 그 힘의 원천과 세부적인 부분을 간접적으로나마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이 포럼의 진행요원으로서, 그리고 또 한분은 교수요원으로 초빙되어 지난 6년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다보스포럼이 지금까지 어떻게 형성되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세밀하게 언급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다보스포럼은 스위스의 작은 마을 다보스라는 곳에서 개최되며, 매년 1월에 개최 측으로부터 초빙을 받은 일부 사람들에 한해서만 진행된다고 한다. 그런데 독자들이 눈여겨 볼 것은 극히 일부인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손수 자비를 들여서 참석한다는 것이고, 특히 이곳에서 발제되는 여러 내용들이 기존 UN의 기구에서 보는 것처럼, 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에서 발의가 된 여러 내용들이 향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어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겠다.


최근 중국과 인도가 놀라운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이전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어찌 보면 다보스포럼을 이용한 효과에 의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또한 상대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아랍의 일부 국가들이나 몇몇 아프리카의 나라들의 경우, 그들의 겪고 있는 내부문제를 이 포럼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표출함으로서, 새로운 모색의 길을 찾아가려는 움직임에도 우리는 유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오늘날의 국제사회는 과거에서처럼 어느 일부 강대국의 일방적인 힘으로 이끌어가는 수동적인 모습을 벗어나, 세계화 추세에 따른 새로운 형태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한 국가의 실질적인 힘은 군사력이나 경제력을 앞세운 하드파워가 아니라 다원적인 공공외교를 통한 국가이미지의 제고가 중요시 될 것으로 보았던, 하버드대학 석좌교수이자 미국외교 정책의 핵심적 인물이 되는 “조지프 나이”의 의견에서처럼, 우리도 이제는 다보스포럼을 매개체로 한 공공외교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저자의 의견에 힘을 모아야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작년에도 그랬듯이 올해도 각계의 세계 거물들은 스위스의 다보스를 찾아 지구촌의 가장 뜨거운 이슈들을 논의할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 책은 독자들이 그동안 표피적으로만 보아왔던 다보스포럼의 실체를 들여다보게 만들어 줌으로서, 바쁘게 움직이는 세계를 바라보는 자신에 가치관의 안목을 확대시키는데 좋은 계기가 될듯하다. 또한 이 포럼에 참석하는 명망 있는 인사들의 행보들을 통해서 정치, 경제, 안보, 환경 등 다양한 문제들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나름대로의 예측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더불어 개인적으로는 이 포럼의 효용성과 관련하여 현재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여러 대내외적인 문제들, 이를테면 아직까지도 그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북한의 핵문제와 함께 남북평화 공존의 문제라든지, 과거 일제치하에서 행해졌던 위안부와 같은 갈등의 소지가 있는 여러 사안들을 이슈화시킴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우리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데, 하나의 좋은 방편이 될 수 있도록, 정부 스스로가 이 포럼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처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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